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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608989 / 296쪽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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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망이와 망소이 [5]
출판사 리뷰
■ 작가의 말
**『망이와 망소이』를 펴내며
망이와 망소이 형제는 고려 명종 때 공주(公州) 명학소(鳴鶴所)에서 천민(賤民) 차별에 항거하여 봉기(蜂起)한 혁명아 형제이다. 나는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이 명학소의 난과 그 주인공 망이와 망소이에 대해 배웠고, 그때 문득 ‘이것은 아주 쓸 만한 소설감’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민 봉기라니! 그때 막 문학에 눈떴던 나는 망이 형제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은 늘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봉건왕조적 사관(史觀)에 의하면 ‘난(亂)’으로 명명되는 모든 민중 봉기(蜂起), 예컨대 명학소의 난, 만적의 난, 홍경래의 난, 동학란 등이 민중사관의 관점에서 보면 부조리한 현실을 변혁하려는 혁명(革命)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사관에 따라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부정적인 ‘난’과 긍정적인 ‘혁명’으로 달리 이름 매겨질 수 있다는 말이다.
게오르그 루카치의 주장에 의하면, 역사 변혁의 주체는 대다수 이름 없는 민중이지 그 시대를 통치하는 왕이나, 권세가, 장군, 귀족들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그들이 소유한 기득권을 지키려 할 뿐, 새로운 변혁이나 진보를 원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변혁과 진보를 가로막는 수구세력이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망이와 망소이는 불합리한 봉건적 계급제도와 인습(因襲)을 타파하려는 민중의 기수(旗手)이자 영웅이라 할 수 있다. 시저나 징기스칸, 나폴레옹 같은 사람이 영웅이 아니라 로마의 검투사 스파르타쿠스나 로빈후드, 망이와 망소이, 전봉준 같은 민중의 지도자가 영웅이라는 뜻이다.
헤겔은 그의 <역사철학 강의>에서 세계의 역사는 ‘세계정신(WeltGeist)’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 발전해 간다고 말했다.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 같은 보편적 가치가 후대로 내려올수록 차츰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향유되었다는 게 그 한 예이다. 헤겔은 이러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굴리거나, 굴리려 애쓰는 사람들을 ‘세계사적 개인’이라 명명했는데, 나는 망이와 망소이가 바로 그런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1995년 겨울 어느 날, 평소 가깝게 지내던 문우들과 교외(郊外)에 있는 작은 절에 바람을 쐬러 갔다. 우리는 절을 둘러보고 절 밑에 있는 호젓한 주막으로 들어가, 난롯가에서 산나물에 탁배기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다가 화제가 우리들의 문학으로 옮아갔다. 이렇게 게으르게 몇 글자 끄적거리면서 작가라고 행세해도 되나. 이러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墓碑銘)처럼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가 되지 않겠나. 우리는 준열한 반성을 했다. 그리고 명색이 작가라면 한 달에 원고 100매 정도는 써야 하지 않겠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동인 명칭을 <백매 문학>, 동인지 이름을 <좋은 문학 좋은 동네>로 정하고, 1년에 4권씩 5년간 한시적으로 20
권의 책을 내기로 했다. 5년으로 시한(時限)을 정한 것은 대부분의 문학동인이 의욕적으로 출발하지만 대개 용두사미로 끝나는 전철(前轍)을 밟지 않기 위함이었다. 나는 <좋은 문학 좋은 동네> 창간호부터 그간 준비해 온 『망이와 망소이』를 게재하기 시작하여. 석 달마다 300~350매의 작품을 연재했다. 낮에는 직장에 나가고, 또 가끔 단편도 쓰면서 석 달마다 300여 매의 글을 쓰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5년 동안 6천여 매의 글을 써냈다.
5년간 20권의 동인지를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심한 병마에 시달리게 되었다. 나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고, 극도로 몸이 쇠약해져 여러 번 입원과 퇴원을 거듭했으며, 의식을 잃고 섬망에 빠진 적도, 빈사 상태에 빠진 적도 여러 번이었다. 작품을 쓰기는커녕 일상적으로 하던 독서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조금씩 건강이 좋아져서, 다시 책도 읽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두어 편의 단편과 자전적(自傳的)수상집 『낭만의 에뜨랑제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를 쓰면서 예전의 필력을 다시 회복했다. 그리고 끝을 못 마쳤던 『망이와 망소이』에 달려들었다. 그간 나의 눈이 달라졌는지 옛글에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나는 과감하게 옛글을 잘라내기도 하고, 새로 보충하기도 하며, 대부분의 문장을 새로 손보았다. 그리고 뒷부분을 집필하여 드디어 『망이와 망소이』를 완성했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내 글의 첫 번째 독자는 언제나 나의 아내였다. 아내는 내가 작품의 초고(草稿)를 완성하면 그것을 꼼꼼하게 읽어 보고, 구성과 문장, 단어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지적하고,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교정까지 봐 준다. 이번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도 아내는 작품을 여러 번 읽고 손보는 큰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글 쓰는 일을 혼자 하는 작업이라 하지만, 돌아보면 오랜 기간 많은 분들의 격려와 가르침에 힘입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내 문학의 보금자리가 되고, 오랜 동안 함께 문학을 한 <수요문학> <신인문학> <백매문학> 동인 여러분의 가르침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2020년 여름 심규식 삼가 씀.
명학소 사람들이 유성현의 삼지천에서 부역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늦가을부터였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마을 사람들 가운데 열여섯 살에서 쉰아홉 살까지의 남정네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부역에 동원되었다. 이번 부역은 지난 여름 큰물이 져서 폐허가 된 현청의 공해전(公廨田)을 복구하기 위함이었다. 부역 기간이 길고 일이 힘들 뿐더러, 감독하는 현청의 구실아치들이 가혹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부역을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했다. 당연하게 부역에 대한 고을 사람들의 원성도 드높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분노와 원망에도 불구하고 부역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부역은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나자마자 시작되어 이듬해 따지기때가 되어서야 끝나는데, 부역꾼들은 길을 닦거나 다리를 놓고, 보를 막거나 둑을 쌓는 일 등에 동원되었다. 성이나 현청의 담을 보수하고, 현청에서 필요로 하는 목재나 땔나무를 벌채하는 일도 부역꾼들의 몫이었다.
미륵뫼와 그의 아버지 미조쇠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매일 20리 길이 넘는 삼지천으로 부역을 하러 나갔다. 삼지천에는 명학소 6개 마을 사람들 외에도 미화부곡과 정을부곡, 갑호향, 상덕향 사람들이 부역을 나왔다. 그들은 현청에서 나온 감독들에게 점호를 받은 다음, 홍수에 휩쓸려 가력되어 버린 황무한 땅을 하루 종일 파 일구어야 했다. 살을 에는 추위와 칼날같이 날카로운 바람 속에서 그들은 꽁꽁 얼어붙은 땅바닥을 찍어서 돌과 자갈을 골라내고 바위를 들어냈다.
그리고 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고 둑을 새로 쌓았다. 가쁜 숨을 돌리기 위해 잠깐 일손이라도 멈출라치면 군졸과 관노 들이 도끼눈을 뜨고 사정없이 훌닦아세웠다.
그렇다고 부역을 빠질 수도 없었다. 집에 무슨 일이 있거나 병이 나더라도 다들 엔간해선 부역을 빠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부역에서 빠지면 그 대신 삼베나 벼를 바쳐야 하는데, 그 대가가 너무나 무거웠다.
이월 스무 날이었다. 그날은 현청의 군졸과 관노 들이 다른 때보다 더 유난스럽게 설쳐댔다. 그날따라 현령 김양기의 아들 김백호가 삼지천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큰 소리로 망소이를 부추겼다.
“그간 심이 많이 늘었구나! 저것두 한 번 들어 봐라!”
저밤이 아저씨가 감탄한 얼굴로 제일 큰 들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아직 한 번두 들어보지 못했어유!”
망소이가 약간 자신 없는 얼굴로 다시 다섯 번째 들돌 앞으로 가서 섰다. 그는 몇 번 깊게 숨을 쉰 다음 결연한 얼굴로 들돌을 붙안고 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같이 벌겋게 충혈되고, 온몸의 근육이 찢어질 듯 뒤틀렸다. 눈이 금방이라도 밖으로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이윽고 들돌이 움찔움찔 조금 움직였다. 이얏! 망소이는 있는 힘을 다 모아 한꺼번에 용을 쓰며 허리를 폈다. 또다시 들돌이 불끈 들렸다.
와아!
햐아!
장사 났다!
사람들의 입에서 일제히 경탄에 찬 고함이 터져 나왔다. 마을 사람들은 다들 놀랐다. 이제 열여덟 살밖에 안 된 망소이가 그 큰 들돌을 들어올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이제 네 심이 망이에 못지않구나!”
“명학소에 형제 장사가 났다!”
“정말 장하다!”
-그러나 아무리 철물을 생산하기가 싫고 공납에 원한이 사무쳐도 철물을 공납하지 않을 방도는 없었다. 공납해야 할 철물을 미처 다 준비하지 못했을 때엔 철물을 더 생산한 일가친척이나 이웃집에서 꾸어 오든지, 아니면 장터에 나가서 다른 물건과 바꾸어서라도 반드시 할당량을 채워야 했다. 공납물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금방 범강장달 같은 군졸과 사령들에게 잡혀가, 인정사정없이 곤장을 맞고 옥사에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가솔을 거느리고 남몰래 도망을 칠 수도 없었다. 도망쳐 가서 살 곳도 없지만, 도망친 사람의 공물을 뒤에 남은 일가친척들에게 부담시키는데, 어떻게 함부로 도망을 치겠는가.
금년에도 공납물을 바쳐야 할 날이 차츰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현청의 호정(戶正)이나 부호정(副戶正) 같이 제법 지위가 높은 향리들이 아랫것들을 거느리고 몇 번이나 명학소를 찾아오고, 창사(倉史)와 공수사(公須史) 등이 사흘거리로 명학소를 들락거렸다. 철물 공납에 차질이 없도록 독려하기 위함이었다.
작가의 말
『망이와 망소이』를 펴내며
제1장 미륵뫼
1. 부역(賦役)
2. 실종과 죽음
3. 누이를 찾아서
4. 김백호
5. 징치(懲治)
6. 출분(出奔)
제2장 수릿날
1. 두 아들 68
2. 야단법석(野壇法席)
3. 솔이
4. 저밤이
5. 씨름판
제3장 돌개바람
1. 승마
2. 짱똘이
3. 철소(鐵所)
4. 불청객
5. 꿈과 현실
제4장 어두운 밤
1. 사랑채 손님
2. 몸종 어금이
3. 밤에 찾아온 사람들
4. 마음이 가는 곳
제5장 둔주
1. 울분
2. 비녀(婢女)
3. 이별
4. 출향(出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