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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한 해바라기 밭

리쥐안 저 | 김혜경 역 | 더라인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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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403233 / 312쪽 13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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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리쥐안
저자 : 리쥐안
1979년 신장에서 출생했다. 어린 시절, 가족을 따라 아러타이산에서 유목민들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다. 1999년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남방주간〉, 〈문회보〉 등에 칼럼을 기고했다. 2010년 상하이문학상, 2011년 인민문학상, 2012년 주자청산문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천산문예상도 수상한 바 있다. 산문집으로『아홉 편의 설경(九篇雪)』,『나의 아러타이』,『아러타이의 끝자락』, 『밤길을 걸을 때는 큰소리로 노래하세요』,『하나의 기억, 셋의 망각』등이 있다. 장편 산문집으로는『겨울 목장』과 『양들의 길』 3부작이 있으며, 시집으로는『기차야, 빨리 가자』가 있다. 리쥐안의 작품은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으며 독자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민문학〉에서는 그녀의 글을 당대 중국 최고의 순수미를 구현한 작품이라 극찬하였다. 『아스라한 해바라기 밭』은 제7회 루쉰문학상을 수상했다.

역자 : 김혜경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에서 통번역을 전공했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언어학을 공부하고, 현재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중국어 통번역학과에서 석박사생 논문 지도와 통번역학을 가르친다. 소설 『샤오홍의 황금시대: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를 공역했다. ‘지오킴’이라는 필명으로 브런치를 운영한다

역자 소개

  • 역자 : 김혜경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에서 통번역을 전공했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언어학을 공부하고, 현재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중국어 통번역학과에서 석박사생 논문 지도와 통번역학을 가르친다. 소설 『샤오홍의 황금시대: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를 공역했다. ‘지오킴’이라는 필명으로 브런치를 운영한다.

 

책 속에서

‘희망’은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때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9쪽

온종일 벗은 채로 해바라기 밭을 돌아다니느라 햇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엄마의 몸과 만물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이파리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고, 바닥의 흙은 발바닥을 은근하게 간질였다. 엄마가 해바라기 밭 한가운데를 걷는 모습은 물속에서 둥둥 뜨지 않도록 노력하며 강을 건너는 것처럼 보였다.
24쪽

이제 막이 열릴 차례였다. 대지는 전에 없던 적막에 둘러싸였다. 엄마는 유일한 관객이었다. 천 한 조각 걸치지 않고 장화 하나만 달랑 신은 엄마는 촉촉하게 젖은 채로 빛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엄마를 보지 못했다. 엄마는 가장 큰 식물이었고, 삽은 소중한 권력의 지팡이였다. 장화를 신은 엄마가 다다르지 못할 곳은 없었다. 엄마는 여왕처럼 자유롭고 당당했다.
26쪽

나는 떠나보내는 것을 잘하고, 엄마는 찾아오는 것을 잘한다. 엄마는 늘 궂은 날씨에 엄청난 짐을 챙겨 들고 나를 찾아왔다. 눈을 헤치고 온 엄마의 등에는 큰 가방이, 양 어깨에는 큼지막한 보따리가 매달려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보따리에 납치된 사람 같았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다른 데 신경 쓸 새도 없다는 듯 보따리들 속에서 필사적으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숨을 채 돌리기도 전에, 어서 나머지 짐을 마저 가지고 오자고 성화를 부렸다. 엄마 뒤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현관문 밖에 엄마가 들고 온 것의 배가 넘는 짐이 있었다.
34쪽

버스가 멈춰 서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몇 번이나 앞으로 달려가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혔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간절하게 엄마가 있는 창 아래로 달려가서 까치발을 딛고 차창을 두드려 엄마와 다시 한번 이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하지 않았다.
39쪽


나는 할머니와 함께 생활했다. 온종일 할머니가 살아가는 세월의 언저리를 배회했다. 이상한 건 그 세월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독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마치 누에고치의 일
생 같았다. 나는 누에고치처럼 자기 안에 침잠하던 할머니의 삶에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알 수 없는 세계를 방해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 일방적이고 세속적이며 이기적인 ‘정’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83쪽


버스가 도착했고 또다시 떠났다. 사람들도 이리저리 흩어져 떠나가고 마을도 점점 변해갔다. 우리 발밑의 대지는 몇억 년 동안 존재해 왔는데 나는 고작 몇십 년 살았을 뿐이며 내게는 휴대폰 한 대가 전부였다. 기적이 일어났을 때, 희망이 강렬해질수록 더 지독하게 엄습하던 고독감이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큰 소리로 울고 싶었다. 우리의 삶은 이전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절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적의 순간이 끝난 뒤에도 허수아비는 내 곁에 남아 따뜻하게 나를 바라봐 주었다. 우리를 둘러싼 해바라기만이 아주 조용히 자라나며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희망을 전하고 있
었다.
111쪽

엄마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이 구름 조각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동안 구름은 천천히 변해서 점점 평범해졌다. 그럴수록 엄마가 고민 중인 말들은 더욱 화려해졌다.
여전히 한 곡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엄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그때 토끼가 사라졌다. 엄마는 토끼와 구름 사이에 비밀이 있다고 생각했다. 토끼와 구름 모두 흰색이었다.
127쪽


엄마는 싸이후에게도 애틋한 존재였다. 그 애틋함은 엄마가 주는 안정감에서 오는 것이었다. 안정감은 언제나 어디서나 함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기도 했다. 싸이후는 토끼도 애틋하게 여겼다. 엄마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토끼를 보여 주었을 때, 싸이후는 꿈결에 무언가를 만지듯 아주 천천히 입으로 살짝 새끼 토끼를 건드렸다. 이 생명체가 자기 자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었다. 싸이후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아름답다는 걸 아는 듯했다.
150쪽


진정한 농부는 몇 년간 농사를 짓고 나면 몇 년은 땅을 쉬게 두었다가 씨를 뿌린다. 또는 몇 년간 해바라기처럼 땅에 무리를 가하는 농작물을 심었다면 그 후 몇 년은 토양을 재생시킬 수 있는 거여목 같은 작물을 심는다. 농경지도 돌아가며 갈아야 하고 목장도 돌아가며 목축해야 한다. 유목민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은 대지가 충분히 휴식하고 회복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262쪽


해바라기는 아름다움과 행복의 상징이다. 하지만 해바라기는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씨앗일 때의 해바라기, 새싹일 때의 해바라기, 막 줄기가 나왔을 때의 해바라기, 꽃이 필 때의 해바라기, 씨를 품었을 때의 해바라기, 최후에 남은 줄기와 해바라기 기름까지,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해바라기는 꽃을 피우고 찬란하고 장엄한 모습으로 지내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기다림과 인내 속에서 보낸다. 사람에 비유한다면 묵묵히 인내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과 닮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해바라기의 황금빛 찬란한 순간에만 열광하며 그 외 다른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글에서도 너무 많은 것들, 해바라기에 대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 그것들은 언급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속으론 확실히 알고 있다. 분명한 건 자신의 나약함과 허영 때문이라는 것을.
286쪽

 

목차

흉년
쵸우쵸우와 싸이후
게르
물 대기
물
나의 꿈
찾아오는 사람과 떠나보내는 사람
운명
번성
9일 동안
두러 마을
전화 걸기
땅집
외할머니의 세상
외할머니의 장례식
귀가
벼 이삭을 품고 온 개
허수아비
대지
사고뭉치
고독
엄마와 아저씨
닭
오리
토끼
마을
새 집
낯선 곳
손님
화로
고요
휴대폰
돌멩이
우룬구에 관하여
꿀벌
금빛
사막대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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