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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강정

2013년 4월 10일 오늘의 책

그대 강정

43인 작가 쓰고 7인 사진가 찍다 | 북멘토 | 2013.04

분류 : 시/에세이/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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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서귀포의 바람, 애월의 파도, 북촌의 눈물, 위미의 수평선, 쇠소깍의 고요를 생각하며 두려움과 연민이 어룽진 손으로’ 그대, 강정…… 제주의 당신에게 보냅니다. 43통의 절절한 연애편지, 그리고 아름다워 아픈 ‘당신’의 사진 2013년 4월 3일, 책 한 권이 발간되었다. 제주와 강정을 담았으나 발행일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올해로 65주년이 되는 제주4ㆍ3항쟁을 염두에 둔 책이기도 하다. 애초 이 책은 ‘제주팸플릿작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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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름답다

 

구럼비 바위를 지켜야 하나 말아야 하냐는 논쟁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게 생태적 가치나 문화재적 가치입니다. 제주도에서 희귀한 바위냐 아니냐, 생태계의 보고냐 아니냐를 가지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정작 강정 마을 주민들에게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요? 구럼비 바위가 파괴될 때 주민들이 울부짖는 이유는 자신들의 삶이 바위와 함께 파괴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117쪽, <지엽적이고 비본질적인 것을 지키기 위하여> from 심보선)

 

사람이 무섭다. 개인의 삶보다 국가의 결정을 앞세우고, 같은 땅을 아래위로 나눠 순위를 매기고, 삶터를 가차 없이 밀어내고도 제가 옳다는 사람들.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 건들지 말라.”는 말이 저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제주 곳곳에 유채꽃이 피었다는 이 봄에도 해군기지 건설은 멈추지 않는다. “자신들의 삶이 바위와 함께 파괴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도 계속되고 있다.

 

육지 것이라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참 낯설고 불편한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 시곗바늘은 제주 4.3항쟁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 그날 제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제주 토박이들은 꿈에서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아버지가, 엄마가, 삼촌이, 조카가 이유도 모른 채 죽어 가야 했습니다. 육지 것들에 의해서 말입니다. 내 가족이 누군가에게 주검이 되었다면 그 심정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내 삼촌이, 작은아버지가 제주도에 가서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해도 그날 이후 육지 것들은 모두 죄인이었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69쪽, <육지 것의 고백> form 김희정)

 

사실 이 고통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육지 것들’은 65년 전에도 제주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것이 아물기도 전에 제주도 사람들은 다시 강정마을에 찾아든 ‘육지 것들’과 긴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헌데 이 싸움에 동참한 또 다른 ‘육지 것들’이 있다. 그들은 후원금을 내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영화를 만들고 시를 쓴다. 강정에 상주하고 아예 이사해 주민이 된다. 밥 한 끼라도 같이 먹고 리트윗이라도 한다. 그렇게 만난 ‘육지 것들’과 강정마을 사람들은 4.3 항쟁 65주기를 맞은 지난 주, 그곳에서 평화문화제를 열었다. 시대적 아픔이 깃든 제주 곳곳을 함께 기행하고 ‘지슬’과 ‘비념’의 상영회를 가졌다. ‘강정마을 책마을 선포식’과 ‘작가, 제주와 연애하다’라는 북콘서트도 이뤄졌다. 《그대, 강정》을 선보이는 자리였을 것이다.

 

49인의 작가가 쓴 짧은 글과 7인의 사진가가 찍은 사진을 엮은 책이다. 결코 쉽게 씌어진, 쉽게 찍은 사진이 아니리라. 그들은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그 진실을 위해 그 작은 행동조차도 하지 않는 저 같은 사람”에게 “이런 글을 쓰는 자체가 저에게는 부끄러움”(102쪽, <부끄러움의 섬, 제주> from 박형준)이라고 여기고, “이제 시인들은 기도밖에 할 일이 없단 말인가 하는 황망한 심리상태에 도달하”여 “시가 현실을 얼마만큼 바꿔 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간 회의적”(230쪽, <구럼비는 존재의 터전이다> from 황규관)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결코 포기를 말하지는 않았다. “분명 할 일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작은 것에서부터 한 가지, 한 가지, 내가 가장 잘하는 일에서부터, 그래 이렇게 글을 쓰는 일에서부터 한 가지씩 해 보는 것이다.”(88쪽, <내 첫 몸을 씻은 기억을 일깨운 바다> from 박남준)라고 썼다.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를 소중히 찍어 나갔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사람이 무섭다는 말에 마침표를 찍지 않고 기다려 본다. 어쩌면 강정이라는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더 있다. 믿고 싶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제주의 강정, 그 길 위에서 당신과 내가, 당신과 당신이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라도 만난다면 좋겠다. 어색한 듯 쭈뼛거리면서도 식판 하나씩을 무릎에 올려놓고 웃으며 식사를 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기적은, 그렇게 올지도 모른다. (191쪽, <바람 속에서 흔들리는 평화를 보았다> from 조해진)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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