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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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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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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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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상처받은 문장의 틈에서 피어나는 향기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문학의 사용가치를 주창하며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오늘날 그가 강조한 문학적 요소는 대개 축소되거나, 남아 있다고 할 만한 일부의 목소리들은 산문으로 옮겨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 대중들에게 있어 문학, 특히 시는 지적 계몽과 유희라는 두 기능 사이에서 설 곳을 잃은 ‘무용한 것’에 불과하다. 수 세기간 이어져 온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그 어느 때보다 자조적으로 들리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굳건해 보였던 문학의 가치는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그러나 여전히 문학의 쓸모를 믿는 존재가 있다. 설령 그 쓸모가 없더라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놓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시인이다. ‘내 글품은 구투를 벗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게 녹은 더디 앉을 것’이라고 믿는 시인은 자신은 물론, 보편적인 사람들의 삶과 닮은 문학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한다. 여전히 문학은 삶의 지혜를 담은 보물창고였다. 시인은 단지 지금까지 지켜온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변치 않는 가치를 알아보는 것뿐이다.
역시 글이라는 것은 맨땅에서 파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요즘에 와서 더더욱 절감한다. 묻은 게 없으면 나오는 게 없다는 것은 만고진리지만 그 토양마저도 굳고 거칠면 도
통 좋은 씨앗도 배겨나질 못한다. 아무리 깊이 파서 땅을 뒤집어놓아도 비 한 번 오고 나면 굳어져서 호미조차 들어가질 않는다. 돌덩이처럼 굳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나마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것은 옛 책들일 수밖에 없다.
_<밤에 물소리를 듣고 초서가 아름다워졌다> 중에서
옛 책에 담긴 문학적 향취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래전 묶었던 원고에 새 옷을 입히는 시인의 의도가 여기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문학은 상처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던가. 세상의 천태만상과 우여곡절을 보고 겪으며 다져진, 무수한 상흔이 비치는 시인의 문장을 곱씹는 일도 하나의 공부일 것이다.
모과라는 열매는 아주 매혹적이다. 저 빛깔을 보라. 저 빛깔이야말로 늦은 가을 저녁을 닮은 빛이 아닐 수 없다. 한쪽에 상처가 나 있다. 상처는 짙은 자주색이다. 길가에 뒹굴던 것을 주워왔던 것이다. 상처 때문에 버림받은 놈일 게 뻔하다.
그런데 온 방을 물들이는 이 향기는 상처에서부터 쏟아져 나온 것이리라. 상처가 향기를 짙게 만들어낸다.
_<모과 향기 속> 중에서
▶ 음악 속의 적막, 적막 속의 인생
스스로 음악 마니아의 지경은 아니지만 ‘어지간히 음악을 좋아한다’고 여기는 시인은 음악을 듣는 가운데 적막을 붙들어 맨다. 맞닿지 않을 것만 같은 두 쌍곡선, 음악과 적막이 시인의 세계 안에서는 교차점을 지닌다. 오랜 적막이 곧 음악이 되고, 흐르는 선율에서 적막을 발견하는 그의 사유는 유쾌하면서 동시에 침착하다.
인간은 그래도 그러한 자연의 순환을 여러 번 경험할 수 있어서 삶과 죽음의 원리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신이 준 기회다. 우리는 늦은 가을 저녁나절이면 숲길을 걸으면서 ‘자연
이 저러하거늘…….’ 하고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걷다가 다시 오래 침묵한다. 침묵이 바로 깊은 생각의 대지이고 지혜의 대지이다. 음악도 침묵을 대지로 삼지 아니한가.
_<풍죽의 브람스> 중에서
시인은 자신의 일부를 이루는 음악 속에 들어앉아 고요를 오래도록 추상한다. ‘몇 겹의 자연 속에’ 파고들었을 그 역사 깊은 적막의 본질을 알아본다. 멀리 있지만, 다행히도 감각할 수 있다. 마침내 독자는 우연히 접한 음악이 귀에 맞는 기쁨을, 한 편의 연주 같은 산문 속에서 발견한다. 그 발견은 적막을 닮았다. 어쩌면 인생일지도.
새 옷을 입으며 4
물 긷는 소리를 닮고 싶다 6
1부
탁 깨우는 한 구절 13
눈의 식량, 귀의 식량 15
돌과 사귀기 18
논어를 권함 24
물 긷는 소리 27
밤에 물소리를 듣고 초서가 아름다워졌다 30
취미는 적적해지는 것 35
햇빛의 일 42
내가 사랑하는 장소, 골짜기의 백합 46
나는 빨리 늙고 싶다 52
음악 속에 있는 고요에 닿기 위하여 56
나무라는 종교 59
간이역은 일상을 기다린다 63
보랏빛 구절초 앞에 앉아보는 일 70
2부
대를 심는 일 75
초승달 아래 우리들의 주소지 79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로 쓴 글 86
고향에만 있는, 낮은 한가위 달 90
소중한 나의 스승 95
유자나무 가지러 곧 영동에 가야 한다 102
모과 향기 속 110
겸손의 간단명료 114
인왕제색 하였으나 123
조그만 집 짓기 130
어느 비 오는 밤 현동 용슬재에서 있었던 일 140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148
비유, 카메라 157
어둠에 새긴다 167
3부
음의 물 위에 배를 띄우고 173
가을의 병을 낫게 하는 것 178
옛 한옥에서 아를의 여인을 듣다 185
겨울에 혼자서 들어야 하는 비창 190
외로움의 품격 195
찬 물소리 속 겨울 나그네 200
모든 음악의 땔감이자 저수지 206
사철나무와 상추 210
인간의 운명과 신에 대한 엄숙 214
풍죽의 브람스 218
집수리 음악 223
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 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