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9일 오늘의 책
김도훈 | 웨일북 | 2019.03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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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변영주, 정재승 추천!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김도훈 첫 번째 에세이 “사람은 이상한 방식으로 균형을 잡는다.” 위태로운 도시에서의 삶을 견디기 위해 필요한 어떤 종류의 낭만을 말하다 “나는 내 글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성격의 인간은 아닌 것이 틀림없다. 여전히 나는 책을 낸다는 것이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에 있는 몇몇 글들을 자아도취적으로 아낀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내 삶의 몇몇 조각들을 있...
‘낭만’. 이 단어를 쓰기엔 지금 삶에 너무 지쳐있었습니다. 새삼 이 단어를 언제 썼는지, 기억조차 희미했습니다. 그러다 작가 김도훈 씨가 말했습니다.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처음엔 ‘무슨 소리지?’라고 시작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가다 보니 어느새 그가 전한 ‘낭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신경질적인 도시를 사랑하며 사는 법에 관하여 특별한 것이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특별해질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의 낭만 중 하나인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문득문득 꺼내 보는 것. 사실 저는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궁금했는데 책 속에서 그 책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관광객을 위한 개방 따위는 바랄 수도 없었던 70년대 초반, 아무도 없는 앙코르와트 사원 속에 누워 잠을 잤다. 1963년도 아프리카 여행 때는 슈바이처 박사를 만났다. 편지로 예고한 날보다 열흘이나 늦게 도착한 그를 맞아준 것은 슈바이처의 웃음이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라는 말과 함께. 그는 지금처럼 파괴되기 직전의 아마존으로 들어가 원주민들을 만났고, 대륙의 깊숙한 오지에 건설되고 있었던 계획도시 브라질리아를 통해 역동적인 라틴아메리카의 미래를 보았다. 아프리카의 어느 추장 딸이 그에게 끈질긴 구혼작전을 펼쳤을 때는 겨우 도망치기도 했다. 그건 60년대와 70년대였다. 한국인들은 그의 책을 ‘서방견문록’이라 불렀다. (48~49쪽)
어린 그에게 세계의 존재를 일러 주었던, 그래서 희망직업란에 세계여행가 혹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자 등으로 적게 해 준 그, ‘김찬삼’. 지금은 비록 고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가슴 속에 남아 하나의 낭만으로 존재하는 모습은 마냥 부럽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동심을 꺼내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김찬삼의 여행기를 이불 보따리 속에 쟁여 매고 시집간 연이에게 그것은 언제나 꿈으로만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에게도 세계여행이라는 거창한 꿈은 거의 꿈으로만 남았다. 어떤 것은 꿈으로만 남아도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나는 지금도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꺼내 든다. (50쪽)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저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낭만을 공유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너무나 공감했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마법 같은 한마디, “커피나 한잔합시다.”
세상에서 가장 마법 같은 한마디를 고르라면 나는 이 문장을 고를 것이다. 이 문장이 왜 마법 같은지를 당신에게 굳이 설명할 이유도 없다. 당신도 이미 이 문장의 마법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138쪽)
내가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인사 다음으로 잘하는 한 마디였습니다. “커피 한 잔, 괜찮아요?” 어색한 상황, 낯선 이. 이 말 한마디면 그냥 서로의 침묵도 인정할 수 있기에 또다시 그 마법의 주문을 걸어봅니다. 커피 향과 함께 내 마음도.
낭만은 마치 드라마 속에서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상황에서, 마냥 행복한 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일상 속에서 소위 ‘소확행’ 역시도 하나의 낭만이었고, 지금의 상황을 한 걸음만 물러서서 바라봤을 때도 낭만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는 낭만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낭만이 마냥 특별하다고만 생각했기에 느낄 수 없었던 거죠.
저자의 이야기 중에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을 이루게 되고, 그럴수록 실은 부모가 자신과 매우 닮은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되고, 부모를 향한 원망의 근원에 자기 자신의 마음이 큰 비율을 차지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완벽한 극복은 없지만 결국 극복은 온다. (55쪽)
나이가 들면서,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서 깨달은 것. 그래서 후회하고 죄송스러운데도 또다시 아이처럼 실수를 반복하는 것. 그런데도 부모님을 향한 사랑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음을 떠올립니다.
다시 저자가 서문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만약 이 책의 몇몇 구절들에서 위로를 받는 독자가 있다면, 그건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에 동의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라는 건 다소 위악적으로 낭만적인 행위다. 위악적이지만 필요한 행위다. 결국, 우리는 궂은 비 내리는 날 옛날식 카페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듣지 않더라도 끝끝내 낭만이라는 단어를 놓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6쪽)
위악적이지만 필요한 행위. 오늘도 우리는 낭만이라는 단어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 책을 읽고 나니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책을 덮고 스스로 이렇게 말을 건네어봅니다.
“커피 한 잔 어때?”
오늘의 책을 리뷰한 'algml55'님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자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고자 노력하는, 그래도 아직은 어리숙한 엄마입니다. 책을 통해 느끼는 것만큼 아이와 함께 그렇게 성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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