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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2016년 8월 4일 오늘의 책

라면을 끓이며

김훈 | 문학동네 | 2015.09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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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먹고산다는 것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비애悲哀” 김훈 산문의 정수 소설가 김훈의 산문이 출간되었다. 오래전에 절판되어 애서가들로 하여금 헌책방을 찾아다니게 한 김훈의 전설적인 산문『밥벌이의 지겨움』『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바다의 기별』에서 시대를 초월해 기억될 만한 산문들을 가려 뽑고, 이후 새로 쓴 산문 원고 400매가량을 합쳐 엮었다. 이 책에는 그의 가족 이야기부터 기자 시절 그가 거리에서 써내려간 글들, 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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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아가는 것의 안쪽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시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다시 밥을 벌 수 가 있다.
                                                  -본문 중에서



누구나 살아가면서 원치 않은 일들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아니, 삶은 ‘그것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유화시켜서 내 것으로 잘 만드는냐, 못하느냐’라는 기준이 되어 판가름 나기도 하다.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지만 그 과정이 지난하기 짝이 없어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다. 한편으로는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들이 참 많다. 결혼이 그렇고 육아가 그렇고 직업 역시 그렇다. 행복할 것이라는 희망을 의심치 않기에 사람들은 선택의 순간에 과감히 몸을 던진다. 누구나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반드시 해야만 할 것 같은 것들. 하지 않으면 인생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함과 응당 그래야 한다는 생각으로 돌아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김훈은 우리나라 소설계에서 손꼽히는 사람이고 그의 책들은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많은 흥밋거리를 던져 주리라 생각했다. 작년 독서클럽에 참여하며 선물 받은 책이기도 한데 당시에는 신간도서였던 이 책이 갖고 싶기도 했다. 툭 터놓고 말하자면 읽고 싶은 책이었다기보다 서가에 꽂아 두고 싶은 책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읽는 것도 좋지만 꽂아만 놓아도 행복하고 든든한 책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작년부터 서가에서 나를 끊임없이 노려보고 있다. 나를 이제 그만 좀 꺼내달라고, 제발 좀 읽어달라고 말이다.
나를 바짝 뒤쫓는 책의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결국 집어 들었다. 소설가의 산문집을 펼치려니 앞서 읽었던 시인의 에세이가 떠올랐다. 전문 분야와는 다른 결이 느껴지고 에세이 작가들의 표현보다 더 깊고 풍부한 어휘로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간혹 그 새로움이 난해함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와 궁합이 딱 들어맞는 책은 아니지만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김훈 작가님의 책은 완독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저자가 손철주 주간님이 아끼시는 분이라 그 분에 대한 나름의 예의 차리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일전에 읽었던 저자의 소설 『개』를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그에 대한 인간적 궁금증도 있었다.

제목만 보고서 ‘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411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어떻게 담았을까’라는 단편적인 생각이 먼저 들어 의아했다. 표지를 두어 장 넘겨 '일러두기'를 읽고서야 제목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오래전에 절판된 산문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생각의 나무, 2002),『밥벌이의 지겨움』(생각의 나무, 2003), 『바다의 기별』(생각의 나무, 2008)에 실린 글의 일부와 그 후에 새로 쓴 글을 합쳐서 엮었다.
이 책의 출간으로, 앞에 적은 세 권의 책과 거기에 남은 글들을 모두 버린다.
-김훈 (본문 '일러두기')


저자를 잘 모르지만 어떤 성정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라면을 끓이며』는 지금까지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살 날들에 대한 고찰을 응집해 놓은 제목이다. 라면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흔해빠진 음식이 돼버린 오늘날, 그리고 라면의 모습과 종류가 바뀌어 가는 풍경을 가로지른다. 사람이 살아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엇인가를 먹기 때문에 가능하다. 먹는 행위를 단순한 물리적 행위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먹기’를 통해 사람이 느껴야 하고 반성해야 하고 지향해야 하는 바를 저자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주제는 다양하다. 목차는 1부 밥, 2부 돈, 3부 몸, 4부 길, 5부 글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은 또 다양한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읽기가 지칠 때 즈음이 되면 또 다른 흥밋거리로 재미를 돋궈 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일상적이고 감상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기보다 오늘날 사회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문제점과 반성할 점, 찬양해야 할 것과 무시해야 할 것, 심지어는 배우자를 잘 고를 수 있는 팁까지 있어 사람으로 치면 팔방 미인이라고 할 만한 책이다. 저자가 한 가지 문제에만 천착하지 않고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겸비할 수 있었던 것도 글을 쓰기 위한 노력과 앎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이 이루어낸 결과일 것이다. 저자의 소설 『개』의 주인공인 '보리'도 저자가 직접 키웠던 동물이었다. 책의 여기저기에서 저자에 대해 지나가듯 들었던 내용을 발견할 때마다 반가웠다.

쉽게 넘길 수 있는 글은 아니었다. 여러 번을 씹고 씹어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질긴 나물의 맛이라고 할까? 목구멍을 지나 흡수된 영양소들이 혈관을 타고 몸 구석, 구석에 영험한 기운을 불어 넣는 듯한 짜릿함은 짧은 내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저자는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다. 그 사랑을 감성적으로 미화시키지 않고, 가슴 속에 사랑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글을 썼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타인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무엇보다 자신을 아끼고 믿고 삶을 책임지고 당당하게 이끌어 가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그를 빛나게 했다.

먹고 살아가는 것의 안쪽을 그는 그렇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속에는 눈물과 기쁨 그리고 행복과 아쉬움, 불행이 고스란히 뒤엉켜 있었다. 그것을 직시하고 끄집어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유쾌한 일은 아니다. 저자는 라면에 빗대어 생동하는 삶을 응시했다. 사심이 가득한 글일 수밖에 없건만 끄덕여지는 이유는 뭘까? 저자에게 라면은 단지 음식만은 아닐 것이다. 단순하게 먹는 행위가 아니다. 사람들 모두 그 의미를 알았으면 좋겠다. 어떠한 삶이든 먹는 행위 없이 살아갈 수 없듯이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의 공통분모를 인식하고 공유하고 서로 다독이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거위의 꿈’님은?

독서로 인생을 끊임없이 고쳐 쓰고 있는 간서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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