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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2016년 11월 28일 오늘의 책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 문학동네 | 2016.04

분류 : 소설

정가
$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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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제3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등장인물의 기억이 개인 차원에 머문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연결돼 역동성을 확보하는 견고한 시각이 느껴진다”라는 평을 받으며 제34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김연수의 두번째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를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다양한 레퍼런스와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를 엿볼 수 있는 첫번째 소설집 『스무 살』(2000)과 작가적 역량이 극에 달한 『나는 유령작가입니다』(2005) 사이에 놓인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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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라는 에테르


'에테르(Ether)'에 관한 글을 써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에테르의 뜻을 사전에서 찾으니 '모든 공간을 채우고, 빛, 전기, 자기 등을 전하는 것으로 생각된 가상적인 매질'이라고 한다. 한때는 모두가 존재한다고 믿었으나 이제는 아무도 존재를 믿지 않는 물질. 그것이 에테르라면 무엇이 에테르와 비슷할까 고민하던 차에 김연수의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가 보였다.

이 책은 2002년에 나온 김연수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제목만 보고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은 자전소설로 오해하기 쉽지만, 소설집에 실린 아홉 편의 단편 중에 자전소설은 「뉴욕제과점」뿐이다. 작가는 김천역 앞 뉴욕제과점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뉴욕제과점은 작가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고, 작가는 그곳에서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보냈고 대학에 입학해 상경한 후에도 종종 그곳을 찾았다. '나란 존재는 그 거리에서 배운 것들과 그 거리 밖에서 배운 것들로 이뤄진 어떤 것이다. 물론 그 거리에서 배운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라고 자부할 만큼 작가에게 뉴욕제과점의 존재는 절대적이고 압도적이다.

그런 뉴욕제과점이 1995년 8월에 문을 닫았다. 뉴욕제과점을 팔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작가는 잘 됐다고 말했을 뿐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얼마 뒤 살던 집마저 이사를 하면서 뉴욕제과점이 있던 거리에 갈 일은 영영 없게 되었다. 어느 해인가 작가는 용기를 내어 뉴욕제과점이 있던 거리를 찾아갔다. 그동안 뉴욕제과점은 24시간 국밥집이 되어 있었다. 식빵, 롤케이크, 밤빵이 풍기는 달콤한 향기 대신 푹 끓인 국밥 냄새만 났다. 그러나 작가의 눈에는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만 같았다.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 가족의 모습이 보였고, 어린아이였다가 학생이었다가 신인 작가였던 자신이 보였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에테르처럼, 추억은 거기에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는 동안, 뉴욕제과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뉴욕제과점이 내게 만들어준 추억으로 나는 살아가는 셈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뭔가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 삶에서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그저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게 됐다. (104쪽)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은 다른 단편에도 묻어난다. 성탄절에 도망간 여자를 잡으러 가야 하는 남자(「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 전라도 출신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표준어로 말하는 연습을 하는 소녀(「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 남동생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를 욕보인 소년(「첫사랑」), 고양이도 잡아먹는 대장쥐가 있다는 흉흉한 소문에 도전하는 남자(「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등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21세기 서울이 아닌 1970년대 또는 80년대 (「김천으로 짐작되는」) 지방 소도시에 사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추억들을 재현한 것이다.

서른이 넘어가면 누구나 그때까지도 자기 안에 남은 불빛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게 마련이고 어디서 그런 불빛이 자기 안으로 들어오게 됐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한때나마 자신을 밝혀줬던 그 불빛이 과연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알아야만 한다. 한때나마, 한때 반짝였다가 기레빠시마냥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게 된 불빛이나마. 이제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불빛이나마. (91쪽)

이 책이 나온 2002년은 작가가 서른세 살이 되던 해였다. '서른이 넘어가면 누구나 그때까지도 자기 안에 남은 불빛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게 마련'이라는데, 그래서 작가는 자기 안에 남은 불빛이 뉴욕제과점으로부터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데, 서른을 넘긴 나는 내 안에 남은 불빛이 어디로부터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커녕 남은 불빛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문장을 불빛 삼아 좀 더 내 안을 들여다보련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내 안에 있고 나를 만들었지만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 어서 그것을 만나고 싶다.


| 펜벗 인터뷰

1.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내 안에 있고 나를 만들었지만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 어서 그것을 만나고 싶다.'
쇼키치 님의 안에 있는 불빛은 무엇이었나요?

어린 시절의 꿈입니다. 돌이켜보니 저도 김연수 작가처럼 어릴 때부터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지만, 재능이 없다는 핑계로 노력하지 않았고, 학업에 쫓기고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사이 작가의 꿈은 꼭꼭 숨어버렸습니다. 김연수 작가가 자전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소설을 쓰면서 작가로서의 자아를 확립한 것처럼, 저도 저만의 이야기를 찾고 싶고, 어린 시절에 꾸었던 여러 가지 꿈들을 이루고 싶고, 궁극적으로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저 자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2. 쇼키치 님에게도 ‘뉴욕제과점’과 같은 장소가 있다면요?
김연수 작가가 유년기의 대부분을 보냈던 공간이 뉴욕제과점이라면, 제가 유년기의 대부분을 보낸 공간은 도서관입니다. 어릴 때는 주말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가서 동화책을 읽었고, 조금 자라서는 혼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한다는 핑계로 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학교 공부와 상관 없는 소설이나 사회과학 도서를 읽기도 했습니다. 그 때 알게 된 무라카미 하루키, 에쿠니 가오리 같은 작가들은 지금도 좋아합니다. 새로 나온 책뿐만 아니라 오래된 책도 읽을 수 있고, 서가를 거닐다가 전혀 몰랐던 책을 만나게 되는 기쁨이 있어 지금도 도서관을 좋아합니다.

3. 4기 펜벗의 마지막 큐레이션이었습니다. 지난 5개월 어떠셨나요?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한국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1권으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1권 이상 책을 읽은 독서자 기준 연평균 독서량은 14권으로 전년보다 늘었다고 합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눈을 사로잡는 매체가 늘어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전보다 더 많이 책을 읽는다는 뜻입니다. 지난 5개월 동안 펜벗 활동을 하면서 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책을 열심히 읽고 성실하게 서평 활동을 하는 분들을 많이 뵈었습니다. 펜벗으로 만난 인연을 앞으로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쇼키치'님은?
책으로 삶이 바뀌리라 믿는 리뷰어입니다.

[쇼키치 님의 테마북 ?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유년시절을 그린 소설]

| 펜벗 큐레이션 Vol.18 '에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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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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