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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안 죽어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

김시영 저 | 21세기북스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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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0980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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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소심하지만 씩씩하게! 대책은 없지만 당당하게!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

“할매.”
“왜?”
“괜찮아, 안 죽어요.”

문득 치밀어 오른 그 무엇 때문이었을까? 정말 간만에 나의 오래된 유행어가 튀어나왔다. 내 말의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할매는 ‘아이고’ 소리를 내며 허벅지 주무르던 것을 멈추고는 별말 없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나는 진료실을 나가는 할매의 뒷모습을 보며 ‘오! 아직도 이 말이 먹히네’라는 유치한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진료실을 나서려던 할매가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인사를 하시려나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마주 보는데 할매가 말한다.
“다 죽어, 사람은.”

분초를 다투며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응급의학 전문의로 10년 vs.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동네 개원의로 10년. 조금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페이스 북을 통해 남긴 흩어지는 순간에 대한 기록이자 간헐적 단상을 모은 책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감각적인 문장 그 흔한 기승전결조차 없지만 36.5℃의 따뜻한 체온과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저자 특유의 시니컬함 속에 숨은 위트와 유머러스한 감성이 돋보이는 단짠단짠 에세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는 정현종 시인의 글처럼, 날마다 진료실에서 한 사람의 일생을 만나는 예사롭지 않은 저자의 일상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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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김시영
그때 남자아이가 대부분 그렇듯, 고장 나지도 않은 가전제품을 분해했다가 엄마한테 등짝 뚜드려 맞는 일을 수없이 겪으며 공학자가 될 줄 알았다. 실제로 고등학교 시절 전국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항상 모 대학 기계공학과에 모의 지원했는데, 어느 날 문득 ‘차가운 쇠뭉치를 평생 끼고 사는 게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어설픈 고민에서 빠져나와 보니 의과대학에 입학해 있었고, 평생 마실 술과 평생 외워야 할 단어의 절반 이상을 6년 동안 위와 뇌에 들이부었더니 의사가 되어 있었다. 사람을 살리는(살아나는 것을 목격하는) 최전선에 머물고 싶어 응급의학과를 전공했고, 그 바람대로 중환자실과 영안실 사이 어디쯤에서 한참을 일했다.
이런저런 상황과 기회와 운명이 맞물려 10여 년 전쯤, 5일마다 장이 열리는 장터 근처의 동네 의원에 들어오게 되었다. 더 이상 등짝을 때리는 엄마도, 눈앞에서 죽고 살아나는 사람들도 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갑자기 심심해진 탓에 이것저것 기웃거렸지만,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하는 진료실 책상에서 할 수 있는 딴짓거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급기야 어릴 때부터 써 오던 일기를 낮에 쓰기 시작했는데, 하다하다 이런 잡다한 글이 책으로 묶여 나오다니 세상엔 별 희한한 일이 많다.
할매들의 거친 손을 잡으며 ‘손이 이게 뭐냐! 일 좀 그만해라, 이제’라는 잔소리를 하는 것이 현재의 전공이며, 어차피 퇴근하면 만날 두 여자와 두 마리의 강아지를 매일 보고 싶어 하는 것이 특기이고, 이 심심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간헐적 행복을 잊지 않도록 기록하는 것이 취미다.
쓰다 보니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비슷하게 살아 볼 예정이다.

 

책 속에서

오래 살라는 인사…. 40년 조금 넘게 살아온(이 역시 짧은 시간은 결코 아니지만, 암튼…) 나에게 이 인사는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이건 사실 인사라기보다 나이를 한참이나 먹은 노인들의 소원과도 같은 기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덧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너무도 적은 그들에게, 내게는 당연한 ‘다음의 만남’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들에게 ‘오래 살라’는 인사는 거창한 소원이나 기도라기보다 그저 ‘내일 또 만나요’와 같은 평범한 진짜 인사인지도 모른다.
__「인사」 중에서


“환자한테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그러지 마.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재밌게 살다 죽는 게, 먹고 싶은 거 힘들게 참으면서 오래 사는 거보다 백배는 더 좋아. 그니까 나 맥심도 마실 거고, 떡도 먹을 거야. 커피 달달하게 타서 백설기하고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르지?”
__「진짜 할매」 중에서


“네. 아, 맞다! 근데 이 한여름에 감기는 왜 걸리는 겁니까? 이유가 뭐예요?”
그는 마누라 등쌀에 못 이겨 주말에 온 집안을 뒤집는 대청소에 참전했다가 거실 액자 뒤에서 까맣게 잊고 있던 비상금 전우를 구출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애초에 가장 궁금했고 중요했던 그 질문을 다시 던진다. 너무도 중요한 그의 질문에 나 역시 웃음기를 지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뭐, 여름에도 사람들이 감기 좀 적당히 걸려주고 그래야 저도 먹고사니까요.”
내 대답을 들은 그는 무릎을 탁 치면서 깔깔대며 웃다가 사레가 들리는 바람에 또 한참 기침을 한다.
그래, 먹고살아야지. 먹여 살려야지. 그것 말고 뭐가 더 중요하겠는가.
__「아니, 왜?」 중에서


“덕분에 술을 많이 줄였더니 돈이 굳어서요. 아직 따뜻하니까 식기 전에 드십시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토스트 한 조각. 할매들이 그랬으면 0.1초 만에 자동적으로 ‘뭐 이런 거 사오고 그래요. 담부터는 사오지 마요’라고 했을 텐데, 내 또래의 그에게는 웬일인지 그 익숙한 리액션이 나오지 않아 그저 말없이 고개만 숙인다. 물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드립을 또 치고야 말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마시던 술도 마저 끊고, 다음번엔 토스트 두 개 사다주세요.”
남자는 웃으며 알겠다고 답한다.
__「이미 괜찮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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