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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오덕학

2017년 1월 10일 오늘의 책

키워드 오덕학

서찬휘 | 생각비행 | 2017.01

분류 : 인문/교양/철학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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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덕후’의 어원이라 할 수 있는 ‘오타쿠’(おたく)는 일본에서도 멸칭으로 시작되었다. 칼럼니스트 나카모리 아키오는 《만화 브릿코》 1983년 6월호부터 실은 칼럼 〈‘오타쿠’ 연구〉에서 오타쿠를 ‘안경에 파묻혀 영양실조 걸린 하얀 돼지 같은데’ ‘엄마가 사준 옷 차려입고’ ‘세기말적으로 어두컴컴하다가 만화 행사장에선 잔뜩 모여 활개 치는’ ‘남창 같은 구석이 있어 여자를 사귈 수 없을 것 같은 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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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인 게 어때서


몇 년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화 속 미소녀를 사랑하는 한 사내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미소녀가 그려진 베개를 끌어안고 가상 결혼식을 올리고 입을 맞추는 사내의 모습에 사람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전에도 일본 만화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성인에 대해 '오타쿠'라 표현하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줄곧 있어왔다. 다만 이 사내를 기조로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시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너 오타쿠야?' 이와 같은 질문에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고자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만화에 대한 애정과 출중한 그림 실력을 애써 감추는, 일명 '일반인 코스프레'를 감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키워드 오덕학』이라는 과감한 제목의 책이 나왔다. 책 표지날개에 '자생한 한국형 2세대 오덕'이라 소개된 서찬휘 작가는 오랜 세월 만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온 만화 칼럼니스트다. 만화인들을 위한 사이트 <만화인>을 운영하고, 잡지, 전시, 팟캐스트 <만골남>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국내 만화에 힘을 실어온 터줏대감이다.

솔직히 대중문화, 그중에서도 만화를 다룬 책이었기에 다소 가볍게 마음먹고 『키워드 오덕학』을 펼쳤다. 누군가에게는 숨기고 싶은 정체성인 '오덕'을 한 발짝 밖에 서서 '구경'하겠다는, 조금은 짓궂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만화를 단순히 유희와 오락의 대상이자 비주류의 문화로 한정짓는 실수였다. 물론 만화는 보고 즐기는 것이 본질이겠지만, 나아가 문학처럼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저자의 통찰과 사유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일정한 맥락없이 기이한 전개를 보이는 '병맛만화'는 대개 누군가의 할 일 없는 끄적거림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소개하며 오늘날 청년들의 '루저의식'에서 비롯된 자학적인 퍼포먼스로 해석한다. 동시에 '씁쓸하다'는 토닥임을 건넨다. 이는 저자의 시선이 오로지 만화업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적인 영역으로 뻗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보니 책을 읽으며 인터넷 검색창을 계속 두드려야 했다. 독자는 '클리셰', '갈라파고스화', '언캐니밸리' 등 낯설고 흥미로운 용어들을 계속 조우하게 된다. 저자가 오로지 만화 이야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영화와 게임, 지역 캐릭터, 잡지 등 저자가 얼마나 오랜 세월 재미있는 볼거리를 많이 접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재미있게 똑똑해지는 책이다.

인상깊었던 점은 저자가 책을 전개하며 매번 '용어'를 바로잡고 정의하는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오덕문화가 대중문화에 스며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잘못 사용되거나 그 기원이 불명확한 용어들이 많다. 마지막 장 '서브컬처'를 다룬 부분에서 저자는 언어를 '민중의 삶과 사회의 구조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정치적 도구'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용어가 사용자에게 미치는 힘을 알기에 저자의 목소리는 내내 조심스럽고 섬세하다. 앞서 이 서평의 서론에서 사용한 '일반인 코스프레'라는 표현에서, '코스프레'의 오늘날 용례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평한다.

신문 정치, 사회 면에서 코스프레라는 낱말을 검색해보면 '피해자 코스프레', '약자 코스프레', '시민 코스프레', '정치인 코스프레', '희생자 코스프레'… 등등 줄줄이 걸려 나온다. 방송도 예외는 아니어서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2016년 2월 16일자 방송에서는 래퍼 치타와 트루디의 즉흥 랩 디스 배틀 가운데 치타가 "너를 지켜 흉내는 내지 마, 코스프레의 진원지 열등감을 식혀"라는 가사를 내뱉기도 한다.
여기에 쓰인 코스프레에는 '실제로는 아닌데 맞는 척 흉내를 내고 있다'라는 비난이 바닥에 깔려 있다. 하지만 코스프레는 어디까지나 캐릭터를 즐기는 방식이나 자기 스스로가 캐릭터가 되는 경험일 뿐, 그 자체에 악의적으로 남을 속인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다.
언어란 매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약속이다. 악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멋대로 규정하는 시각이 이 이상으로 확고해진다면, 코스프레는 원래 뜻이 어떠하든 더 이상 놀이도 엔터테인먼트도 아닌 사기의 한 범주로 인식되고 말 것이다. 멀쩡한 코스프레를 악의의 똥통에 내몰지 말 일이다.
(55-56쪽)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 그러나 취향을 숨기고 살아가는 능력자 '오덕'들과, 무조건 오덕을 비웃는 '오덕포비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생각보다 당신 주변에는 가치 있고, 가능성 있는 오덕 문화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키워드 오덕학』이 설명해줄 것이다. 당신이 웃고 즐기는 컨텐츠의 기원을 잘 더듬어보시라. 그리고 당신이 뭔가를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시라.
저자가 다음에 들려줄 만화 이야기는 무엇일까? 분명 더 깊고, 더 재미있을 것이다. 그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 Editor_박태연
ssogum@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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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1 ]

  • 만화를 사랑하는 만화 오덕 입장에서 반가운 책이네요! 얼른 읽어 보고 싶어요.[ 2017.01.11 10:36:03 ]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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