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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2020년 11월 11일 오늘의 책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 바다 | 2020.09

분류 : 시/에세이/기행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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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 아마 당신도 그럴 것 같다. 당신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고, 가족에 대한 불가해한 죄책감이 어렴풋이 있고, 우정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특히나 좋아하고, 자신의 어두운 면과 과잉된 면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걸 잘 다스릴 수 있게 되기까지 방기와 고투를 반복해왔다면. 가끔은 자신이 정말로 미친 것은 아닐까 흠칫 놀라고, 평범함을 지극히 사랑하고,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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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고립을 구분 짓는 명랑함

 

우연히 신간 코너에 소개되었을 때 표지의 그림 때문에 눈이 갔다. 앞에 놓인 차를 마시다 말고 어딘가 허공을 바라보는, 누군가를 바라보는지 모르지만, 왠지 그곳엔 아무도 없을 것 같다.

 

명랑한 은둔자라… 은둔자는 명랑하지 않을 듯한데, 저자는 자신을 ‘명랑한 은둔자’로 이름 짓는다. 스스로 고독을 택한 것과 고립되어 고통받는 것은 다르므로, 그 선을 애매하게 넘거나, 넘지 않거나 하면서 양쪽에 발을 떼었다, 들었다 하는 듯하다. 고독과 고립을 구분하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을 하나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수줍음이 여러 성격과 결합하면 다른 양상을 띨 수 있다고도 한다. 예를 들면 차분함과 수줍음이 합쳐지면 차갑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독은 내 경험상 자칫하면 미끄러지는 경사로다. 처음에는 안락하게 느껴지지만 종종 아무런 경고도 자각도 없이 훨씬 더 어두운 것으로 변신할 수 있는 상태다.” (20쪽)

 

“고독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돌볼 의욕이 있어야 하고 자신을 달래고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24쪽)

 

이 책은 내향적 성격을 분석하는 책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오밀조밀 적어나간다. 는 내내 이 운둔자의 문장에 쏙 빠졌다. 솔직하고, 재미있고, 하지만 따뜻하기도 하고, 차분하고, 그리고 저자가 하는 고민이 적나라할 만치 나와 너무 비슷해서 위로받는다. 알콜 중독을 극복한 얘기, 식이장애를 극복한 얘기가 이 책에도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다.

 

“내 몸이 각지게 느껴졌다. 배가 홀쭉해지면서 욱신거리더라도, 그 날카롭고 각진 느낌은 위안이었다. 그것은 내가 해냈다는 뜻이었다. 내가 이겼다는 뜻이었다.” (172쪽)

 

“술이 자신을 산산조각나지 않게 붙잡아주는 접착제인 듯 느껴지죠. 하지만 사실은 술이 문제의 근원이죠. 술은 우리가 꼼짝달싹하지 못하도록 발바닥을 바닥에 붙여놓는 접착제죠.” (212쪽)

 

아버지, 어머니를 연이어 잃은 애도의 글을 읽으면 내내 뭉클, 울컥한다.

 

“엄마가 죽어가던 반년 동안, 저는 제 사람이 점점 더 두 조각으로 뚜렷이 쪼개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자동 조종 장치로 움직이며 할 일을 해내던 낮의 삶과 술의 몽롱함 속으로 사라지던 밤의 삶으로.” (209쪽)

 

친구와의 우정, 개와의 연결, 쌍둥이로서 자매에게 느끼는 감정을 읽으면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은둔하면서도 고립을 벗어나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아껴가며 읽었다. 읽는 내내 글을 꾹꾹 맘속에 집어넣고 싶고, 단어를 기억하고 싶었다. 조카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도 진솔하다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타인의 애정이란 내가 얻어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 사랑받으려면 시험을 통과하고, (…)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여겼어. 그러나 그저 존재하기만 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것도 깊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너를 통해 알게 된 것이 내게는 놀라운 일이야.” (94쪽)

 

온전한 경험에서 해방된 작가가 선하고, 솔직하고, 얘기해주는 이야기. 읽어갈수록 과하게 공감된다.

 

“내가 평범한 삶, 보통 사람이라는 이 목표를 진작 추구하지 못했던 것은 아마 평범함은 나쁜 것이고, 보통이란 추구할 가치가 없는 목표라고 생각하며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286쪽)

 

내가 아니라, 내가 해내는 일로 평가받는 것. 그래서 늘 특별한 누군가가 되길 그토록 원했던 작가가 전해주는 거식증, 알콜 중독, 부모에 대한 애도, 옷에 대한 욕심, 내 몸에 대한 이야기, 친구 이야기, 이 모든 일상의 얘기를 “이건 내 얘기잖아”라고 읽는 내내 중얼거리도록 이토록 공감 가게 속삭여주는 글이라니. 작가의 유고작이라는 게 정말 아깝고 아깝다. 표지부터 안의 글까지 모조리 갖고 싶은 책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nlhangbok365'님은?
한번쯤은 내 스스로가 내 희망이 되길 바라는, 그래서 책을 매일 읽는 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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