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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민음의 시 298

정재율 저 | 민음사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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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09189 / 184쪽 124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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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함께 울기 위해 지은 집 숲이 나무를 흘리고 다녔다. 나는 그것을 주워 집을 만들었는데 이 집은 영원히 타오르지 않을 거야, 내가 말했다. -「축복받은 집―숲」에서 정재율은 부지런히 자리를 만든다. 작은 토끼가 들어와 편히 쉬도록 산속 오두막을 지키는 노래의 주인처럼, 이곳에 오고 싶은 이들이 언제든 올 수 있고 이곳에서 가벼워진 사람들이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그곳에서 시인은 가장 인내심이 많고 가장 관찰력이 뛰어난 집 주인이 된다. 마지막까지 그 집에 와야 할 사람들의 기척을 기다리며, 온 감각을 곤두세워 그 신호들을 수신한다. “사람 떨어지는 소리”(「물탱크」)를 들으려 귀를 기울이고, “생각보다 많게/ 숟가락을 더 놓고/ 준비한 찻잔을 꺼”(「어떤 향은 너무 강렬해서 오래 기억에 남게 되는데」)낸다. 담담해 보이는 이 과정은 실은 정재율 시의 화자들의 꿋꿋하고 아름다운 노력에 의해 가능해지는데, 이들이 거듭 다짐하는 것은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너무 열심히 달려서」)다는 마음이다. 이들은 확신보다는 소망으로, 이미 그런 사람이 된 영웅처럼 굴지 않고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아이처럼 바랄 뿐이지만, 그 약하고 어린 기도는 떠난 사람들과 주파수를 맞추기에 충분하다. 잘 우는 사람은 슬픈 사람이고, 간혹 “둥둥 떠다니는 마음 같은 건/ 다 가라앉아서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생각하게 되지만 그는 함께 우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모두 한꺼번에 슬픔을 나누면/ 그건 그거대로 슬프지 않”(「축복받은 집―레밍」)다는 믿음을 붙들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워지며 되살아나는 사랑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라는 물음에 나는 물을 담듯이 두 속을 모아 내밀어 보여 주었다 -「영화와 해변」에서 정재율의 시에서는 고통받고 외롭던 이들이 미약한 목소리로 되살아나 속삭인다. “한여름이 오기 전에 시코쿠에 가고 싶어”(「매미 소리와 빗소리와 망치 소리가 들리는 여름」)라고 말하는 목소리, “같이 걷고 싶어서요”(「현장 보존선」)라고 말하는 목소리. 정재율의 화자는 시코쿠에 가고 싶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같이 걷고 싶다는 말에 함께 걷기 시작한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몸과 대답을 빌려준다. 목소리들이 서로 투닥거릴 때는 아주 다정하게, “너희에게 내 만화책을 몽땅 나눠 줄게 그러니 싸우지 마”(「축일」) 하고 달랜다. 정재율의 화자들은 상대방을 빈틈없이 끌어안기 위해 자신을 비운다. 자신의 얼굴이 비치지 않는 유리창에 목소리만 남은 “죽은 생명체들”의 모습을 “붓과 물감으로/ 더 자세하게 그”(「사랑만 남은 사랑 시」)린다. 자신을 지우고 흐릿해져 가는 이의 얼굴을 되살리는 일. 정재율이 보여 주는 기억과 재생과 대화의 시도는 ‘나를 비우는 일’이자 흰 종이만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일이다. 정재율 시의 화자가 보내는 편지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사랑만 남은 사랑 시」)라고만 쓰여 있고, 보내는 이의 이름은 없다. 사랑을 보내지만 자신의 흔적을 지움으로써 오로지 받는 사람을 위하는 편지를 완성한다. 자신의 이름이 놓일 자리를 지우며 그곳까지 마음으로 채워 둔다. 이 시집을 받아든 이들이 알 수 있듯, 편지에 가득 담긴 것은 마음, 보이지 않는 자리의 이름은 사랑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정재율
저자 : 정재율 1994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19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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