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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맣게 살 거야

2018년 6월 26일 오늘의 책

조그맣게 살 거야

진민영 | 책읽는고양이 | 2018.05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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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미니멀리스트는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사람이다. 물리적 가벼움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외형적 단순함을 넘어 내면까지 비우는 삶을 사는 미니멀리스트의 미니멀 라이프 예찬론. 저자는 3년 간의 다운사이징 경험을 통해 진정한 미니멀리즘이란 외형을 넘어 행복의 본질에 다가가는 강력한 생활의 도구임을 발견한다. 예전에는 남들로부터의 인정과, 많은 소비 속에서 만족감을 얻었던 것에 비하여, 미니멀 라이프는 ‘성공이 아닌 성장’, ‘평가받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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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생활 방식을 반영한다

예전에도 자기계발서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뭔가를 가르치려 드는 책이 더 싫어졌다. 고집스럽고 용렬해진 탓이겠다. 자기 확신에 차서 열변을 토하는 데 대고 ‘너는 인생이 그리 쉽더냐?’ 내지는 ‘누구나 다 그런 상황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어지면 적어도 그 책에서는 별로 건질 게 없다.  

 

『조그맣게 살 거야』는 필시 저자가 미니멀리즘을 예찬하며 독자도 그렇게 살아보기를 권하는 자기계발의 성격이 짙은 에세이렸다! 그럼에도 내가 이책을 읽게 된 이유는 표지가 너무 앙증맞아 예쁘고,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조금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표지도 예쁘지만 콘셉트에 걸맞게 크기와 무게가 ‘미니멀’하여 손에 쏙 들어온다. 공용 주차장 한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몇 페이지 읽었는데 아주 잘 읽혔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 자체가 주는 물성이 들고 다니며 읽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틈에서 책 제목처럼 나 혼자 ‘조그맣게’ 앉아 책을 읽노라니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누굴 만나지 않아도 썩 괜찮은 기분이었다. 책의 메시지에 꼭맞게 가볍고 자유로워진 느낌!

 

이 책의 저자도 원래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었단다. 중국에서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는 동안 좁은 공간에서 불편하고 결핍된 생활을 하다 뜻밖에 가벼움과 자유를 느꼈고, 그후 계속 미니멀리즘을 공부하고 연구하여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었다고.

 

생활 방식은 하루 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생활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구입하는 물건 또한 변할 수 없다. 우리의 공간은 자신의 생활 방식을 반영한다. 그리고 생활 방식과 소유한 물건을 닮는다. 필요한 물건은 이미 다 갖추고 있다. 살면서 불편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그건 단지 게을러서일 때가 많다. (55쪽)

 

여기서부터였던 것 같다. 자세를 고치고 색인 스티커를 불여가며 제대로 읽기 시작한 것이.

저자의 미니멀리즘은 소비를 적게 하고 주변의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의 거품을 빼고 정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관계를 최소화하고 일과 돈과 시간에 대한 가치관도 재정립한다.

 

아무리 조그맣게 살고 싶어도 혼자가 아닌 다음에야 가족의 동의 없이는 힘들지, 먹는 행복이나 입는 즐거움까지 다 반납하면 무슨 낙으로 살아, 하며 또 예의 습관대로 슬그머니 속이 뒤틀리려는데 저자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자신의 용량과 평소 가치를 두는 방향에 맞춰 미니멀리즘을 조절하면 된다고 다독거린다.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굳이 다른 사람에게 주입하려 하지 않아 더 설득됐다.

 

외출복 못지 않게 평상복에 신경을 써야 한다거나, 선물을 주는 대신 상대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다거나, 추억이랍시고 많은 것을 남겨놓으려 하지 말고 최대한 선별한 후 남은 것은 사진 찍어 디지털로 보관하라는 조언은 꼭 따라해보고 싶다.

 

이미 내가 미니멀리즘을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음도 확인했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고 손쉬운 인터넷 뱅킹은 지양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더라도 결제는 반드시 무통장 입금 방식을 택해 은행 가기 전에 한 번 더 꼭 사야할지를 점검하며, 물건을 들일 때는 나중에 처리하기 용이한지를 따진다. SNS는 내게 꼭 필요하다 싶은 것만 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 사은품은 사양한다. 사람의 일에 관심은 많지만 웬만하면 조언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겐 미니멀리즘을 결정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양대산맥이 있다. 바로 책과 옷. 책은 수차례 정리했지만 어느새 또 그득하다. 진작 전자책으로 갈아탔으면 좋았을까 생각해봤지만 구매와 보관이 쉬워지면 안 읽을 책이 더 쌓일 테니 어쩌면 이것이 더 큰 낭비일 수 있다고 우기고 있다. 옷 욕심도 많다. 비싼 옷을 사진 않지만 절대적인 가짓수가 작진 않고 무엇보다 내 스타일을 포기하고 편하고 깔끔하기만을 지향하고 싶진 않다. 내게는 앞으로 이 둘을 어떻게 내 나름의 방식으로 줄여가며 지닐지가 숙제로 남았다. 

 

보통 책 읽은 후에는 마음에 드는 구절을 다이어리에 메모하거나 블로그에 써 올리는 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색인 스티커를 주렁주렁 매단 채 가까이 두었다가 한번씩 꺼내 읽어야겠다. 그러다 적당한 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색인 스티커를 하나씩 떼어내고 기꺼이 넘겨주겠다. 그게 미니멀리즘을 한층 친근하게 만들어준 이 책을 가장 잘 처리하는 방식일 것 같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jaago63'님은?
밖으로만 향했던 인생 전반을 접고 책을 통해 내실을 기하려 노력하는 아지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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