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4일 오늘의 책
버텔 올먼 | 모멘토 | 2012.09
분류 : 인문/교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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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학생들이여, 나와 거래를 하자.” ■ 거래를 하자? 무슨 소리일까?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이며 미국 뉴욕대 정치학 교수인 버텔 올먼이 왜 학생들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건가? 거래의 내용은 또 뭘까?? 본인에게 들어보자. “나는 학생 시절에 시험을 수백 번 봤고, 교수로 재직한 35년 동안 그보다도 많은 시험을 출제했다. 그러는 사이 시험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런 것들을 가르...
자라는 내내 시험을 봐왔다. 그때그때 배운 것을 확인하고, 그 성적으로 나를 평가받았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가의 여부가 숫자로 매겨졌다. 그리고 이 ‘얼마나’는 같은 반 친구, 같은 학교 친구 혹은 그냥 같은 나이의 친구들 사이에서 또 다른 숫자, 등수로 이어진다. 그렇게 나는 점수와 등수로 간단하게 정리되고, 이 숫자들은 다음에 치러질 시험과 인생의 마디마디에 있었던 수많은 선택들에 원인이 되었다. 말하자면, 지금의 나를 만든 건 8할이 이 시험과 숫자들이었다.
재능과 흥미, 취향이 다른 이들이 같은 걸 공부하고 상대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출제의 의도에 따라 그에 부합하는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앞에서, 이런 시험 따위로 나라는 사람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은 일단 접어두기로 한다. 눈앞에 닥친 이 시험을 거부한다 해도 무한경쟁의 사회,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급한 문제는 이 세상이 아닌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내 성적을 바꾸는 일이다.
나는 학생 시절에 시험을 수백 번 봤고, 교수로 재직한 35년 동안 그보다도 많은 시험을 출제했다. 그러는 사이 시험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런 것들을 가르쳐줄 마음이 별로 없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자본주의, 즉 우리 사회의 부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체제가 어떤 건지를 여러분에게 알려주는 것인데, 그 주제에 끌리는 학생은 별로 없을 테다. 하지만 시험에 관한 나의 도움말은 듣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래를 하자.
여러분이 나의 자본주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준다면, 시험을 최대로 잘 보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점들을 말해주겠다. 이 책은 우리의 ‘거래’가 될 것이다. 약속하건대, 여러분은 사실상 모든 과목에서 성적을 틀림없이 올려줄 요령을 얻게 된다. 그 대가로 내가 정말로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문제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가급적 딱딱하지 않게 이야기할 테니 읽는 것만으로는 그리 고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 《마르크스와 함께 A학점을》은 온갖 시험들로 ‘바쁘니까 청춘’인 이들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시험에 몰두함으로써 제쳐두었던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시험 요령이라는 귀가 솔깃해지는 조언을 통해,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내부자 고발과 같은 방식으로 시험과 채점의 법칙들을 일어주고, 이와 함께 이 시험들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자본주의 체제는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이는 앞으로 이 현실을 바꾸어나가야 할 주체가 다름 아닌, 그 시험 성적에 근거해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회에서 시험이란 학생들을 책상 앞에, 그리고 현 상태에 묶어놓는 사슬이고, 앞으로 닥쳐올 무한경쟁에 준비시키는 트레드밀이며, 벗어나려 들면 발사하겠다고 위협하는 머리 옆의 권총이고, 무엇보다 끔찍하게는, 학생들의 생각을 몽롱하게 만들어 이 미친 상황을 정상으로 여기도록 하는 마약이다. 모든 시험은 사회 환경의 불리함을 개인적 결함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
여러분에게는 잘못이 없다! (…) 언젠가 여러분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일지 모를 상황과 조건의 대부분은 다음의 간단한 사실에 기인한다. 게임이 조작되어 있다! 여러분은 평등한 기회는 고사하고 웬만큼 해볼 만한 기회조차 받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회의 평등’이란 임금님의 새 옷에 붙은 디자이너의 상표에 불과하다.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가 감추고 싶어 하는 비밀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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