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구간

푸른 빛의 항케지

배채진 저 | 북랩 | 2020년 11월

미리보기 북트리

정가
$28.00
판매가
$15.40 (45%↓) 최저가 보상
적립금
$0.31 (2%P)
출고예상일
2026년 10월 10일 수령예상일 안내
북카트 담기 바로구매하기 위시리스트담기

평점 -  ·  리뷰 0

리뷰 쓰기

ISBN : 9791165394783 / 302쪽 152 x 225 (㎜)

이 상품에 궁금하신점이 있으세요? 1:1상담문의

추천inside
Adobe Flash Player 가져오기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

아래의 도서와 구매하시면 이 도서들의 적립금을 즉시적용해 드립니다.

  • 15,120
  • 15,300
  • 25,200
  • 16,200

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만덕 고갯길 이 길은 양옆에 나무들뿐이다. 숲속 도로는 아니지만, 교통량이 많은 도심의 도로치고는 숲속 길이라 불러도 될 만큼 숲이 짙은 금정산 끝자락 길이다. 늘어서 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제각기 꽃들을 달고 있다. 생강나무꽃은 피었다 졌고 이어서 핀 산목련, 벚꽃, 산돌배, 아카시아 등이 연초록 잎들과 어우러져 숲을 형형색색 장식하고 있다. 꽃은 화려하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에 피는 꽃들은 움츠렸던 우리의 마음을 그들 꽃처럼 부풀게 하고 화사하게 한다. 그래서 핀 꽃들 사이로 핸들을 잡고 달려가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13쪽) 하이데거 철학은 어떤 면에서 고향 이야기다. 그는 이 시대를 ‘고향 상실의 시대’, ‘가난한 시대’라고 보았다. 세계는 황폐해졌고 신들은 떠나버렸으며 대지는 파괴되고 인간들은 정체성과 인격을 상실한 채 대중의 일원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다. 기술의 지배로 말미암아 자연의 근거가 사라지고 만 어둠의 시대를 가난한 시대라는 것이다. (83쪽) 아궁이의 불이 꺼지면 산골은 고요와 침잠의 늪에 빠진다. 그 속에서 또 소리가 들린다. 물론 겨울이니까 겨울의 소리이다. 봄엔 봄의 소리, 여름엔 여름의 소리, 가을엔 가을의 소리…. 밤,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 더러는 퉁 하고 들리는 감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밤도 감도 떨어지고 나면 밤 잎, 감잎 돌아누우며 서걱대는 소리! (117쪽) 포구의 흔드는 손수건이라, 새파란 청춘 때의 입영 소집일, 집결지인 진주 금성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건네받은 손수건 보따리가 생각난다. 기억의 파편들은 세월의 바다에서 부침하기도 하고 부유하기도 한다. 너무 오래 잠겨 있어 떠오를 때가 되었던 모양이다. 출발한 사량도행 배에서 멀어지는 용암포를 별생각 없이 보고 있을 때 부침하고 있던 기억 하나가 갑자기 생각 위로 떠올랐다. 그건 그때의 노래인 하얀 손수건과 거즈 손수건이다. (159쪽) 10월 19일 일요일 어제 낮에 나는 사람들 앞에서 준비한 얘기를 풀어내었다. 이야기의 제목은 ‘갈 길을 쓰러질 때까지 간 타르코프스키’였다. 그 모임은 ‘갈 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에 갈 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주제를 이렇게 정한 거였다. 걱정하는 마음으로 물을 주면 죽은 나무도 꽃을 피운다고 하는 영화 ‘희생’은 바로 타르코프스키의 유작이다. (205쪽) 낙엽이 흩어진 길을 두 남녀가 어깨를 맞대고 걷고 있다. 다정함보다는 오히려 쓸쓸함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의 뒷모습, 문정숙의 바바리 코트 뒷모습은 지금도 여운으로 남아 있다. ‘아름다움’과 ‘쓸쓸함’의 조화는 쓸쓸하고도 아름다웠다. 날아오르는 비둘기 떼의 몸짓들은 낙엽들이 살아나서 하는 날갯짓이었다. 탈출, 자유로의 비상이라는 환상이 흑백의 단조로운 색조를 통해서 극적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그들의 뒷모습에서 버무려지고 있었다. 낙엽이 살아나듯 비둘기들이 뒤에서 날아오를 때 말이다. (238쪽) 11시, 우산을 들고 나섰다. 수졸재로 가잔다. 가자고 할 때 망설였었다. 밤새 수졸재 지기 장석주 시인과 즐겁게 담론 나누며 친숙해졌지만, 그리고 갈 때 수졸재에 들려 차나 한잔하고 가라고 초대는 했었지만, 그래도 폭우 속의 아침 방문은 느닷없는 방문이고 젖은 발로 마루에 오른다는 것은 폐를 끼치는 일이 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무설재 안주인은 그게 아니라고, 자기 집 빗장을 잘 안 여는 장 시인이 오라고 하는 건 드문 기회라고, 부담 없이 가도 된다고 했다. 가기로 했다. 나섰다. 개울물이 잔뜩 불어 있었다. (290쪽) 기찻길은 보석상에서 멀었다. 약간 멀었다. 역사를 옆으로 두고 앉아 있었다. 의왕역은, 살레스 감독의 영화 ‘중앙역’이 아니었다. 온갖 도시의 비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소외와 비정의 몰인정을 고발하는 브라질 영화 중앙역 같은 역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버드나무 서있고 손수건이 흔들리는 낭만의 역 모습도 아니었다. 곽재구의 ‘사평역’ 같은 역도 아니었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마구 파헤쳐지고 들쑤셔질 날을 기다리고 있는, 좀 썰렁한 역이었다. (298쪽)

저자 소개

  • 저자 : 배채진
저자 : 배채진
부산가톨릭대학교 명예 교수이다.
경남 진주시 장재실에서 태어나 사천시 축동면에서 성장하였다. 서울 가톨릭대학교, 부산대학교, 계명대학교 교문을 거쳤다. 진주, 서울을 거쳐 부산에 정착했다.
학생처장, 교무처장, 입학홍보처장, 인성교양부장, 인문학연구소장 역임하였으며, 희망대학장, 인문고전 대학장, 교수회 회장, 천주교 부산교구 가톨릭 교수회 회장 등으로 봉사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동매 마을 뒤 지리산 끝자락 길뫼재에서 산거 경독 山居 耕讀 중이다.
『계간 수필』에서 2002년 수필인 이름 얻었으며, 계수회, 수필문우회 회원이다. 여러 저서를 집필하였으며 배채진 길뫼 철학 시리즈로 『길 위의 사색』, 『다시 또 봄』, 『언제나 강 저편』을 출간하였다.

책 속에서

만덕 고갯길 이 길은 양옆에 나무들뿐이다. 숲속 도로는 아니지만, 교통량이 많은 도심의 도로치고는 숲속 길이라 불러도 될 만큼 숲이 짙은 금정산 끝자락 길이다. 늘어서 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제각기 꽃들을 달고 있다. 생강나무꽃은 피었다 졌고 이어서 핀 산목련, 벚꽃, 산돌배, 아카시아 등이 연초록 잎들과 어우러져 숲을 형형색색 장식하고 있다. 꽃은 화려하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에 피는 꽃들은 움츠렸던 우리의 마음을 그들 꽃처럼 부풀게 하고 화사하게 한다. 그래서 핀 꽃들 사이로 핸들을 잡고 달려가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13쪽)

하이데거 철학은 어떤 면에서 고향 이야기다. 그는 이 시대를 ‘고향 상실의 시대’, ‘가난한 시대’라고 보았다. 세계는 황폐해졌고 신들은 떠나버렸으며 대지는 파괴되고 인간들은 정체성과 인격을 상실한 채 대중의 일원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것이다. 기술의 지배로 말미암아 자연의 근거가 사라지고 만 어둠의 시대를 가난한 시대라는 것이다.
(83쪽)

아궁이의 불이 꺼지면 산골은 고요와 침잠의 늪에 빠진다. 그 속에서 또 소리가 들린다. 물론 겨울이니까 겨울의 소리이다. 봄엔 봄의 소리, 여름엔 여름의 소리, 가을엔 가을의 소리…. 밤,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 더러는 퉁 하고 들리는 감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밤도 감도 떨어지고 나면 밤 잎, 감잎 돌아누우며 서걱대는 소리!
(117쪽)

포구의 흔드는 손수건이라, 새파란 청춘 때의 입영 소집일, 집결지인 진주 금성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건네받은 손수건 보따리가 생각난다. 기억의 파편들은 세월의 바다에서 부침하기도 하고 부유하기도 한다. 너무 오래 잠겨 있어 떠오를 때가 되었던 모양이다. 출발한 사량도행 배에서 멀어지는 용암포를 별생각 없이 보고 있을 때 부침하고 있던 기억 하나가 갑자기 생각 위로 떠올랐다. 그건 그때의 노래인 하얀 손수건과 거즈 손수건이다.
(159쪽)

10월 19일 일요일 어제 낮에 나는 사람들 앞에서 준비한 얘기를 풀어내었다. 이야기의 제목은 ‘갈 길을 쓰러질 때까지 간 타르코프스키’였다. 그 모임은 ‘갈 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에 갈 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주제를 이렇게 정한 거였다. 걱정하는 마음으로 물을 주면 죽은 나무도 꽃을 피운다고 하는 영화 ‘희생’은 바로 타르코프스키의 유작이다.
(205쪽)

낙엽이 흩어진 길을 두 남녀가 어깨를 맞대고 걷고 있다. 다정함보다는 오히려 쓸쓸함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의 뒷모습, 문정숙의 바바리 코트 뒷모습은 지금도 여운으로 남아 있다. ‘아름다움’과 ‘쓸쓸함’의 조화는 쓸쓸하고도 아름다웠다. 날아오르는 비둘기 떼의 몸짓들은 낙엽들이 살아나서 하는 날갯짓이었다. 탈출, 자유로의 비상이라는 환상이 흑백의 단조로운 색조를 통해서 극적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그들의 뒷모습에서 버무려지고 있었다. 낙엽이 살아나듯 비둘기들이 뒤에서 날아오를 때 말이다.
(238쪽)

11시, 우산을 들고 나섰다. 수졸재로 가잔다. 가자고 할 때 망설였었다. 밤새 수졸재 지기 장석주 시인과 즐겁게 담론 나누며 친숙해졌지만, 그리고 갈 때 수졸재에 들려 차나 한잔하고 가라고 초대는 했었지만, 그래도 폭우 속의 아침 방문은 느닷없는 방문이고 젖은 발로 마루에 오른다는 것은 폐를 끼치는 일이 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무설재 안주인은 그게 아니라고, 자기 집 빗장을 잘 안 여는 장 시인이 오라고 하는 건 드문 기회라고, 부담 없이 가도 된다고 했다. 가기로 했다. 나섰다. 개울물이 잔뜩 불어 있었다.
(290쪽)

기찻길은 보석상에서 멀었다. 약간 멀었다. 역사를 옆으로 두고 앉아 있었다. 의왕역은, 살레스 감독의 영화 ‘중앙역’이 아니었다. 온갖 도시의 비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소외와 비정의 몰인정을 고발하는 브라질 영화 중앙역 같은 역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버드나무 서있고 손수건이 흔들리는 낭만의 역 모습도 아니었다. 곽재구의 ‘사평역’ 같은 역도 아니었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마구 파헤쳐지고 들쑤셔질 날을 기다리고 있는, 좀 썰렁한 역이었다.
(298쪽)

목차

책머리에

하나, 사는 곳 여기
저렇게 빨리
사는 곳 여기
내 어깨
큰마음 먹고
오늘따라 불고 싶다
수문처럼 번져가는 색소폰 소리
오늘의 이곳
한편과 반편
남자, 동굴 속 황제
월요일의 약속

둘, 연구실 화분
버찌는 익었는데 사과꽃은
연구실 화분
흰 칼라 워킹 아이리스
신과 함께 가랍신다
장미와 잡초
이렇게 해서 다시 본 히파티아
그의 묘비엔 달랑 별 하나
11월과 폴크스바겐
오늘도 봤고 내일도 볼 것
이 나이에 연서를 쓰는 기쁨과 고통이라, 글쎄
상실과 회복

셋, 아궁이 상념
샛별이 등대
사방 울타리의 가시나무들
아궁이 상념
그때는 왜
밤나무 그늘 덕석의 의사 지바고
옆집 누나 금순이
나의 강과 엔도의 깊은 강
도서관, 그 젖혀진 커튼의 유리창
모캣불

넷, 쌍홍문 그 신화적 암굴
햇볕들도 재잘재잘
세월의 시선
그 옛날 논두렁
이렇게 일곱까지
어서 오시다
포로처럼 잡혀 와 어딘가 길로6
해와 드레스
쌍홍문, 그 신화적 암굴
누군가의 시선

다섯, 푸른 빛의 항케지
미지의 노래
수색의 왈츠도
푸른 빛의 항케지를
신화가 현실로
그해 겨울의 서울
비로소 원본 파일
닻을 내린 시인의 배
수색 그 물빛 무늬
이제 나 수색의 행로

여섯, 다시 몽유하는가
길 위에 서면
모르는 것에 대한 사색
우리 논의 참새와 남의 논 허수아비
겹친 고마움
대강 가시지라
매실 밭의 살구
다시 몽유하는가
그리움의 부피

일곱, 허물과 실물
허물과 실물
특별한 서울 경험 셋
수필처럼 살아야 산문처럼 풀어내야
미술관의 보행인
무설, 봄엔 안개 겨울엔 눈
수졸, 낮은 자리에서 낮음을 지키는
보석상의 자전거
화엄

책말미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