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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권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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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 15,120
- 16,830
- 25,200
- 16,650
출판사 리뷰
김승필의 첫 시집이 포괄하는 시 세계는 넓고 깊다. 시인은 “나”, “어머니”, “장모”, “처외숙모”, “할머니”, “아내” 등 다양한 인물에 주목한다. 그는 또한 “비닐봉지 하나”, “한 상자 홍시”, “커피콩”, “돼지고기 두루치기” 등 다채로운 사물을 다룬다. 김승필은 “고통”이나 “희망”, “기다림”이나 “시간” 등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성격을 시적 대상으로 껴안음으로써 자신이 추구하는 시학(詩學)의 복합성(複合性)을 완성한다. 시인은 자신의 시와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시인, 작가, 평론가, 사상가 등을 소환하고 스스로가 살아가는 시대와 사회의 핵심을 천착한다. 8편의 시를 중심으로 김승필의 시 세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자. 비닐봉지 하나가 힘없이 떴다, 가까스로 가라앉는다. 바닥을 치며 솟구치는 저 비릿한 생. 어머니의 다리가 찰칵, 지나간다. 금세 홀쭉하다. 이 세상에 와서 뭘 버리고 뭘 챙겨야 할지 굽은 등 억눌러, 억눌러 또 버젓이 저 작은 몸에다 힘껏 허공 한 채 심는 중이다 ―?허공 한 채? 전문 김승필은 일상의 공간에서 “비닐봉지 하나”라는 소박한 대상을 포착한다. 시인이 포착한 것은 비닐봉지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가 여기에서 주목하려는 다른 하나의 시적 대상은 “어머니”이다. 김승필은 비닐봉지의 유영(遊泳)에서 “비릿한 생”의 궤적을 바라본다. 그 생 또는 삶의 주체가 어머니라는 시인의 인식은 독자들에게 감동의 순간을 제공할 수 있다. 홀쭉한 다리와 “굽은 등”으로 대표되는 어머니의 “작은 몸”을 “허공 한 채”로 규정하는 그의 네이밍(naming)은 탁월하다. 시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이름, 김승필을 기억해야겠다. 고통만한 희망이 어디 있을까 낙타의 눈은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다, 온몸으로 생의 바닥 칠 때 절창絶唱이 나온다 ―?고통이 절창이다? 전문 적은 분량으로도 시의 매력을 넉넉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시인은 여기에서 역설(逆說) 또는 패러독스(paradox)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김승필은 “고통”을 “절창” 또는 “희망”과 연결함으로써 평범한 인식을 거부한다. 그는 고통의 부정성을 긍정성으로 전환함으로써 독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데운다. 시인은 고통을 감내하는 주체로서 “낙타”를 제시한다. “늘 젖어 있”는 “낙타의 눈은” 고통과 슬픔을 암시하지만 동시에 “따로 울지 않는” 낙타의 모습은 “생의 바닥”에서도 절창 또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긍정성을 건져 올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보듬기에 충분하고 또한 진한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참꼬막 같은 우이동牛耳洞 독방에 누워 밤새 공포에 떨며 뒤꼍의 우물이 차오르는 소리를 들었다 전남 신안군 안좌면 최호남崔虎男 신안에서 목포로 서울에서 광주로 충북 영동에서 다시 경기 양평으로 평생 물을 끌어안고서 청년은 울고 듣기를 반복했다 반세기가 번뜩 지나간 어느 해 저녁, 집으로 가늘 길, 말은 구린내가 진동하는 큰 똥 덩어리에 불과한 일이라며 목포 오거리 길다방에서 英一이와 光南이를 만나 비겁을 매질하며 북항으로 걸어간 사내 눈이 큰 洙暎을 닮은 사내가 더덕북어를 메고 눈 속으로 걸어갈 때 발레리와 릴케를 거쳐 프란츠 파농,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조지 오웰을 호명하며 아직 붉은 해가 반이나 남았다며 서둘러 퇴근 가방을 챙기며 슬며시 웃는, 갯벌은 철사 빨랫줄처럼 내 눈앞에 길게 펼쳐진다 ―?북항-詩人 최하림? 전문 이 시에서 주목하는 시적 대상은 “시인 최하림”이다. 김승필은 최하림과 그의 삶을 추억한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으며 최하림의 본명이 “최호남”임을 알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독자들은 또한 최하림 시인의 고향이 “전남 신안군 안좌면”임을 알 수 있고, 그가 “신안”, “목포”, “서울”, “광주”, “충북 영동”, “경기 양평” 등에서 삶을 영위했음을 깨닫는다. 김승필의 이 시는 시인 최하림의 삶과 그의 시 세계 형성에 커다란 기여를 한 인물들을 아우른다. 3연 4행~3연 5행은 “목포 오거리 길다방에서/ 英一이와 光南이를 만나/ 비겁을 매질하며 북항으로 걸어간 사내”라는 어구로 제시되는데 우리의 눈길은 “英一이”와 “光南이”에 꽂힌다. 독자들은 여기에 등장하는 “英一이”가 전남 목포가 고향인 시인 김지하의 본명이고 “光南이”는 전남 진도가 고향인 문학평론가 김현의 본명임에 유의해야겠다. 1939년생인 최하림은 1941년생인 김지하, 1942년생인 김현 등과 어울리면서 삶과 시의 길을 모색하고, 사회와 시대의 길을 성찰하며 용감하게 걸어갈 수 있었을 테다. 김승필은 4연에서 최하림의 독서 체험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눈이 큰 洙暎”, “발레리”, “릴케”, “프란츠 파농”,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조지 오웰” 등은 최하림에게 영향을 준 국내외 시인, 작가, 사상가를 가리킨다. 끝으로 여기에 제시되는 “눈이 큰 洙暎”은 시인 김수영임을 밝혀 둔다.
1부
착득거着得去·12
마늘 옥편·13
외길·14
허공 한 채·16
소신공양·17
비꽃을 기다리며·18
극락강역·19
고통이 절창이다·20
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21
화정동 120번지·22
밀랍 표주박 속의 글·24
헤파이스토스 대장간·26
봉받이·28
경암동 기찻길·31
배꼽·32
2부
저랑경猪囊經·34
별정 우체국·35
늦잠·36
북항·38
섬달천·40
죽방렴·42
죽방렴 어부·44
끝말잇기·45
홍어장수 문순득·46
다순구미·48
황태 덕장·50
애기동백·52
어느 소나무의 시간·54
간절·55
소여물통桶 속의 반딧불이·56
암눈비앗·57
3부
사월포 파시·60
독살·61
미역섬·62
개양할미·63
중노두露頭·64
육소장망六?張網·66
와락·67
틀니·68
자반고등어·70
따뜻한 허기·71
허들링·72
닭싸움·73
팽나무·74
안반데기·76
점묘·78
감천2동·80
4부
섬·84
고사리 처형·85
산곡山谷·86
덕산 양조장·87
홍시와 사귀다·88
효과구속·90
번아웃 신드롬·92
거북과 플라스틱·94
남방큰돌고래·95
진경珍景·96
책임을 다하다·97
습관의 힘·98
수원청개구리·99
insomnia·100
도대체 누가 외박할 참여?·102
붉은머리오목눈이 청년·104
목을 감는 일·106
해설 | 권온
시간의 의미와 기다림의 가치·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