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4일 오늘의 책
고미숙 | 북드라망 | 2012.08
분류 : 청소년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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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느 인문학강의에서 '나에 대한 탐구', 'who am I'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이 곧 자신이 치유하는 길이고, 존재를 변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왜, 우리는 아픈가?'라는 물음으로부터 몸에 관하여 탐구하기 시작했다. '몸'에 대한 물음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보다 훨씬 근원적인 질문이라고 한다. 호감을 얻으려면 성형할 것이 아니라 고전을 읽고, 호감은 말과 목소리에서 나온다고, 말의 내용이 호감의 척도라고 피력했다. 말은 고전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한다.
고미숙은 문학평론가 중에서도 고전평론가로 널리 알려졌다. 기초적인 학문에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해 독자의 문제의식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고전은 멀고 어렵다. 높게만 느껴져 영 부담스러운 대상이다. 솔직히 말하면 어려워서가 아니라 급격히 변하는 시대 조류에 왠지 뒷걸음질 치는 것 같다. 뭐든지 '빨리빨리'에 익숙한 생활 탓에 고전은 나를 더디게 데리고 다닐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든다. 왜 그렇게 삶이 바쁘고 초조하기만 한 것인지.
공부의 달인이라는 의미의 ‘호모 쿵푸스.’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흔히 생각하는 '총성 없는 전쟁터'의 그 공부가 아니다. 총성 없는 전쟁터의 공부는 단지 인파 속에서 폼나게 살고 싶은 욕심에 기인한다는 것인데 사실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뚜렷한 목표나 방향이 잡힌 공부일까? 저자는 지금의 '대학'은 죽었고, 더 이상 '큰 배움터'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취직 하나만 바라보고 소비에 허우적거리며 노후대책에 골몰한다. 청년이라 하기엔 너무 늙어버렸다. 저자는 그나마 한국사회를 지탱해 오던 '근대적 지식'이 종말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며 큰 우려를 보인다. 이런 현실에 '관조'라니, 현실감 없는 이야기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동떨어지게만 느껴질 뿐.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학교'라는 교육 제도에 관한 저자의 시각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저자는 "동일한 연령대의 학생들을 같은 장소에 몰아넣고 같은 내용을 주입하는 것, 그럼으로써 모든 차이와 이질성을 말끔히 지워 버리고 아주 평균적이고 상식적인 존재, 곧 국민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 학교에 주어진 소명"이어서 평생 엇비슷한 연령대 외에는 뒤섞일 만한 공간 자체가 차단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치밀하게 계산된 제도적 장치로써 학교를 생각해 본 적은 처음이다. 섬찟했다. 새까맣고 하얗다 못해 푸른 빛이 도는 아가의 눈은 세상에 대해 경이로움과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차있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그들은 재편되고 더 이상 삶과 세계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낄 수도, 느낄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잘게 쪼개진 학년별 단위 학습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린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질문은 무척 뜬금없다. 어른으로서, 아니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몽땅 잊어버려 색 바랜 눈동자를 지닌 인간으로서 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이렇게 생각해보니 당연했다.
경이로움과 호기심을 잃어가면서 내 눈동자는 어느 정도 퇴색되었을까? 습속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삶을 깊이 관조할 때 비로소 공부는 시작된다고 한다. 숨을 쉬고 있을 때, 그때가 바로 공부할 때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부하는 사람이 삶과 사회에 물음이 없고 의심할 줄 모른다면 크나큰 병이다. 의심해야만 자주 분석하게 되고, 그 의심을 깨뜨리면 이것이 바로 깨달음이다. 저자는 여행 또한 신체에 가깝게 들어오는 질문이 없다면, 그저 한낱 비싼 레저를 즐긴 것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한다.
공부는 남에게 퍼주기 위해 한다. 얼마나 퍼줄 수 있는가는 그 사람의 내공에 달렸다. 사실 퍼 준다는 생각조차 없이 퍼 주는 사람이 바로 '공부의 달인'이다.
대학원에서 상담교육을 전공하고 학교 상담실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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