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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춘만의 중공업

2014년 6월 20일 오늘의 책

조춘만의 중공업

조춘만, 이영준 | 워크룸 프레스 | 2014.06

분류 : 경제/경영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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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현대중공업 용접사에서 국내 최고의 산업 사진가로, 한국 산업의 역사를 대변하는 조춘만의 중공업 일대기 1974년, 조춘만은 열여덟 살의 나이에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취업을 하게 된다. 찢어지게? 가난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그때까지 도시 구경이라고는 대구 시내에 몇 번 가본 게 다였던 조춘만에게, 당시 2만 5000여 명이 일했던 울산의 공장은 괴물 같은 모습으로 비춰졌으리라. 하루빨리 용접을 배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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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한다든가 식물이 싹을 틔운다든가 하는, 생물체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자연스럽고 아름답지만 중공업의 물체가 성장해가는 모습은 좀 기괴한 편이다. 머리가 없는 괴물 같은 모습이라고 할까. 갑판이 휑한 모습이 마치 불구처럼 보인다. (10쪽)

 

기계비평가 이영준의 말처럼 중공업이라는 생명체는 살벌한 풍경에서 자란다. 생명체에 부품을 덧대고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면, 그 물체는 어느새 어마어마한 몸집을 가진 괴물이 된다. 조립하는 과정에 장식은 애초부터 배제된다. 이영준의 말에 의하면, “공장 설비이면서 동시에 건축물이기도 한 이런 구조물들은 어떤 스트레스도 이겨낼 것 같은 강철의 질감”을 지녔다. 냉정한 성장 과정을 거쳐 조성된 중공업도시 울산은 그렇게 괴물들이 사는 도시가 되었다.

 

1974년, 괴물이 걸음마를 시작할 즈음 조춘만은 열여덟의 나이로 울산 현대중공업 소조립 하청업체에 취직했다. 처음 시작한 일은 취부사의 보조공이었다. 배를 만들기 위해 철판 조각을 도면에 맞게 제작하는 일이다. 그는 매사 근면했다. 뒤늦게 학업에 전전했지만, 하나를 배우면 통달할 때까지 익혔다. 용접은 기술이자 예술이라 생각하면서 임했다. 조춘만은 아주 오랫동안 괴물과 동거했다. 숨 가쁘게 일했던 그는 40대 중반 ‘가장 행복하고 보람되게 살아갈’ 방법으로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조춘만은 이번엔 집게나 쇳조각이 아니라 카메라를 잡았다. 또 한 번 괴물들이 사는 곳으로 들어갔다. 기계에 엔진을 장착할 때처럼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다시 숨을 참았다.

 

 

나는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산업 시설과 인공적 시설물이 정직하다는 조심스런 결론을 얻었다. 인간들 틈바구니에 존재하는 모든 인공적 시설물은 사람이 조종하는 대로 충실하게 작동하고 움직이며 또 생명을 유지해나간다. 어떻게 보면 애처롭기도 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이나 장대한 계획보다는 살아오면서 내 앞에 놓인 일들을 열심히 했다. (250쪽)

 

조춘만의 사진은 지금껏 본 적 없던 처음 나타나는 역사다. 그의 사진은 애호에 기초한다. 기업에 스폰서를 받고 찍은 사진이 아니다. 탱크와 파이프가 너무 예뻐서, 오직 그것만을 찍고 싶어서다. 사진 속 부제로 찍힌 사람은 부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은 기계를 예쁘게 담아내기 위해서지, 여기서 사람은 번져도 좋다. 기업 연감 사진에서 어색한 포즈를 취하던 사람의 모습은 조춘만의 사진에 없다. 그의 산업 사진은 기계가 주인공이다.

 

조춘만은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산업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 필요가 없다는 듯 무모할 정도로 자신의 사진에서 생물체의 그림자를 지운다. 그렇게 된 첫째 이유는 무엇보다도 오늘날 산업 현장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123쪽)

 

 

그가 바라본 중공업의 기계는 무시무시하게 아름다운 객체다. 단지 인간이라서 기계를 무리하게 휘어잡는다거나 산업과 맺은 관계를 함부로 부리지 않는다. 그는 기계의 효율을 존중한다. 그래서 그의 사진이 예쁘다고 할 수 있다. 조춘만의 사진에서는 석유화학 공장이 연주하는 웅장한 교향곡이 들리고, 볼 탱크와 쿨링 타워가 빛내는 우아한 오로라가 보인다. 그의 중공업은 특급 괴물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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