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2일 오늘의 책
윌리엄셰익스피어 | 민음사 | 2004.03
분류 :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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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마지막 작품인 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9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는 셰익스피어 원문에 가장 충실하다고 인정받는 영국 아든 판과 리버사이드판을 비교, 분석하여 완성한 번역이다. 체제 면에서도 셰익스피어 당시의 공연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편집되었다. 원문의 길이, 형식, 언어를 그대로 살림으로써 셰익스피어 작품의 묘미를 우리말로 즐길 수 있게 하였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는 사회에 가장 잘 부합하던 인간이 가장 부적합하게 되는 이야기다. 맥베스는 충직한 신하이자 용맹한 장수다. 그는 시대가 원하는 덕목을 갖춘 인간상이다. 그러나 마녀들의 꼬임에 넘어가 왕좌에 대한 야심으로 죽음을 맞는다. 멕베스는 오늘날 현대인의 인간상을 닮았다. 사람들은 맥베스와 같은 조건이 되었다. 명목상 신분제가 철폐되었기에 개개인의 욕망은 길들지 않았고,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있다. 고삐가 풀려 있다. 누구나 더 나은 존재를 꿈꿀 수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지난날의 슬로건은 왕이 되길 꿈꾸는 맥베스의 야망과 다를 바 없다.
모두가 맥베스라면, 현대 사회에서 마녀는 누구인가? 마녀를 만나기 전까지 맥베스는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을 기르고 법과 도덕, 공통의 동의를 거쳐 법칙 안에서 능력을 발휘했던 사람이다. 그 앞에 마녀들이 나타나 법을 초월하도록 부채질했다. 신분제 철폐는 인간이라면 모두 맥베스의 야망을 갖게끔 한 것이지, 마녀의 역할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즉 야망의 제한이 사라진 덕분에 인간들은 모두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야망을 추구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의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 법과 관습을 무시하는가. 자본주의는 이데올로기가 형성되는 것을 되레 어색하게 만든다. 자본주의하에서 마녀의 정체는 명백하다. 자본주의의 주인, 고용주, 그리고 주체가 되어버린 객체, 바로 돈이다.
돈은 제도에서 벗어나도록 부채질한다. 돈은 내재한 욕망을 끌어낸다. 없던 욕망마저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갑자기 목돈이 생겼을 때 효율적이지 않은 소비, 과시적이거나 충동적인 소비를 하기 쉽다. 돈은 무엇보다도 돈을 욕망한다.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는 이상 돈을 버는 이유는 대체로 돈이다. 맥베스가 처음부터 왕에 대한 욕망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마녀의 예언 직후 맥베스가 욕망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사람도 맥베스처럼 변할 여건이 갖추어지면, 다시 말해 제한을 초월해서 욕망을 실현할 만한 돈이 생긴다면, 혹은 더 많은 돈을 만질 기회가 생긴다면 대다수는 맥베스처럼 타락하고 말 것이다.
돈이 마녀보다 무섭다. 마녀들은 맥베스가 나쁜 마음을 먹도록 부추겼을 뿐, 본디 행동의 끈은 맥베스가 쥐고 있었다. 돈은 사람들의 욕망을 조작하는 동시에 맥베스와 같은 실행의 힘을 부여한다. 돈이 많을수록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고, 사회의 법칙 위에 오른다. 돈은 마녀보다 더욱 무서운 악마라고 볼 수 있다.
누구든지 욕망의 유혹에 휘둘릴 수 있다. 맥베스는 권능을 가진 사람일수록 유혹에 약하고 더 큰 실패를 맛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과거 글로브 극장에서 맥베스를 보았던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맥베스를 쉽사리 비난할 수 없다. 연민을 느끼고, 그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hyebaraki'님은?
디자인과 기술이라는 안경으로 세상을 보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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