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1일 오늘의 책
지미 헨드릭스 | 마음산책 | 2016.03
분류 : 예술/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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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록과 블루스 시대의 위대한 뮤지션, 지미 헨드릭스 그의 진솔한 삶과 열정이 담긴 국내 최초 자서전 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지미 헨드릭스의 자서전이 출간되었다. 『지미 헨드릭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그의 책인 동시에 『에릭 클랩튼』 『스팅』에 이어 마음산책 뮤지션 시리즈의 세 번째 출간작이다. 스물일곱에 불명의 원인으로 요절한 록스타에 관한 온갖 스캔들을 해명하고자 지미 헨드릭스의 전기 영화 제작자...
우리나라에서 지미 헨드릭스는 음악보다 이미지 또는 신화로 소비되는 경향이 크다. 일례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지만 정규 앨범을 끝까지 감상한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장르적 원인에 있다고 보는데 한국에서 블루스는 잘 팔리는 음악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리듬보다 멜로디를 우선시한다. ‘뽕끼’건 애수건 일종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 그런 우리나라에서 블루스 음악은 너무 짜거나 딱딱한 미국식 스테이크 같은 음악일 것이다. 계속 접한다면 익숙해지겠지만 그러기엔 각자가 너무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나 또한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 아는 척 한다면 우드스탁에서 보여준 강렬한 그의 액션과, 어릴 시절 테이프를 사 놓고 몇 번 듣지 않았던 일렉트릭 레이디랜드 등을 들먹일 수 있지만 깊이 파고들면 금세 빈 수레가 들통난다. 음악에 대해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들었던 중학생 시절에 읽었던 음악 잡지에 지미 헨드릭스는 기타의 신으로 묘사되었다. 잉위 맘스틴 같은 이가 테크닉에만 치중한 반면 지미 헨드릭스는 노이즈와 퍼즈를 통해 기타 연주의 범주를 바꾼 기타리스트로 평가 받았다. 당시 좋아하던 기타리스트(폴 길버트 등)들 또한 가장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로 지미 헨드릭스를 꼽았다. 그때의 영향인지 지미 헨드릭스는 기타 히어로 중 한 명이다.
지미 헨드릭스 자서전에 실린 글은 자서전을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다. 지미 헨드릭스의 인터뷰나 노래 가사, 일기 등을 시대순으로 엮어 솔직하고 혼란스러운, 어떻게 보면 모순된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지미 헨드릭스에 대해 훌륭한 기타리스트였으나 한 순간 산화되었다가 마약과 관련되어 사망한 인물로 알고 있었다. 그의 좌절과 성공, 의심과 확신 등은 죄다 누락되었고 한마디로 정의되었다. 누군가 지미 헨드릭스에 대해 묻는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몇 개의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 터였다. 책을 읽은 이후, 다시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머뭇거릴 것 같다. 그의 삶을 조금 엿본 만큼 그들 중 중요한 것 한 두 개는 소개해야 할 텐데 어떤 것을 고를까. 이 글이 그 질문의 답변이 되면 좋겠다.
지미 헨드릭스는 어린 시절부터 비범했다. 누군가의 백밴드에 서기보다 자신의 음악을 하고 싶어 했고 일렉트릭 기타로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할렘에서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리니치빌리지로 오지 않을래? 뭘 좀 같이해보자고." 하지만 그 친구들은 게을렀고 겁을 냈으며 자기네가 돈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말했다. "당연히 오디션을 할 때는 돈을 못 받지. 거기로 가는 것도 우리고, 잘해보겠다고 의욕적으로 나서는 것도 우리잖아. 그걸 통과하는 것도 우리고. 그러니까 처음부터 지레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모색을 하던 중 애니멀스의 베이시스트 채스 챈들러를 만나 영국으로 건너가 자신의 밴드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었다. 재능이란 의지의 다른 이름이란 걸 느꼈다. 그가 당시 친구들에게 휩쓸려 다녔다면 지금 지미 헨드릭스의 이름은 없었을 것이다.
지미 헨드릭스는 단독자가 되길 원했다. 그는 비틀즈와 롤링스톤즈를 높이 평가하면서 그룹의 가족적인 분위기로 인해 죄다 비슷한 소리가 날 것이라 했다. 그는 마음 맞는 그들을 질투하면서도 멤버들의 관계보다 음악을 더 중시했다. (물론 비틀즈는 중간에 깨지고 스톤즈는 구르는 돌처럼 지금까지 왔지만)
열중한 이후에는 자기만의 생각을 만들어야 한다. 너무 듣기만 하고 충분히 움직이지 않으면 제자리에서 맴돌게 될 것이다.
그는 상상력이 뛰어나고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다. 기타가 낼 수 있는 일렉트릭 사운드와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 이전에 없던 것은 본능적으로 거부감과 위협을 느끼게 하기에 그의 음악은 당대의 사람들에게 저속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의 외모에 대한 말들도 많았다. 그는 이렇게 응대한다.
그래 상상력이 변변찮다면 그럴싸한 외모와 멀끔한 목소리가 필요하겠지.
지미 헨드릭스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과 뭔가를 나누고 싶어했다. 음악을 했던 목적이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그들을 일깨우기 위해서라고 계속해서 강조한다.
나는 여기 소통을 하러 온 것이다. 그게 내가 여기 있는 이유다. 그게 다다. 나는 사람들을 자극하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명언 중 최악은 "누구도 섬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모든 사람은 섬이고 음악은 우리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십자군 운동인 셈이다. 맞는 말 아닌가?
그의 연주 실황이나 사진을 보면 눈가에 웃음이 깃들어 있다. 가끔은 활동 때문에 지치고 시니컬했지만 본질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성향이 책 곳곳에 나타난다. 그래서인지 같은 일을 겪어도 다른 사람들보다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예술가들은 대부분 예민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재능을 아낀다면 그들에 대한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 물론 가짜 예술가에겐 혹독해야겠지만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고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 이름들이 생각난다. 지미 헨드릭스의 자서전이 모두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니, 진실보다 진심에 가까운 문장들이 많다. 일례로 지미 헨드릭스는 약물에 대해 모순된 말을 담고 있다. 자신은 약물에 대해 자유롭고 약물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당시에도 그는 약물로 인해 많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든 자유롭고 싶었던 게 그의 진심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통해 지미 헨드릭스가 우드스탁 같은 공연을 어떻게 바라봤고 그것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 싶었으나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았다. 참가자 숫자가 참 대단했고 미국 국가를 연주한 것에 대한 자신의 의견 정도가 전부다. 그는 콘서트를 열며 얻는 경제적 이득보다 자신의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길 원했다. 현실적인 감각이 부족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요새는 이런 몽상가들이 그립다. 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밝혀야 똑똑하다고 평가 받는 오늘날, 지미 헨드릭스의 이런 모습이 새삼 멋있어 보인다.
처음 성공을 거둘 때는 수요가 정말 많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게 너무 부담스럽다. 자리에 눌러앉아 성공에 만족하는 뚱땡이가 될 수도 있고 거기서 달아날 수도 있는데 나는 후자였다. 나는 더 이상 뭔가에 맞춰가며 살려고 들지 않는다. 만약 내가 자유롭다면 그건 내가 늘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1970년 9월 18일 지미 헨드릭스의 부고 기사로 끝맺는다. 시간 순으로 그의 연대기를 훑으면 마치 맥주를 마시며 지미 헨드릭스와 대화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때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을 같이 들어야 한다. 음악가는 음악으로 말해야 한다. 음악을 설명하는 무엇이든 결국 음악을 보조하는 수단이기에, 이 책은 헨드릭스의 음악에 대한 백 그라운드 라이팅이다. 이 책은 지미 헨드릭스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그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기에 좋은 책이다. 요새 내 주변을 보면 들리는 음악을 듣곤 한다. 나와 내 윗세대들이 잡지에서 록의 계보학을 줄줄 외웠다면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그 강박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너무 기본적인 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머리를 쳐든다. 이 책을 내 사촌 동생이나 미래의 아들딸에게 선물하고 싶다. 이 이상한 아저씨가 지미 헨드릭스란다. 나도 잘 모르지만 되게 재미있는 아저씨야. 같이 읽고 음악을 듣자.
| 펜벗 인터뷰
1. 이번 주제에 '지미 헨드릭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영웅이란 이름을 듣고 여러 이름이 떠올랐는데 주로 뮤지션들이었습니다. 음악은 마치 산소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집중해서 들을 수 있으면서도 다른 일을 할 때 배경 음악으로 기능하기도 하죠. 책이나 영화와 달리 여러 번 반복하며 음미하기에 감정적으로 최전선에 존재하는 예술 장르가 음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뮤지션의 평전을 읽을 땐 다른 때보다 더 집중해서 읽었고 기억나는 책이 여럿 있습니다. 쟈니로튼이나 마일즈 데이비스 등등)
영웅으로 연상된 뮤지션 중 지미 헨드릭스가 포함되어 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서점의 신작 코너에서 본 책의 표지, 어딘가를 응시하는 헨드릭스가 강하게 저를 끌어당기더군요. 어릴 때 앨범 자켓만 보고 샀다가 인생의 밴드가 된 과거를 떠올리며 책을 샀습니다.
다 읽고 난 후 이 사람은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펜벗 주제로 선정했지요. 지미헨드릭스는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으로 타인에게 자유와 영감을 전달한 영웅이었습니다.
2. ‘모든 사람은 섬이고 음악은 우리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지미 헨드릭스가 말했죠. 박달이 님은 음악의 힘을 어디에서 믿으시나요?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매개체라 생각합니다. 가령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을 통해 밴드와 내가 교감하고 관객들끼리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어떤 순간이 있거든요. 물론 무대의 막이 내리면 다들 쓸쓸히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 빛나는 순간이 바로 음악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은 많지만 누군가 왜 좋냐고 묻는다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참 힘듭니다. 음악은 논리의 영역이라기보다 감정의 산물입니다. 수많은 논리에 엉켜 피로할 때, 음악 속에서 휴식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이성과 논리의 폭풍으로부터 나를 분리시켜 주죠. 그게 음악의 힘입니다.
3. ‘나와 내 윗세대들이 잡지에서 록의 계보학을 줄줄 외웠다면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그 강박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너무 기본적인 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머리를 쳐든다.’
모르고 들어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음악입니다. 지금 기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음악을 공부한다면, 그때 느꼈던 강박은 즐거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제게는 기본적으로 반골 기질 같은 게 있습니다. 모두 한쪽으로 몰려가는 걸 보면 피로감이 밀려옵니다. 어릴 때 록의 계보에 저항감을 느낀 것, 또 현재 그냥 쉽게 쉽게 가는 것 둘 다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 것 같아 재미없다고 느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걸 확실히 알고 그걸 향해 가는 도중에 계보가 있고 음악 지식이 있으면 그건 참된 즐거움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도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이 제일 잘 들리고 멋지게 느껴지는 10대 중반 ~ 20대 초반, 알고 싶다는 욕구로 인해 찾아보는 음악적 지식이 가장 귀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호기심과 상상력의 나라
| [박달이 님의 테마북 – 호기심과 두근거림]
| 펜벗 큐레이션 Vol.11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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