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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락

원제 : The Lees of Happiness

F. 스콧 피츠제럴드 저 | 조이스 박 역 | 녹색광선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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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554842 / 220쪽 135 x 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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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피츠제럴드는 삶의 표면을 멋지게 그린다는 편견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그가 삶의 표면을 눈부시게 그린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게 그의 전부는 아니다. 환상은 환멸과 샴쌍둥이이기 때문이다. 환상을 좇는 자는 반드시 환멸에 머리를 막게 되어있다. 피츠제럴드는 찬연하게 빛나는 삶의 표면 아래 처절한 환멸의 구렁텅이도 기가 막히도록 잘 그리고 있다. 『행복의 나락』에 실린 단편들은 환상과 환멸이라는 샴쌍둥이를 잘 그리고 있다. 주로 아름다운 여인을 좇는 남자의 환상이지만, 아름다운 남성을 좇는 여자의 환상 (새로 돋은 잎) 역시 다루고 있다. 불과 세 시간에 걸친 환상과 환멸의 변주 (비행기 환승 세 시간 전에)가 있는가 하면, 수십 년에 걸쳐 환상이 환멸로 변하는 경험 (겨울 꿈과 오, 붉은 머리 마녀)도 실려 있다. 환상으로 시작해 환멸로 끝난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삶에서 환상에 환멸이 따라오는 전개는 시간 순이지만, 우리 삶의 의미는 시간 순과 무관하지 않은가. 피츠제럴드는 환멸을 겪으면서도 환상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인물들을 창조해 내었고, 그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다. 추천사 무라카미 하루키 “문장이 잠시도 한군데 머물러 있지 않아서 읽는 이는 그 뒤를 따라가기가 바쁘다. 그는 어디서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재주를 익히게 되었을까? 그건 영원한 수수께끼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의 재능은, 나비의 날갯짓이 만들어 낸 먼지의 무늬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책 속에서 서른다섯 살에서 예순다섯 살까지의 세월은 설명할 필요 없는 혼란스러운 회전목마처럼 수동적으로 사는 멀린 앞을 스쳐 돌아갔다. 회전목마 같다는 건 적당한 비유다. 엇박자로 달리거나 숨 가쁘게 삐거덕거리는 말들이 돌아가고, 애초에는 파스텔 칼라였으나 이제는 칙칙한 회색과 갈색으로 바랜 모습이 곤혹스러우면서 참을 수 없이 어지러운 회전목마다. 어린 시절이나 십 대 시절의 회전목마와는 절대 같을 수 없었고, 특정 구간을 달리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청춘의 롤러코스터도 이와 같을 수 없다. 대부분의 남녀들에게 이 30년의 세월은 점차 인생에서 물러나는 일로 채워진다. 처음에는 젊음의 무수한 즐길 거리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수많은 피난처가 있는 앞자리에서 물러나서는, 피난처가 훨씬 줄어든 줄로 후퇴하는 것이다. 여러 야망이 사라지며 한가지 야망만이 남게 되고, 여러 오락거리가 한 가지 오락거리로 줄고, 많은 친구들이 소수의 친구로 줄어들다가 그들에게도 무감각해진다. 그러다가 마침내 강하지 않은데 강한 자가 되어 고독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는 포탄들이 지긋지긋한 휘파람 소리를 내지만 그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고, 두려움과 피로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주저앉아 죽음을 기다린다. --- p.53 때때로 하룻밤 혹은 이틀 밤 잠을 못자면 눈을 뜬 채 악몽을 꿀 때가 있다. 새로 돋는 태양과 더불어 엄청난 피로감이 급습하면서 주변 삶의 질은 확 달라진다. 누군가 영위하던 삶이 알고 보니 그저 삶의 가지에 돋은 순에 불과하고, 그저 영화나 거울처럼 삶을 비추며 사람들, 거리들, 집들은 아주 희미하고 혼란스러운 과거가 투사된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적으로 명료하게 확신하게 되기도 한다. 제프리가 아픈 첫 몇 달 동안 록산은 그런 상태였다. 록산은 완전히 녹초가 되었을 때만 잠을 청했고, 구름이 낀 것 같은 상태로 눈을 떴다.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기나긴 진찰, 복도에 희미하게 배어드는 약 기운, 한때 수많은 즐거운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던 집안을 걸어 다니는 갑작스러운 까치걸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누웠던 침대에서 베개를 베고 누운 제프리의 하얀 얼굴, 이 모든 것들이 그녀를 짓눌렀고, 돌이킬 수 없이 늙게 만들었다. --- p.90 “제길!”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여러 장면들이 몰려들며 빠르게 지나갔다. 오늘 아침 키티의 모습은 사라졌다. 때묻은 기모노 자락이 말아 올려지며 사라지고, 부루퉁한 표정도, 분노도, 눈물도 모두 씻겨내려가 버렸다. 그녀는 다시 키티 카였다. 노란 머리에 아기 같은 예쁜 눈을 가진 키티 카. 아, 그땐 키티가 그를 사랑했었다, 그를…사랑했었다. --- p.100 그는 전에도 몇 번이고 보았던 예의 그 상처받은 표정을 짓고있었다. 줄리아는 그가 앉은 의자의 팔걸이에 앉아서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면 당신이 내게 뭘 줄 수 있지?” 줄리아가 물었다. “당신이 내면의 힘을 조금씩 키워 약점을 극복할 거라 생각했어. 그럼 당신은 내게 뭘 줄 거야?” “내가 가진 것 전부.” 줄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신이 줄 수 있는 건 잘생긴 얼굴 밖엔 없어. 어젯밤 저녁을 먹었던 식당의 수석 웨이터한테도 있는.” --- p.161 꿈은 사라졌다. 무언가를 빼앗겼다. 극심한 공황이 찾아와 그는 손바닥을 눈에 대고 눌렀다. 셰리 아일랜드에서 철썩이던 물결, 달빛이 비치던 베란다, 골프장 코스의 깅엄 골프복, 타오르는 태양과 그녀의 목 안쪽 깊은 곳 황금빛 솜털의 모습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의 키스에 젖어 들던 그녀의 입, 멜랑콜리하게 처연해 보이던 그녀의 눈, 아침이면 느껴지던 갓 내온 새 리넨 같은 그녀의 청량함. 이러한 것들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했었으나, 더 이상은 아니었다. --- p.211

저자 소개

1896년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1913년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여, 에드먼드 윌슨, 존 필 비숍 등과 교우하며 습작 시기를 거쳤다. 1917년 육군 소위로 임관되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후(戰後) 1920년,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의 감수성을 그려낸 처녀작 『낙원의 이편』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같은 해에 단편집 『아가씨와 철학자』가, 1922년 두 번째 장편소설 『아름다운, 그리고 저주받은 사람들』과 단편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이 출간됨으로써, ‘재즈 시대’를 전형화한 당대의 가장 인기 있는 작가로 발돋움했다. 대표작은 역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위대한 개츠비』(1925)로, 무너져 가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주제를 완벽한 기법과 서정적 문체로 다루어, 발표 당시 T. S. 엘리엇, 거트루드 스타인 등 당대 최고의 작가와 평론가로부터 ‘문학적 천재’, ‘눈부신 예술적 성공’, ‘완벽한 장편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위대한 개츠비』는 《타임》 선정 100대 영문소설에 선정되었다. 그러나 『위대한 개츠비』 이후 10여 년간 피츠제럴드는 알코올에 의존하면서 무질서하고 불행한 생활에 빠졌다. 그리하여, 피츠제럴드는 세 번째 장편소설 『밤은 부드러워』를 1934년에야 비로소 출간했고, 다음 해에 단편집 『기상나팔』도 발표했으나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1936년 피츠제럴드는 《에스콰이어》에 심리적 균열과 문학적 견해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들을 실었는데 ‘무너져 내리다’라는 제목으로 사후 출간되었다. 알코올중독과 병고에 시달리면서 재기를 위하여 마지막 장편 『마지막 거물』을 집필하던 중에 1940년 44세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역자 소개

세상의 구석에서 ‘유색인종,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피부양자가 딸린 비혼자’라는 지표들을 달고 생존한 것이 성공이라 자축하며 산다. 어쩌다 보니 가진 재주가 영어라 강의를 하다가, 바쁘고 힘든 삶에 겨워서 쓰러졌던 순간에 글이 터져 나오면서 한국말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커다란 대의와 고상한 명분은 잘 모르겠으나, 개인의 고통과 슬픔을 통해 타인을 향해 손을 내미는 삶은 믿는다. 그 마음으로 나무를 한 그루, 두 그루 키워 숲을 지킨다. 아이를 키우는 일과, 가르치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내가 나무들을 키우는 방법이다. 나는 경계에서 숲을 키우는 자이다.


서강대학교 및 동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Manchester의 CELSE(교육학대학원)에서 TESOL을 전공,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TESOL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영어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하루 10분 명문 낭독 영어 스피킹 100』 『A Cup of English』 『스피킹에 강해지는 영어회화표현 Best 100』(공저) 『Style English 1, 2』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로버랜덤』 『제3문화 아이들』 『분리된 평화』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서른다섯 살에서 예순다섯 살까지의 세월은 설명할 필요 없는 혼란스러운 회전목마처럼 수동적으로 사는 멀린 앞을 스쳐 돌아갔다. 회전목마 같다는 건 적당한 비유다. 엇박자로 달리거나 숨 가쁘게 삐거덕거리는 말들이 돌아가고, 애초에는 파스텔 칼라였으나 이제는 칙칙한 회색과 갈색으로 바랜 모습이 곤혹스러우면서 참을 수 없이 어지러운 회전목마다. 어린 시절이나 십 대 시절의 회전목마와는 절대 같을 수 없었고, 특정 구간을 달리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청춘의 롤러코스터도 이와 같을 수 없다. 대부분의 남녀들에게 이 30년의 세월은 점차 인생에서 물러나는 일로 채워진다. 처음에는 젊음의 무수한 즐길 거리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수많은 피난처가 있는 앞자리에서 물러나서는, 피난처가 훨씬 줄어든 줄로 후퇴하는 것이다. 여러 야망이 사라지며 한가지 야망만이 남게 되고, 여러 오락거리가 한 가지 오락거리로 줄고, 많은 친구들이 소수의 친구로 줄어들다가 그들에게도 무감각해진다. 그러다가 마침내 강하지 않은데 강한 자가 되어 고독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는 포탄들이 지긋지긋한 휘파람 소리를 내지만 그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고, 두려움과 피로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주저앉아 죽음을 기다린다.(P.53)

때때로 하룻밤 혹은 이틀 밤 잠을 못자면 눈을 뜬 채 악몽을 꿀 때가 있다. 새로 돋는 태양과 더불어 엄청난 피로감이 급습하면서 주변 삶의 질은 확 달라진다. 누군가 영위하던 삶이 알고 보니 그저 삶의 가지에 돋은 순에 불과하고, 그저 영화나 거울처럼 삶을 비추며 사람들, 거리들, 집들은 아주 희미하고 혼란스러운 과거가 투사된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적으로 명료하게 확신하게 되기도 한다.
제프리가 아픈 첫 몇 달 동안 록산은 그런 상태였다. 록산은 완전히 녹초가 되었을 때만 잠을 청했고, 구름이 낀 것 같은 상태로 눈을 떴다.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기나긴 진찰, 복도에 희미하게 배어드는 약 기운, 한때 수많은 즐거운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던 집안을 걸어 다니는 갑작스러운 까치걸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누웠던 침대에서 베개를 베고 누운 제프리의 하얀 얼굴, 이 모든 것들이 그녀를 짓눌렀고, 돌이킬 수 없이 늙게 만들었다. (p.90)

“제길!”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여러 장면들이 몰려들며 빠르게 지나갔다. 오늘 아침 키티의 모습은 사라졌다. 때묻은 기모노 자락이 말아 올려지며 사라지고, 부루퉁한 표정도, 분노도, 눈물도 모두 씻겨내려가 버렸다. 그녀는 다시 키티 카였다. 노란 머리에 아기 같은 예쁜 눈을 가진 키티 카. 아, 그땐 키티가 그를 사랑했었다, 그를…사랑했었다. (p. 100)

그는 전에도 몇 번이고 보았던 예의 그 상처받은 표정을 짓고있었다. 줄리아는 그가 앉은 의자의 팔걸이에 앉아서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면 당신이 내게 뭘 줄 수 있지?” 줄리아가 물었다. “당신이 내면의 힘을 조금씩 키워 약점을 극복할 거라 생각했어. 그럼 당신은 내게 뭘 줄 거야?”
“내가 가진 것 전부.”
줄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신이 줄 수 있는 건 잘생긴 얼굴 밖엔 없어. 어젯밤 저녁을 먹었던 식당의 수석 웨이터한테도 있는.” (p.161)

꿈은 사라졌다. 무언가를 빼앗겼다. 극심한 공황이 찾아와 그는 손바닥을 눈에 대고 눌렀다. 셰리 아일랜드에서 철썩이던 물결, 달빛이 비치던 베란다, 골프장 코스의 깅엄 골프복, 타오르는 태양과 그녀의 목 안쪽 깊은 곳 황금빛 솜털의 모습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의 키스에 젖어 들던 그녀의 입, 멜랑콜리하게 처연해 보이던 그녀의 눈, 아침이면 느껴지던 갓 내온 새 리넨 같은 그녀의 청량함. 이러한 것들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했었으나, 더 이상은 아니었다. (p.211)

 

 

목차

책 머리에
오, 붉은 머리의 마녀
행복의 나락
비행기 환승 세 시간 전에
새로 돋은 잎
겨울 꿈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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