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26일 오늘의 책
빌렘 엘스호트 | 열린책들 | 2015.06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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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현대 사회와 소시민의 내면을 풍자한 명작 네덜란드 문학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인용되는 작가로 손꼽히는 빌렘 엘스호트의 대표작 『9990개의 치즈』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한 평범한 직장인이 우연히 치즈 사업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소설이다. 웃음과 연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인물의 어설픈 도전을 통해 물질이 질서를 만드는 현대 사회와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소시민의 내면을 풍자했다. 위축된 삶을 견디기 위해서라도 가슴...
고립무원의 감정이 나를 엄습했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가족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가족과 나 사이엔 <치즈>라는 벽이 우뚝 서 있었네. 만일 내가 가련한 종교적 자유주의자만 아니었다면 이런 위기의 순간에는 하늘에 기도라도 해보았을 텐데! 하지만 벌써 오십이나 처먹은 인간이 치즈 때문에 갑자기 안 하던 기도를 시작할 수는 없지 않겠나? (153쪽) 이렇게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이야기는 빌렘 엘스호트를 통해 단정하다 못해 촉촉하지 않은 문체로 전달된다. 또각또각 구두 발자국처럼 똑 떨어지는 문체가 오히려 재밌는 부분은 더 재미있게, 슬픈 부분은 더욱 슬프게 느끼게 한다. 감정을 글에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나에게 느끼도록 하기 때문이다. 오늘 당장에라도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 작가가 마음에 든다!
빌렘 엘스호트는 네덜란드 문학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자주 인용되는 작가 중 한사람이라고 하는데, 아직 나에겐 생소하다. 그런데 이 책을 계기로 빌렘 엘스호트의 책을 몽땅 읽어보고 싶어졌다! 조만간 빌렘 엘스호트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9990개의 치즈라니, 뭘까.
주인공 라르만스는 조선소 사무실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러던 라르만스에게 형님의 친구인 스혼베커가 치즈 사업을 권한다. 이후 라르만스는 그 제안을 덥석 받아들여 갑자기 치즈 사업가가 된다. 치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라르만스가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사업방식이나 홍보, 배송 따위의 것들이 아니었다. '내일 출근하지 않아도 될 핑계'였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결국 라르만스가 꾸었던 치즈 사업의 꿈은 사라지고 다시 평범한 직장인으로 되돌아 가게 된다. 심지어 그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느끼기까지 한다.
이제 필요한 건 내일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될 핑곗거리를 찾는 일이었네. (42쪽)
치즈 사업의 시작과 함께 호른스트라로부터 치즈 20톤이 덜컥 라르만스 앞으로 배송된다. 치즈는 낱개로는 2킬로그램짜리였고, 한 상자에 27개씩, 총 370개의 상자에 담겨있었다. 라르만스에게 9990개의 치즈란 뭘까? 지루한 직장생활을 벗어나게 하고, 단번에 잘 나가는 사업가로 만들어줄 수단이다. 평범하고 매일이 별 다를 것 없는 사무직에서 벗어나고 싶은 해방의 욕구이며,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그들보다 한 칸이라도 위에 있고 싶은 욕망이다. 사업이 잘되지 않을 때는 치즈가 스트레스와 좌절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결국엔 다시 직장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안락함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이 분야에 몸담은 지 꽤 지났음에도 그때보다 지금이 더 악취를 견디기 힘들었다는 걸세. 비위가 더 약해진 것일까? 아니면 그냥 기분 탓일까? (137쪽)
결국 라르만스의 치즈 사업은 한 때의 해프닝으로 끝난다. 우유부단하고 소심하고, 심지어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는 라르만스는 과하게 인간적이다. 치즈 사업의 어려움을 딛고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자신의 자리는 결국 조선소 사무실임을 깨닫는 라르만스는 무언가 '극복'하지 못했다. '히어로'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우리가 가장 공감하기 쉬운, 우리의, 우리 같은 이야기다. 그것이 라르만스를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주연킹'님은?
책과 맥주, 사람을 사랑하는 불안한 청춘 한량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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