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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폭력

2018년 9월 14일 오늘의 책

언어폭력

퍼트리샤 에반스 | 북바이북 | 2018.03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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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그냥 한 말일 텐데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 걸까?” 그 이유는 당신이 언어폭력을 당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타인을 밟고 올라서는 행위나 다른 사람을 이기려 들고, 깎아내리고, 반박하고, 조종하고, 비난하고, 강압하며 겁주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이렇듯 언어폭력은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지만 자신이 언어폭력을 당하고 있는지 알아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상대를 비하하는 말을 하는 것이 언어폭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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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영혼이 잠식되고 있는 이유, 언어폭력

 

저자 퍼트리샤 에반스는 미국의 의사소통 전문가이자 컨설턴트, 강연가다. 이 책은 약 40 여명의 언어폭력 피해 여성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언어폭력을 인식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언어폭력을 확인해보는 체크리스트와 피해자의 경험과 느낌, 언어폭력을 설명하고 있다. 2부는 언어폭력 유형의 특징과 대처방법, 치료사와의 상담 등을 다룬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언어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고방식’이다. 언어폭력 가해자는 A의식세계, 피해자는 B의식세계를 가지고 있다. A는 지배와 통제로 힘을 느끼고 B는 상호 존중과 상호 참여를 통해 힘을 느낀다.
가해자인 A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다. 자신의 심리조정이나 설득력이라 칭하며 남을 깎아내리는 행위로 힘을 행사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그 부분에 대해서 말하면 일관된 소리로 부인한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예민하다, 당신은 잘못 이해하고 있어.”등으로 말이다.


이런 말을 들은 B는 상호 존중과 상호 참여를 바탕에 둔 의식 때문에 “내가 성격이 모나서 그런가 봐, 내가 너무 솔직해서 배려하지 못했나 봐.” 하며 A에게 사과한다. 그리고 B는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다가 A에 의해 부정당한다. 더 이상 토론이 아닌 싸움이 싫은 B는 말하는 것을 그만둔다. 결국 A가 승리한 것으로 끝난다.


이 사고방식은 에리히 프롬의 1976년 발간된 『소유냐 존재냐』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두 가지 실존 양식인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의 분석과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소유적 실존 양식은 모든 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는 삶의 양식으로, A의 세계관인 상대방에게 지배권을 행사하려는 행위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존재적 실존 양식은 모든 것과 참다운 관계를 맺으려는 삶의 양식으로 B의 세계관과 흡사하다.

 

앞서 언급한 예는 언어폭력의 한 유형일 뿐이다. 때문에 가해자의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권력을 행사하며 극도로 까다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인 사람도 있고 똑같은 상황에서 나를 깎아내리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언어폭력의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지배권과 통제권을 잃지 않기 위해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책에서는 19가지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①감정의 격렬함, ②상대방의 감정이나 관점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나 ③피해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이 자신의 상대방이라면 자신이 언어폭력을 겪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대개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을 수시로 바꾸어 피해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성 있는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다.

 

언어폭력은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부장적인 사회, 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악의적인 관습 등에서 말이다. 이는 수직적인 관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 A는 지배권과 통제권을 갖길 원한다. 수직적 관계에서는 그 권리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최근 ME TOO 운동에서 보듯 상하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피해자를 억압한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길들며 세뇌나 심리적 겁박을 만들어낸다. 가령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라며 상하 관계를 강요받는다. “여자는 ~해야 해, 남자가~.”라는 말은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보여주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나랴.”라는 속담은 전형적인 언어폭력이다.

 

언어폭력은 신체 폭행과 다르지 않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의 능력, 기억력, 가치를 의심하도록 조종하고 모욕을 당하더라도 모르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인식과 자존감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그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언어폭력을 알아보는 과정을 가져야 하고 그로부터 회복되는 방법을 기억해야 한다.

 

단순하다. 상대방과 대화하는 동안 나의 마음이 불편하다면, 언어폭력인지 의심해보자. 언어폭력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상황에서 자리를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자.
가해자가 “그냥 농담이었어.”라는 말을 한다면, “그래. 나를 깎아내리고/방해하고/비웃고 나니 이제 본인이 좀 잘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나? 궁금하네. 한번 생각해봐.”라고 말해보자.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돌을 던질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어느 누구도.

 

오늘의 책을 리뷰한 'sl1247'님은?
카라멜맛 팝콘과 무알콜 맥주를 즐기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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