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1일 오늘의 책
김학범 | 김영사 | 2013.05
분류 : 여행/취미/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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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고 싶고 알고 싶고 머물고 싶은 우리 명승 현장보다 생생한 즐거움, 역사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사와 문화적인 고찰,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 따라 풀어낸 생생하고 흥미로운 명승 여행?! 단원 김홍도와 송강 정철이 사랑하고 노래한 죽서루와 오십천의 비경은 어떠한 모습일까? 서산대사는 입적 후 왜 해남 두륜산에 남겨지길 원했을까? 정쟁의 격랑을 피해 은둔했던 야은 길재는 금오산에서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인간과 역사와 자연...
현재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문화의 중요성이 날로 대두되는 가운데 자국의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 발굴하고 그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홍보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무엇보다 해마다 늘어나는 명승지정의 개수로 증명되는데 가까운 중국을 예로 들자면 국가 지정 명승만 208건, 지방 지정 명승은 2,560건으로 도합 2,768 건이라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일본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본의 경우 모두 360건에 해당하는 국가 지정 명승을 가지고 있다. 하다못해 북한마저도 320건의 명승이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는 얼마나 많은 국가 지정 명승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 북한보다는 많겠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문화에 있어서만큼은 우리나라가 훨씬 관심도 많고 앞서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허나, 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가 명승을 국가문화재로 지정한 것은 1970년대 초부터인데 2003년까지 지정된 명승은 고작 7건에 불과하다. 2003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명승 지정과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 2013년 5월의 기준으로 모두 104 곳의 명승이 지정되었다. 꽤 노력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북한의 절반이 안 되는 숫자다. 이렇게 부족한 명승의 숫자는 우리의 국토가 적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없고 그로 인해 찾고 발굴하며 기억하려는 노력 또한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원, 그동안 문화강국이라 외쳐온 입만 부끄러워질 뿐이다. 현재 문화재 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위원장으로 재직 중인 김학범의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 기행》은 바로 이런 안타까움에서 태어난 책이다. 이와 같은 현실을 조금이나마 타개해 보고자 우리나라 명승이 가진 멋과 아름다움을 독자들로 하여금 충실히 완상케 하여 그 가치와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한데, 책을 읽다보면 과연 이런 것도 명승이 되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정원' 이나 문경새재, 대관령 옛길과 같은 '옛길' 거기다 '법성진 숲쟁이' 같은 전통 포구 앞의 마을 숲이나 내앞마을의 '백운정'과 '개호송숲' 등 화려한 문화재에 비한다면 그저 평범한 일상의 풍경이라고 밖에는 보여 지지않는 곳까지 모두 명승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명승의 개념이 너무 협소한 까닭에 생겨나는 놀라움이다. 명승의 개념은 역사적으로 이름이 높다거나 대대로 아름답다고 칭송되어 온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 개인의 정원이나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 또는 아무나 언제든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저수지나 숲이라 해도 그것이 기리고 보존할만한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거나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면 얼마든지 명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까운 일본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일찍이 정원을 명승에 포함시킨 306건의 일본 명승 중 200건이 바로 정원이니 말이다.

책은 그렇게 달라져야 할 명승의 개념을 독자들에게 주지시키듯 삶과 역사의 터전이 바로 명승이라는 보다 확장된 개념에 따라 우리가 명승들을 새로이 찾고 발굴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명승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책의 첫 장을 '고정원', 그러니까 옛 선조들의 정원 소개로 꾸민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렇게 이 책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길재가 금오산에 지었다는 채미정과 그림으로 남아있는 양산보의 '소쇄원'을 비롯한 14개의 '고정원'과 경남 원학동에 있는 수승대와 '춘향전'의 공간적 배경으로 유명한 전남 남원의 광한루원을 포함한 6개의 '누원과 대'를, 그리고 퇴계 이황과 그를 모셨던 기생 두향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단양의 구담봉과 과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했다는 문경새재를 포함한 14개의 '팔경구곡과 옛길'을 비롯해 가야산의 해인사, 두륜산 대흥사, 속세를 떠나 있는 곳이란 이름의 속리산 법주사 등 8개의 유명한 역사와 문화 명소 그리고 아름다운 지중해풍의 풍광과 더불어 농경 자체가 하나의 문화 경관이 되어버린 남해 '기천 마을의 다랑이논'이나 같은 남해지만 오래된 어업문화를 보여주는 '지족해협의 죽방림'을 포함한 7개의 전통산업 문화 경관을 망라하여 모두 49개의 우리가 알고 찾고 보고 느껴야 할 명승들을 소개하고 있다.
안타까움이 너무 깊으면 오히려 그것이 알찬 씨앗이 되어 우렁우렁 커다란 결실의 나무로 자라난다고 했던가. 이 책은 과연 그 말대로다. 읽다보면 그리움이 사무쳐 나도 그곳에 이르러 풍경을 보고 흐르는 공기를 흠향하고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바야흐로 이제 곧 휴가철이다. 이미 해외 쪽 예약은 꽉 차 있다는 말도 들려온다. 그렇다면 너도 나도 다 가는, 남들과 똑같은 해외여행으로 금쪽같은 휴가를 보내기보다는 남과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 줄, 잘 알려지지 않은 명승들을 찾아다녀 보는 건 어떨까? 나의 일부분을 분명 형성하고 있을 역사의 경관 속에서 그 역사를 더듬어 가며 그로부터 파생된 '나'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반추해 보는 것도 가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발터벤야민'님은?
어릴 때부터 밥상머리에서 책 읽는다고 부모님으로부터 야단을 많이 맞았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구립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어버리겠다는 야망을 품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취미가 저를 거쳐 갔습니다만 책에 대한 취미만은 변함없이 남아있습니다. 그만큼 책과 저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그렇게 일상인과 독서가를 '지킬과 하이드'처럼 공유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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