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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6551545 / 300쪽 125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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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역사 앞에서 3부에서 저자는 시간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 여행은 과거를 특권화하거나 신비화하지 않는다. 도리어 저자 자신의 현재를 구성한 과거와 역사에 대한 탐방이라고나 할까? 먼저 「40년 만의 강진」.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광주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안고 돌아오는 길, 40년 전의 나는 40년 뒤에야 어머니와 함께 이곳을 다시 찾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40년 내내 동네에서 미용실을 하신 그분도 이곳에서 계속 머리 손질을 하며 늙을 줄 몰랐을 것이다. 40년도 순식간이었다. 40년의 시간을 보내고서야 알게 된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걸 알고 받아들이는 데 40년이 걸렸다. 다시 40년이 지났을 때 누가 그곳에 남아 있을까. 누가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까. 다시 모르고 영원히 모를 삶. ―「40년 만의 강진」 아버지를 따라 잠시 살았던 강진 기행은, 어릴 때 받은 상처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아직 그곳에서 ‘여전히’ 살고 있는 삶을 발견하게도 해준다. 그러면서 홀연 찾아온 생각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앎’을 갈구하고 ‘앎’이 우리의 삶을 좋게 해줄 거라고 믿어왔지만, ‘모름’을 모르는 ‘앎’은 삶을 더욱 가파르게 할 뿐이다. 이것은 일종의 철학적 깨달음인데, 자신의 ‘모름’을 알게 되기까지 40년이 걸렸다. 어떻게 보면 서정민갑은 이 한 권의 책에서 자신의 ‘모름’을 줄곧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고 겸손히 받아들이는 것은 ‘앎’의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욕망을 알고자 하는 자세는 욕망을 여전히 불타오르게 한다. 도리어 욕망에 대한 앎의 의지를 끄고 모름의 어둠을 택했을 때 욕망의 체온은 뚝 떨어진다. 그럴 때 삶이 좀더 온전해진다. 또 한 가지 저자의 현재를 구성한 것은 자신이 살아온 역사다. 그것을 인상 깊은 글인 「내가 만난 역사, 내게 남은 기억」에서 낱낱이 보여준다. 저자는 먼저 이렇게 말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기억은 최근 기록부터 지워진다고 했던가.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특정 공간을 마주하거나 같은 날짜를 맞이할 때면 소나기처럼 엄습한다.”(204쪽) 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저자가 온몸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건들이었다. 사실 저자의 연령대와 고향, 자라온 장소를 고려해보면 그 역사적 사건들이 저자 ‘현재’에 끼친 영향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대학 시절에 마주해야 했던 사건들은 아마 서정민갑의 정신 지형에 직접 영향을 끼친 것 같다. “1991년 5월의 기억”과 “1996년 여름”이 그것이다. 이 역사적 사건들을 돌아보면서 서정민갑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어떤 사건들의 기억에 대해, 그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슬프고 억울하고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에 공감하게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덕분에 한 사람을 이해하고 역사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함께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기억 사이에 불씨처럼 남은 다른 사건들의 개별적 기억들은 누구도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알려준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역사가 정면으로 관통할 수 있다고 일러준다. 의지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우연일 수 있다고, 그것이 역사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가르쳐준다.(90~91쪽) ―「내가 만난 역사, 내게 남은 기억」 이렇게 서정민갑의 이번 산문집은 추천사를 쓴 장혜영 의원의 말마따나 “사(私)적이고” 동시에 “사(史)적”이다. 하지만 역사 앞에서도 저자의 확고한 자아가 먼저 나서지는 않는다. 역사에게서 배운 것은 그 의미도 의미이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모름’만이 ‘배움’을 받아들인다. 이 책의 기저에는 이 진리가 울리고 있는 것만 같다.
들어가며 4
1부 음악―우리에겐 늘 박수가 필요하다
좋은 작품의 조건을 물으신다면 / 19
예술가의 삶과 행복 / 27
노래가 세상을 바꾸려면 / 35
나를 울린 음악 / 40
슬픔이 너의 가슴에 / 48
나의 비지엠(BGM) / 52
그녀의 웃음소리뿐 / 58
평론가로서 속이 상할 때 / 62
영화는 영원히 그곳에 / 68
2부 생활―당신이 ‘좋아요’를 누르지 않더라도
다르지만 멋진 사람 / 75
채식의 날들 / 80
내가 너의 손을 잡았다면 / 84
누구나 한번은 어쩔 수 없으니까 / 88
환자의 삶 / 93
당신이 ‘좋아요’를 누르지 않더라도 / 98
세미나에서 배운 것들 / 105
내일은 모른다 / 115
함께하는 여행 / 122
질투하는 사람 / 129
운동하는 습관 / 136
빵과 나 / 142
가진 게 많은 삶, 모순적인 나 / 150
일 잘하는 사람 / 158
못 이룬 패셔니스타의 꿈 / 163
면 탐식자의 고백 / 167
3부 삶―그 새벽이 묻는다
나는 가난을 모른다 / 175
도벽의 기억 / 181
어리지만 나빴던 날들 / 184
40년 만의 강진 / 188
누가 나를 글 쓰게 이끌어주었을까 / 193
고향 사투리를 안 쓰는 사람 / 197
내가 만난 역사, 내게 남은 기억 / 203
해바라기의 추억 / 229
나는 어머니의 아들 /234
무디고 이기적인 나와 50년 살기 / 245
아버지, 아버지 / 251
불타는 적개심 / 257
좌파가 되지 못하더라도 / 266
잊을 수 없는 밤 / 276
나의 인생관 / 281
추천의 글 1―김성우(응용언어학자)
부끄럽지만 기쁘게 살고 싶어서 / 289
추천의 글 2―장혜영(국회의원, 정의당)
서정민갑이 공들여 적어 올린 사(私)적이고 사(史)적인 ‘기억의 세계’ / 2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