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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2021년 5월 4일 오늘의 책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한은형 | 이봄 | 2021.02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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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채집가 한은형이 찾아낸 29명의 여성, 그들과 함께 타오르는 새파란 불길 이 책은, 소설가는 책상 앞에서 어떤 책을, 어떤 생각을 하며 읽을까?라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소설가이자 성격채집가인 한은형은 자신의 책상에서 서늘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여성 소설가의 시선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여성 인물들은 새파란 빛을 발한다. 한은형의 문장을 따라 나아가면 고전소설 속에서 전형성을 대변한다 믿었던 여성들의 기개과 폭발성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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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

 

처음에 이 책 제목을 보았을 때, 난 이 책이 어떤 소재로 이야기하는 책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흔히 요즘 위로나 힐링을 취지로 하는 에세이들 중에는 이와 같은 제목처럼 길고 울림 있는 제목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기도 하는데, 이 책도 그런 부류의 책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의외였다. 저자는 차갑지만 솔직하게 고전소설 속의 여성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지만, 저자가 이야기할 고전소설 중에는 올해 내가 읽기로 한 책들도 있어서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그렇게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매료됨을 느꼈다. 고전소설의 얘기는 뒤로 하고, 저자가 너무나 나와 비슷한 사람인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웃기도 많이 웃었던 나는, 분명 저자 한은형님이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인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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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묶기 위해 원고를 다시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왜 이토록이나 캐릭터에, 그들의 성격에 집착했는지 말이다.
…
그래서 다른 '문제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들에 끌렸던 것 같다. 성격으로 인해 곤란을 겪기도 하고, 무언가를 얻기도 하고, 또 잃기도 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느낀다. 그들이 그런 성격으로 살고 싶어서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는걸, 그들도 자기 자신을 어쩔 수 없다는 걸 말이다. 나도 이런 성격으로 살고 싶어서 이렇게 사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


 고전 소설을 다 읽고 나면 특히 인물에 대한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저자는 ‘문제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들’에 끌린다고 말하는데, 나 또한 이 부분에 특히나 공감했다. 누구나 하나쯤은 자신의 성격에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해도 그 문제를 자꾸 느끼고 인지하면서 살아가진 않는다. 그러나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는 느낀다. 한 인물과 그 성격에 대해 굉장히 객관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소설에서 인물의 성격은 서사를 만들어나가고, 또 이야기 속에서 인물의 어떤 성격이 부각되기도 한다. 그러한 점에서 소설은 객관적으로 한 어떤 인물에 대해 보도록 하고, 인지하게 만든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좋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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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고전 소설 속 여성 인물들은 총 29명이다. 글은 28편이지만, 저자는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선 할 말이 많아 2편을 썼다고 한다. 책에는 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유명 작가들, 톨스토이, 괴테,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의 고전 소설부터 시작해서 이디스 워튼, 이언 매큐언, 이자크 디네센 등의 작품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있다. 짧게는 몇 십 년부터 길게는 몇 백 년 전에 쓰인 소설 속 인물들을 오늘날 읽고 논하며, 현대의 시선을 투영한 작가님의 글을 보고 있는 지금이 참 재밌고 가치 있는 순간이라 느낀다. 고전은 시대가 변해도 또 다른 가치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시간이 지나 조금씩 다르게 느낄지라도 결국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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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속의 인물들도 그들이 그런 성격으로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낀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들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실제 존재하진 않지만, 우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을 투영하기도 하고 또 그들을 보면서 ‘그들도 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에 불과하지 않구나’ 하면서 많은 사색을 하게끔 한다. 개인적으로 그것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힘이자 매력이라 생각한다. 이야기 속에서 나와는 너무 다른, 어쩔 땐 나랑 아주 비슷한 인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은 어떤 성격으로 어떻게 세상을 대처해 나가고 있는지를 보고 있는 것은 무척 궁금하고도 재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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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소설의 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저자의 화법을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내가 이 책이 재밌었던 이유는 고전 소설의 여성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해설’ 때문이다. 난 때론 위트 있고, 때론 날카롭게 인물들을 해설하고 또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내는 저자만의 섬세한 말들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이 우리의 인생에 알려주는 것들,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기에 위로도, 공감도 받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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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냥할 수 있을 때의 나를, 그 누구보다 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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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을 꽤나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으로 둘러싸인 세계를 생각하니 갑갑해지면서, 나와 다른 이들의 다른 성격과 식성과 웃음 포인트와 취향과 관점과 말버릇이, 이런 다른 디테일들이 세상을 얼마나 흥미롭게 만드는지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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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을 리뷰한 '읂'님은?
30이 되고나서부터 책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또 책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독자입니다. 낙이 없을 땐 문학과 가까이 하자는 취지에서 ‘무낙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책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열심히 서평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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