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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8176332 / 276쪽 / 248g / 150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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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저자의 말 저물녘의 육거리 시장 좌판에 하나라도 팔려고 쭈그려 앉은 할매들, 입동 지나 첫서리 찬 기운 묻혀 집에 들어가면 반겨 맞을 할배는 있을까. 산책을 하다 보니 가을볕에 시들어 가며 씨앗 하나라도 꽃 만들어 보려는 들꽃 식물들이 문득 내 고향 청주 육거리 시장의 할매 이미지로 다가왔다. 소설 쓰기는 고통과 인내가 필요한 지난한 작업이다. 사회와 세계에 대한 부단한 질문도 중요하지만 인간 존재, 특히 사회적 약자나 그늘에 사는 존재들에 대한 존중과 애정, 그들을 위한 치열한 논구도 필요하다. 이번에 내놓는 소설집은 미흡함이 있을지라도 사회와 세계의 미세한 그늘들을 바닥에서 보려 노력한 것들이다. 세계화라는 거짓 환상 속에 일그러지고 상처받는 존재들, 자칫 간과되는 부조리 및 출구 탐색을 위해 나름의 치열함으로 임했다고 감히 말해본다. 책 속에서 건물이 해체될수록 잠자리가 늘어나는 것에선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건물이 해체되어야 할 철학의 그 무엇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 나는 바닥을 내려보다가 해머를 거머쥐었다. 단단한 콘크리트를 내리치다 보니 지독한 뭔가와 대결하는 기분이었다. 손에 들린 해머가 니체의 망치 같았다. 콘크리트 바닥은 어떤 바탕, 오류의 기원, 뒤집어진 위상이었다. 노동과 자본의 뒤틀린 관계, 문제투성이의 현대 사회를 산출한 잘못된 설계 도면이었다. (먹물 잡부의 눈길 에서) 자기기만이라는 말로 처리되어 버리기엔 끔찍이도 혹독한 삶, 아예 처음부터 기회를 얻지 못해 더러운 게임의 룰 속에 던져진 사람들, 자기기만이 길인 그들에게 그 길을 모독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길엔 관념 따위론 파악할 수 없는 진한 얼룩의 결이 있다. (만년설 에서) 부스에 앉아 좀이 쑤시는 사이 그 두 개의 세계가 충돌을 해대고 있었다. 오후 3시면 그중 하나의 세계의 상징인 객장이 문을 닫고, 붉은빛의 성스런 나라에선 신의 문이 열린다. 오후 3시는 내 심장을 말려버린 시간이기도 하고, 죽어가는 그 심장을 낯선 경외의 손길이 치유해준 시간이기도 하다. 오후 3시는 무수한 사람들의 운명이 어이없이 엇갈리는 시간이다. 오후 3시 정각에 나는 차가운 슬픔의 도시에서 탈출하듯 떠나 뜨끈뜨끈한 피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십 분 남았다 에서) 소설가라는 녀석이 창의성이 그렇게 없나? 아니 모방하거나 저잣거리에서 주워들어 포장을 기막히게 하는 게 소설일까? 대체 소설이 뭐지? 소설가가 곁에 있어도 아직까지 물어본 적이 없네. 어떤 이야기들은 생명체처럼 계속 살아 움직이고 왜 어떤 이야기들은 사장되어 버릴까? (…) 어떤 이야기는 사람을 타락시킨다고 낙인이 찍힘에도 결국은 진실된 철학이라고 여겨질까? (…) 내 가슴에 왜 이리 이야기들이 웅성웅성하는 걸까? 내겐 철학보다 이야기꾼의 끼가 더 강한 것일까? 철학을 하고 싶었던 꿈이 좌절되자 그 습지에서 이야기가 발아하기 시작한 것일까? 대체 이야기가 뭐지? 난 말 없는 아이였는데 내 안의 낯선 이야기들은 어디서, 어떻게, 왜 생겨나 계속 생성되어 번지는 걸까? (…) 이야기란 도대체 뭐지? (그놈의 스토리 에서) “너의 만년설이 뭐니?” 상준은 취기를 핑계로 불쑥 물었다. “아빠. 만년설은 없대. 이제 거의 다 녹았대.” “그렇지. 거의 다 녹았지. 거의 다. 그거 말고 너의 만년설. 너만의.” “아빠. 배고파.” 상준은 아직 덜 녹은 만년설에 뜨거운 불덩이라도 퍼붓고 싶어졌다. 보험의 화마라도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칭얼거리는 딸을 왼팔로 안으며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남은 두 명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만 길게 이어질 뿐 받지 않았다. (만년설 에서) 섬뜩했다. 방망이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혁기 형의 말은 충분히 인정되고도 남는다. 내가 수없이 미안하다는 문자를 날렸고 무기력해진 가슴엔 미안함, 자책 말고도 수없는 상념들이 떠돌았다. 그럼에 내가 백 프로 잘못했다는 말은 도저히 인정되지 않았다. 아니 백 프로라는 말 자체를 감당할 수 없었다. 백 프로라는 말에 깃들인 완고한 경직과 난공불락의 절벽을 견딜 수 없었다. 수상한 음모와 거대한 협잡의 내음을 견딜 수 없었다. 진실이 아님에도 절대화된 허구, 그럼에도 무조건 따르는 허연 눈동자들의 맹목이 끔찍했다. 그러나 그 말에 대해 따지고 들면 혁기 형은 훈계조로 나올 것이 뻔했다. (절대로 에서)
1. 먹물 잡부의 눈길 7
2. 십 분 남았다 43
3. 절대로 67
4. 빨간 농장 101
5. 그놈의 스토리 137
6. 만년설 171
7. 24시간 김밥집 195
8. 모독 교환 사회 221
해설 2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