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30일 오늘의 책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 돌베개 | 2011.08
분류 : 자연과학/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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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풍부한 문학적 향기와 섬세한 과학지식이 어우러진 21세기판 『월든』 2011년 존 버로스 메달 자연사 부문상 수상 2010년 전미 야생 관련서 자연사 부문상 수상 더 나은 생활을 위한 도서 영감을 주는 자서전 부문상 최종 후보작 『북리스트』 편집자들이 뽑은 2010년 최고의 성인 과학기술 도서 Top 10 『베스트 아메리칸 에세이』의 주목할 만한 에세이로 선정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 ...
도시에서 인간과 다른 ‘종’을 마주치는 일은 희귀하다. 동물원에 가면 되지 않느냐고? 그들을 나와 같은 ‘생명’이라고 인식하기는 어렵다. 이미 관람의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원 바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어느 겨울, 마포구의 한 사거리에서 사고를 목격한 적이 있다. 도로에 뛰어든 길고양이가 차에 치었다. 처음에는 약간의 부상을 입은 채 멀리 나가떨어졌다. 누군가가 차를 세웠다면, 누군가가 차도를 막아섰다면 살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차들은 가차 없이 내달렸고, 그 광경을 다들 외면했다. 나 역시 다를 바 없는 공범자였다. 길고양이는 몇 차례 더 치이고는 다시 움직이지 못했다. 오십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동물병원이 있었다. 이와 같은 아이러니는 끔찍하게도 반복을 거듭하고 있다. 다른 ‘종’이 공존하기에 이 도시는, 이 도시를 구획한 인간은 너무도 무심하다.
《달팽이 안단테》의 저자도 그러한 인간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느닷없이 찾아든 원인 불명의 질병은 그녀를 인간이라는 ‘종’으로부터 격리시켰다. “이제는 생활의 모든 것이 내가 누워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25쪽)라고 여겨야만 하는 삶이다. 하지만 생활이나 문명은 있으나마나 한 장식품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문병 온 친구에게 받은 숲달팽이 한 마리는 그때부터 그녀 삶의 일부가 된다.
“달팽이의 세계가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나와 관계된 인간 세계는 반대로 점점 더 멀어졌다. 나와 같은 종은 너무 크고 너무 경솔하며 너무 혼란스러웠다. 어느 날 문득 방문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달팽이를 관찰할 때처럼 그들 방문객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놀랍게도 방 안을 정신없이 휘젓고 다녔는데 마치 자신의 힘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같았다.” (55쪽)
“달팽이가 사는 곳은 침묵의 세계다.” (71쪽)
“몸집으로 말하면 포유류는 비정상적으로 크다.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 종의 99퍼센트가 달팽이 크기만하거나 그보다 더 작다. 그것이 속한 동물계가 무엇이든 간에 몸집이 작으면 작을수록, 진화계통수에서 앞쪽에 있으면 있을수록, 그 동물이 지구상에서 차지하는 생태적 지위는 더욱더 중요하다. (…) 그것에 비해서 포유류는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존재인 것처럼 보인다.” (105쪽)
5억년 동안이나 끝없이 진화했다는 복족류(한 개의 근육 발을 가진 연체동물)에 대한 관찰도 흥미로운데, 이 책에서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다른 ‘종’ 관찰기가 인류의 존재 이유를 돌아보는 철학으로 나아가는 지점이다. 환자가 된 그녀는 불행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중요한 것을 얻었다. 생명체를 바라보는 시선, 그 의미를 말이다.
그동안 바라본 생명체를 떠올린다. 눈도 뜨지 않은 강아지를 품에 안았다. 갓 잡은 장수풍뎅이를 놓아 주었다. 메추리가 나를 졸졸 따라왔다. 금붕어에게 아침마다 먹이를 주었다. 이는 그들을 ‘생명’이라고 인식한 순간이다. 누구나 비슷한 기억이 가질 것이다. 이를 빌어 변론해 본다. 그 사고를 목격한 이들도 ‘생명’을 경험한 바 있으리라고, 본래부터 무심한 인간은 아닐 거라고, 마음은 분명 고통스러웠을 거라고…… 말을 보탤수록 내가 달팽이와 같은 ‘생명’인 것이 구차할 뿐이다. 사실 알고 있다. 그곳에 있던 인간들을 어떤 식으로도 합리화 할 수 없다는 걸. 길고양이는 죽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손에 든 채 입을 다물고 있다. 이것은 달팽이보다 5억년쯤 뒤져 있는, 부끄러운 침묵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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