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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769444 / 218쪽 148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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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출판사 리뷰
[본 문] “안녕하세요? 경비원 채용 모집 광고를 보고 전화드렸습니다.” 정중하게 또박또박 발음하려고 노력했다. 담당 여직원은 다음날 11시까지 이력서와 경비원 교육 수료증을 지참하고 아파트 주민회관에 와서 면접을 보면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내 나이를 묻길래 만 63살이라고 대답하니, 만 62세 이하의 경비원만 채용한다는 관리 규정상 면접이 어렵겠노라고 잘라 말한다. 나이 한 살 차이로 면접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니 야속하다. 아예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를 해 주던가. 구차하게 사정을 해 보지만 돌아오는 건 사무적인 대답뿐이었다. 전화는 끊었다. 하지만 미련은 남았다. _15쪽 내가 근무 기간 3년을 채우게 된다면 그건 3개월짜리 근로 계약서를 열 차례 갱신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비원으로서의 3년은 거저 3년이 아니다. 3개월마다 2차 관문이 계속 반복된다. 특히 연말의 관문은 보다 엄중하고 살벌하기까지 하다. 관리실의 지침에 따라 정리 대상이 가려진다. 개인별 근무 태도는 물론이고 입주민으로부터의 민원 대상자였다든지, 아니면 무슨 연유였든지 간에 시말서나 사유서를 쓴 적이 있는지, 그 횟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등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_44쪽 나는 지금 〈갑질본색〉이라는 영화의 조연을 맡고 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갑질본색 주연의 상대역이다. 갑질, 이것은 재벌 2세들만의 단어가 아니다. 내가 경비원으로 있는 이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는 4천여 세대가 입주한 대단지다. 준공 후 10년 가까이 되었고 20평과 30평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굳이 서열을 따지자면 고급 아파트와 서민 아파트의 중간쯤 가겠다. 하지만 여기 사는 입주자들의 대부분은 나름대로 자부심이 상당히 강하고 주변의 오래된 서민 아파트를 아래로 보는 경향도 다분하다. _50쪽 관리실에서도 쩔쩔매고 있는 듯하다. 그가 다시 한 번 욕을 퍼붓는 것을 보다가, 나는 전차에 받힌 모양 그대로 그 집 현관을 털털 걸어 나왔다. 이럴 때는 나는 시체입니다, 나는 투명인간입니다, 하고 자리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괜히 어쭙잖게 사태 수습한답시고 거기서 서성대다가 멱살이라도 잡히든지 아니면 주먹이 오갈 수도 있고, 그러다가 다음 날 조간신문 사회면의 한구석을 장식할 수도 있다. ‘경기도 모모 아파트 초로의 경비원 모모 씨, 젊은 입주민에게 상해를 당해.’하고, 찌그러진 얼굴 사진도 찍히고. 하긴 내가 얻어맞지만 않았을 뿐, 실은 언어 폭력을 흠씬 받고 난 터이다. _63쪽 분리수거일에 배출되는 쓰레기의 절반 이상이 저녁 7시부터 밤 11시 사이에 집중된다. 가장들이 퇴근하고 저녁 식사 후 가족 단위로 함께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기 때문이다. 아빠와 엄마와 아이들이 각각 쓰레기 봉지와 폐박스 같은 것을 들고 분리수거장으로 나온다. 그러면 ‘경비원 한 사람 대 오백 가구’의 대결이 시작된다. _77쪽 경비원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사회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해 온 것일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나도 알게 모르게 많은 갑질을 해 왔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너그럽고 여유 있는 사람인 척해 왔다. 그런 척 해왔다는 그 부분이 더욱 마음에 걸린다. _101쪽 일단 그에게 지적을 받으면 “예, 시정하겠습니다.”하고 짧게 끝내야 한다. 말을 덧붙인다든지 변명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예’도 아니다 “옙!”하고 답해야 한다. 그랬는데도 상대방이 말꼬리를 놓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옙, 시정하겠습니다.”를 반복해야 한다. 나이 육십이 넘은 초로의 경비원이라고 해도 그렇다. 벌레 씹은 표정으로 입으로만 하는 사과도 금물이다. 진심 어린 표정이 기본이다. 그러면서 상황을 얼른 수습한 후 신속히 그 자리를 떠야 한다. _109쪽 반려견을 홀로 두고 집을 오래 비우면 안 된다. 주변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 그리고 홀로 남아 있는 저도 얼마나 외롭겠는가. 아프니까 저리 우는 것에 틀림없다. 배가 고팠든지, 목이 말랐든지, 아니면 무섭고 외로웠든지. 녀석은 짖는 게 아니라 구슬프게 울고 있는 것이었다. 현관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계속 울었을 것이다. 외롭고 고통스러웠을 불쌍한 녀석. 결국 잔인한 것은 사람이다. _138쪽 경비대원 누구라도 가장 피하고 싶은 근무일을 집어내라면 쓰레기 분리수거 작업이 있는 날일 것이다. 이날은 대원 그 누구도 휴가 신청이 불가하다. 그 빈자리를 대신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없는 관리실부터도 대원들에게 이렇다 할 작은 지시사항조차 일체 내리지 않는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더 힘들어진다. 특히 비 오는 날, 거기다가 바람까지 심해지면 곧 죽음이다. 비닐이며 폐지류, 스티로폼 박스 및 각종 쓰레기가 바람에 산지사방으로 도망 다니기 때문이다. _166쪽 그런 날이 있다. 근무하고 있는 초소에서 밖으로 나가 아파트 단지 담장을 돌아나가면 다시 그날의 그들과 만날 것만 같다. 가끔은 손만 뻗으면 가까이 닿을 듯하다. 물론 나의 착각일 뿐이다. 시간을 한 겹만 넘어설 수 있다면 공간은 따라서 펼쳐질 것이건만. 휴스턴에서의 그 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한 번 꼭 가 보고 싶다. 매일 수영하던 푸른 수영장으로. 그 수영장만큼이나 푸르렀던 나의 젊은 시절로. _201쪽
프롤로그 : 저의 직업은요 4
1부 나는 아파트 경비원이다
1 경비원 되기 1일 전 : 나이는 면접 기회마저 앗아 간다. 15
2 경비원 되기 1개월 전 : 우격다짐 교육 이수증 20
3 경비원 되기 2개월 전 : 우선 움직이자 25
4 경비원 되기 12개월 전 : 필사즉생, 이라크 프로젝트 31
5 경비원 취업 후 1차 관문 : 벙어리 삼 개월의 수습 기간 39
6 경비원 취업 후 2차 관문 : 3 6 9.., 3 6 9. 43
2부 경비원의 하루
1 갑질본색 (1) : 무단 폐기물 보라색 캐리어 49
2 갑질본색 (2) : 이물질 수거 명령 57
3 갑질본색 (3) : 젊은 입주민에게 당하다 61
4 연체관리비 독촉장을 전하는 마음 66
5 새로 온 미화원 (1) : 처음 출근하는 사람의 마음 71
6 새로 온 미화원 (2) : 그가 어디서든 대차게 살아가기를 74
7 쓰레기 분리수거 (1) : 1 vs 500의 대결 77
8 쓰레기 분리수거 (2) : 비 오는 날의 재즈 82
9 아파트 생태계 속 얼룩말 생존기 88
10 만 원으로 좋은 사람되기 94
11 투명인간, 어쩌면 움직이는 시설물 99
12 세상에 남의 일이란 없다 103
13 아파트 단지에도 낙하산 부대 108
14 새벽의 사람들 112
15 나도, 당신도, 대리 기사 118
16 어느 부부의 열대야 123
17 나의 처지가 나의 선생이 되다 126
18 나도 누군가에게는 윗집이면서 또한 아랫집이다 131
19 혼자 우는 개, 그리고 취객 136
20 수상한 남자의 출현, 그리고 슬픈 민원 141
21 입주민의 선물 148
22 주차단속 중 만난 ‘그 차’ 153
23 할머니, 죄송합니다 158
24 분리수거장의 수상한 대표님 162
25 어느 멋진 분리수거일 166
26 코로나 캐슬 171
3부 옛날옛날에
1 대련, 추락 전야 179
2 대련의 진 과장 187
3 잘 있거라, 대련 193
4 응답하라, 1981년 Houston 197
5 엄마, 그리고 와송 203
6 조강 210
에필로그 : 나 자신에게 정직하게 다가가는 ‘글쓰기’라는 길 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