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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81308 / 368쪽 137 x 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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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렇게 재밌는 걸 그동안 퀴어들만 보고 있었단 말이에요?”
공연할 때마다 나는 관객이 모두 퀴어라고 상정하고 퍼포먼스를 한다. 왜냐면 내가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에는 성정체성에 관한 여러 가지 구분과 분류가 있고, 그것이 인권운동적인 측면에서나 사회 담론의 측면에서는 엄청나게 유효할 수 있지만, ‘사람 간의 개별적 관계’의 맥락으로 들어왔을 때는 그게 그렇게 확고한 경계를 지을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나는 개개인의 개별성과 저마다의 다양한 관계 맺음을 훨씬 더 피부에 와닿게 경험한다. 나는 그런 면에서 퀴어와 헤테로를 대립구도로 보지 않는다. 그냥 우리는 다 ‘퀴어’라고, 실상은 헤테로가 퀴어의 하위범주라고 인지한다. 우리는 모두 개별적으로 이상한 변태들일 뿐이고, 그것은 헤테로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변태 헤테로들이 많은가. 그들의 헤테로 실천은 얼마나 다 각각 별스럽게 다양하고 잡스럽고 문란한가. 헤테로는 충분히 퀴어하다. 예나 지금이나. (53~54쪽)
Art, Life, Legend 예술, 삶, 전설…
이반지하는 왜 이렇게 웃긴가
이반지하라는 이름은 ‘이반’인 그의 성정체성과 ‘반지하’방에서 삶을 지탱하며 ‘위대한 노래’를 만들어낸 그의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이름이다. 젠더 문제와 주거 문제는 그를 평생 끈질기게 쫓아다닌 숙명이었다. 짐짓 농담처럼 들리는 책제목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를 통해 그는 온 세상을 향해 선언하는 듯하다. 이 거대도시의 땅 아래쪽 ‘반지하’에도 사람이 깃들여 살고 있듯이, 누군가는 끊임없이 부정하고 지우려 하는 ‘퀴어’도 당신 가까이, 이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다고. 그러니 ‘똑똑히 보라, 나는 여기 이렇게 당신들과 함께 살아 있노라’고 말이다.
그의 퀴어 친구들은 자신의 장례식에서는 비건 친구들이 굶지 않게끔 비건 육개장을 준비해달라는 농담 같은 유언을 평소에 툭툭 내뱉는다. 그들에게 ‘죽음’은 너무나 가까이 있다. 퀴어들의 압도적으로 높은 자살률 앞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온갖 폭력 앞에서, 그는 감히 행복하게 잘살자고 부추기지 않는다. 그냥 ‘일단 생존부터 하자’고 말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미디어에 등장한 누군가를 보며 ‘저 사람, 저 정도 상황이면 죽고 싶겠다’라고 생각하면, 별안간 그 사람이 정말로 죽은 채 떠올랐다. ‘죽을 만큼 괴롭겠다’ 혹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면, 며칠 혹은 몇 달 후, 그는 정말로 죽음이 되어버리곤 했다. ‘어, 맞아’라고 답하듯 곧 맥없이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죽을 만한 일에 실제로 죽어버리는 것’을 이렇게 계속 목격해도 되는 걸까.(…)
애도, 삼가 고인의 명복.
나는 이제 그런 걸 하기가 싫어졌다면.
고인, 죽음, 의미.
나는 이제 그런 걸 찾기도 싫어졌다면. (70~72쪽)
일단 생존하기 위해서는 몸을 누이고 맘 편히 먹고 잘 터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인간으로서의 생존을 유지하면서도 예술가로서의 미래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호텔 조식뷔페 직원, 인구주택 총조사 조사원, 영어 강사, 편의점 알바 등 각종 알바에 닥치는 대로 뛰어든다.
해가 아직 남아 있을 때 퇴근하고 싶어서 이른 새벽 조식 뷔페로 출근해보지만, 이 사회는 그가 햇살 아래 예술을 하도록 그리 호락호락 내버려두질 않는다. 휴가철 성수기에는 업무를 마치고 호텔 유니폼을 벗어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어 두루마리 휴지를 목 뒤에 받치고 침을 질질 흘리며 휴게실에서 자다가 저녁 무렵에야 간신히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또 편의점에서 온갖 다양성으로 점철된 이들의 소소한 난동을 목격할 때, 은근한 성희롱을 당할 때, 계속 이러다가는 영혼이 파먹히리라는 것을, 창작에 남겨둘 체력이라고는 조금도 남지 않을 것을 예감하면서도, 그는 알바 전선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다. 목숨값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예술하고자 한 죄’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죽어라 일해도 그의 주거 요건은 썩 나아지지 않는다. ‘집주인 친구들’과의 실랑이 정도는 사소한 문제다. 악기를 다루고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그에게는 필연적으로 좀더 큰 공간이 필요했다. 습한 반지하방에서 캔버스에 곰팡이가 슬까봐 괴로워하고, 아직 팔리지 않은 자신의 그림을 스스로 내다버려야 할지, 아니면 그래도 이고 지고 일단 견뎌봐야 할지 고민하며 이반지하는 가끔 운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화장실 타일과 벽지였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 정말로 화장실 타일과 벽지였다. 왜 싫었나, 왜 견디지 못했는가 묻는다면, 사실 그것을 정확하게 어떤 이유다, 라고 설명하긴 힘들다. 당시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정확히 어떤 무늬와 색감, 텍스처가 미칠 것 같았는지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화장실 타일과 벽지가 나를 매일 절망하게 했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있다. (…)
화장실 타일과 벽지를 보면서 울곤 했다. 그리고 작게 딸려 있는 베란다에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차서 큰 캔버스 그림들이 젖을 때마다 몸에 차곡차곡 절망이 쌓이는 것을 느꼈다. 캔버스를 뽁뽁이로 싸두긴 했지만, 결국 이것이 그림에 곰팡이를 만들 거라는 생각에 비가 올 때마다 초조하고 화가 났다. 나는 그때 집을 관리한다는 게 무엇인지도 몰랐고, 미술 작가로서 작품을 이고 지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도 아직 잘 몰랐다. (166~167쪽)
이반지하, 당신 괜찮아요?
2021년 이반지하의 팬들은 왜 여전히 ‘빵’에 가는가
“유머러스하다…… 제가 웃긴가요? 전혀 아닙니다. 단 한 번도 웃기려고 한적 없습니다. 만약에 이런 저에게 조금이나마 세상을 기쁘게 하는 능력이 있다면, 그런 작은 불씨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의 중심에는 고통과 억압이 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통 없는 웃음은 없는 겁니다.
집안이 화목하면 웃길 필요가 없지. 나와서 광대 짓을 왜 하냐? 내가 뭘 해도 엄마 아빠가 웃어주는디? 우린 눈치 보고 애를 쓰는 거지……
유머러스해지고 싶다, 그러면 어린 시절부터 큰 고통을 겪으면서 사춘기 때 크게 방황하고, 그러면서 내 살길 찾아서 단절도 경험해보고, 다양한 (성적) 경험과…… 차별과 억압을 통해서어떻게든 웃을 일을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들은 얘기예요.” (224쪽)
클럽하우스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시기, 그는 가끔 홍길동처럼 ‘클하’에 불쑥 나타나서 사람들을 미친듯이 웃기고는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의 유머에 열광했고, 그는 농담처럼 혹은 진담처럼 자신의 유머는 ‘고통과 억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에는 이반지하가 최초로 고백하는 폭력의 연대기들이 촘촘히 기록되어 있다. 한때 그는 몸에 멍을 뒤집어쓴 ‘보라색 인간’으로 살았던 적이 있다. 글 「탄생설화」에 실린 그림연작
PART 1 퀴어 이반지하: “근데 너도 알잖아, 우린 이미 망가졌어”
생존자 010
이반지하는 누구인가 017
이반지하의 탄생 020
부동산과 예술하고저 030
최후의 심사 040
정상이라 미안한 친구들에게 051
24절기, 가볍게 짤라서 hit it 055
이반지하, 당신 괜찮아요? 061
얼굴들, 이름들, 말들 069
PART 2 노동자 이반지하: 예술하고자 한 죄
인구와 주택과 총조사 076
아래로 아래로 위로 위로 082
고만고만 서비스 100
쨈쨈 계란계란 참치참치 115
PART 3 생존자 이반지하: 그저 생존하라
탄생설화 126
보라색은 시간이 갈수록 158
이 반지하 165
협탁 아웃 172
젠더 쫓김이 178
탁탁 프라이버시 182
출렁이는 너울거리는 189
럭키 정신병자 195
동반자여 207
어메니티 어메니티 212
PART 4 유머리스트 이반지하: 괜찮아, 웃기면 돼
유머리스트 218
베그노스의 추억 225
도래한 시대 도래미 233
눈 후 산책 239
독수리 육체정신 245
시, 시, 시작 251
플라타너스 256
존나 262
춤이여 땐스여라 266
커터의 사정 273
튀김이 튀김 279
맛깔 이야기보따리 285
PART 5 예술가 이반지하: 가난하고 행복하냐?
방방방글라데시 영화제 292
이반지하 엔터테인먼트 301
이반지하 최초마지막단독인권콘서트 304
무대 신체 308
데이에게 311
영원히 열화되는 삶에 대하여 318
가는 예술이, 오는 예술이 320
중닭의 아름다움 325
짐승 같은 식물적인 331
그림 짐짐 337
대본 리딩 빈둥지증후군 345
글쓰기에 관하여 352
OUTRO 358
추천의 글 슬픔이 전설이 되기까지 _이자람 3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