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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연습이다

2018년 2월 12일 오늘의 책

다시, 연습이다

글렌 커츠 | 뮤진트리 | 2017.05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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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이 왜 중요한가? 연습은 어떻게 하는 것이고, 어떻게 하면 안 되는 것인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연습’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은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그 성공을 향해 가는 길에서 우리가 부딪고 극복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연습’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저 연습이 중요하다가 아니라,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 어떻게 연습하면 안 되는지를 저자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려주는 책이다. 예술가든ㆍ의사든ㆍ엔지니어든ㆍ운동선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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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향한 끊임없는 미완의 몸짓


우리에게 연습은 무엇일까. 그 미완(未完)을 반복하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일까. 완성을 향한 열정일까, 아니면 그 무수한 미완들이 가지는 의미일까.

저자는 처음부터 이야기가 어떤 종류의 ‘실패’로 끝남을 알려준다. 그의 이야기는 음악이 가지는 상투적인 낭만과 희망을 배제하며 시작한다. 그가 악기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성실한 연습에는 어떤 완성을 향한 갈망, 혹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성실하게 연습하면 점점 실력이 늘 것이라고 다짐했던 말들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런 다짐이 아무 쓸모가 없음을 내 과거가 보여주었다. 음악을 사랑했기에 나는 상심만을 얻었다. (28~29쪽)

그는 음악을 만나 사랑했지만, 음악에게 원하는 만큼 사랑받지는 못했다. 그러면서 희망을 잃어버렸는데도 그는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일방적인 사랑의 끝에 남은 미련을 부여잡거나 새로운 희망을 품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에게 연습은 무엇일까.

연습은 이야기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모난 박자로 진행되는 것도 완벽함까지 쭉 뻗은 길도 아니다. 대신 수많은 갈래의 의심과 욕망을 끌어내기 위해 당신이 직조한 신화일 뿐이다. 그러므로 음악가가 연습에 대해 말할 때 그 주제는 실로 자기 자신이다. (32쪽)

그는 연습을 말하기 위해 자신의 ‘직조한 신화’와 ‘자기 자신’을 이야기한다. 먼저 어린 시절의 그에게 음악은 단지 ‘즐거움’이었다. 음악을 처음 만난 그는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연습했다. 온몸으로 음악을 빨아들였다. 설렘과 떨림이 담긴 그의 수줍은 연습은 즐거움과 행복이 되었고, 연습은 음악의 세계를 향한 걸음마였다. 음악에 관해서는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두루뭉술한 환상이면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계속 연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음악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되려고 했을 때,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음악을 즐기는 평화롭고 느슨한 세계에서 엄격하고 냉정한 경쟁의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그곳에서 음악은 형체가 없는 낭만적인 환상이 아니라 명백한 ‘실체’를 가진 것이었고, 그것은 바로 ‘연주’였다.

예술가가 되려고 15년을 하루같이 연습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오해를 했다. 진실은 이렇다. 음악의 위대함은 가상의 개념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물리적인 형체가 있으며 현실적이다. 예술을 바라보는 내 시야가 원대하거나 말거나 음악에 대한 감정이 심오하거나 말거나, 결국 연주는 당신이 어떻게 연주를 하느냐로 모아진다. (326쪽)

그의 음악은 이제 그가 만들어낸 ‘실체’로 비교당했다. 음악을 향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하든지, 악기를 다루는 자세나 목표가 무엇이든지 상관없었다. 그저 남들보다 우수한 ‘실체’를 가져야 했다. 남보다 우수한 ‘실체’를 향한 연습은 고되고 막막했다. 사방이 뚫린 음악이라는 벌판에서 그는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었지만, 훌륭한 음악의 길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이정표도, 목적지도 없었다.

허허벌판에서 그는 자유롭지도 못했다. 그는 자신이 가졌던 두루뭉술한 환상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음대에 진학한 그는 교수의 가르침에 따라 기타를 음계부터 다시 시작했다. 동료들은 발목이 잡힌 그를 내버려 두고 자신들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그는 벌판에서 자신의 발목을 휘감아 오는 장애물을 묵묵히 치워내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재능에도 계층이 있을까? 나는 이 정도의 재능을 부여받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다시 말해 이 정도로 훌륭하지만 더 발전하지 못하리라 못 박아 놓은 천부적인 질서 같은 것 말이다. 나는 열심히 노력해서 이 연습실까지 왔다. 하지만 이곳을 다시 나가서, 다시 말해 연습실을 나가 무대 위에 설 만큼 재능이 충분할까? (109쪽)

그는 졸업할 즈음에는 이윽고 ‘그럭저럭’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음악가로서 ‘나름’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빈에서 마주한 현실은 결혼식에서 기타를 치거나, 생업을 이어가다 가끔 조그마한 연주회를 열 수 있는 음악가의 길뿐이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연습실”에 도달한 그는, “연습실”을 나오자마자 자신의 현실에 좌절하며 연습을 포기하고 말았다. 더는 예술가가 된 자신을 꿈꿀 수 없었고, 그렇게 음악을 포기했다. 연습을 떠나보냈다.

그는 십여 년간 악기를 연습하지 않았다. 음악은 그에게 상처였고, 연습은 그 상처를 후벼 파는 자해였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결국 기타를 다시 손에 들었다. 연습을 한쪽에 밀어두고 오랜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이윽고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해왔던 음악을, 그리고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연습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간다. 음악에 상처 받은 한 인간이 다시 음악을 연습하고 있는 지금으로.

이제는 열일곱 살이나 스물한 살 때의 나만큼 기타를 잘 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만족시키는 연주도 다시는 못 할지 모른다. 내 손은 예전만큼 유연하지 않다. 게다가 너무나 오랫동안 연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매일 지금처럼 아침에 자리에 앉으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에 자신을 몇 번이고 활짝 열고 그 사랑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려고 애쓰며 연주를 하려고 한다. 이제 더 나은 연주를 한다는 말은 내게서 사라지는 것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계속하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346쪽)

그는 음악을 향한 사랑과 희망, 열정과 헌신, 그리고 좌절과 상처를 거쳐 연습으로 돌아왔다. 그에게 ‘더 나은 연주’는 없다. 그의 연습은 위로 향하는, 더 나은 ‘실체’를 향한 연습이 아니다. “받아들이”고 “계속하는” 연습이다. 그 연습은 하루하루 자신을 갈고닦는 구도자의 모습과 닮았다.

나는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 손가락이 내게 어떤 연주를 허락하든 자리에 앉아서 내면에 꽉 들어찬 의심과 욕망을, 나의 환상과 결점을 연습한다. 당분간은 매일 견딜 수 있는 한 계속 그들을 뒤따르려고 한다. 이것이 내 한계가 내게 가르쳐 준 교훈이다. 이것이 나를 발전시키는 동인이다. (348쪽)

그의 연습은 완벽을 향하지 않는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예술가를 꿈꾸었던 시절의 연주를 지향하는 건 아니다. 그의 연주는 이제 내면을 향하고 있다. 연습은 음악과 동시에 자신을, 삶을 향하고 있다. 이제 연습은 아름다운 음을 내는 것을 넘어, ‘연주’라는 ‘실체’를 개선하는 것을 벗어나 ‘나’라는 총체를 탐구하고 단련하는 일이다. 목적지를 향한 우직한 발걸음이 아니라 허허벌판을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당신이 무엇을 진지하게 연습하든, 무엇을 가슴 깊이 사랑하든 내 경험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게는 그 대상이 음악이었다. 기타 말이다. 당신에게는 당신의 ‘음악’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연습을 한다면 끝내는 그 연습이 당신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 보여 줄 것이다. (348쪽)

연습은 완성이 아니라 내면으로 가는 꾸준한 걷기다. 연습은 연습으로, 끊임없이 미완(未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언젠가 연습으로밖에 닿지 못할 내면의 깊은 곳으로 당신을 이끌 것이다.


| 펜벗 인터뷰

1. 살아오시며 미완(未完)으로 남겨둔 것이 있다면요?
‘쇼팽 발라드 1번’을 연주하는 꿈입니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꼭 연주해보겠다는 일념으로 꾸준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에튀드’를 연습하며 천천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곡이든 일단 연주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면 그 이후는 다듬고 다듬으며 자신의 곡으로 만드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서른 살 이후에는 쇼팽 발라드 1번을 『다시, 연습이다』를 쓴 글렌 커츠처럼 진지하고 꾸준한 자세로 연습하고 싶다는 것도 아직 미완의 꿈입니다.

2. 살면서 미치도록 매진하여 ‘연습’해본 게 있나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이 좋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글을 써볼 일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글짓기부터 시작해서 혼자서 쓴 서평이나 일기, 학교 과제나 세미나 발제문, 독립언론이나 대외활동에서 썼던 기사도 모두 문장 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디앤루니스 펜벗 지원서나 펜벗 활동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겠네요. ‘미치도록’ 매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오랜 시간 연습하고 있습니다.

3. 요즘 어떤 것에 푹 빠져있는지 궁금합니다.
쇼팽의 ‘겨울바람(Etude Op. 25. No. 11)’과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에 푹 빠져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연주하려면 한참 멀었지만, 더듬더듬 겨울바람을 손에 익히는 일이 고되지만 행복합니다. 여러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제가 좋아하는, 만족할 수 있는 연주를 상상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나쁜 페미니스트』는 언제 읽어도 페미니스트로 살아갈 다양한 지침을 제시해주고, 편협한 사고를 부드럽게 풀어줍니다. 자신이 가진 젠더 권력이나 가해지는 억압을 되새기고, 무감각하게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저 록산 게이가 보여주는 신랄한 문장을 보고 웃거나, 글에서 느껴지는 분노와 그녀의 예리함에 울컥하거나 감탄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pianica01'님은?
읽고 쓰는 일, 음악, 그리고 페미니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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