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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8609016 / 264쪽 15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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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망이와 망소이』를 펴내며
망이와 망소이 형제는 고려 명종 때 공주(公州) 명학소(鳴鶴所)에서 천민(賤民) 차별에 항거하여 봉기(蜂起)한 혁명아 형제이다. 나는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이 명학소의 난과 그 주인공 망이와 망소이에 대해 배웠고, 그때 문득 ‘이것은 아주 쓸 만한 소설감’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민 봉기라니! 그때 막 문학에 눈떴던 나는 망이 형제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은 늘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봉건왕조적 사관(史觀)에 의하면 ‘난(亂)’으로 명명되는 모든 민중 봉기(蜂起), 예컨대 명학소의 난, 만적의 난, 홍경래의 난, 동학란 등이 민중사관의 관점에서 보면 부조리한 현실을 변혁하려는 혁명(革命)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사관에 따라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부정적인 ‘난’과 긍정적인 ‘혁명’으로 달리 이름 매겨질 수 있다는 말이다.
게오르그 루카치의 주장에 의하면, 역사 변혁의 주체는 대다수 이름 없는 민중이지 그 시대를 통치하는 왕이나, 권세가, 장군, 귀족들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그들이 소유한 기득권을 지키려 할 뿐, 새로운 변혁이나 진보를 원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변혁과 진보를 가로막는 수구세력이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망이와 망소이는 불합리한 봉건적 계급제도와 인습(因襲)을 타파하려는 민중의 기수(旗手)이자 영웅이라 할 수 있다. 시저나 징기스칸, 나폴레옹 같은 사람이 영웅이 아니라 로마의 검투사 스파르타쿠스나 로빈후드, 망이와 망소이, 전봉준 같은 민중의 지도자가 영웅이라는 뜻이다.
헤겔은 그의 <역사철학 강의>에서 세계의 역사는 ‘세계정신(WeltGeist)’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 발전해 간다고 말했다.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 같은 보편적 가치가 후대로 내려올수록 차츰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향유되었다는 게 그 한 예이다. 헤겔은 이러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굴리거나, 굴리려 애쓰는 사람들을 ‘세계사적 개인’이라 명명했는데, 나는 망이와 망소이가 바로 그런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1995년 겨울 어느 날, 평소 가깝게 지내던 문우들과 교외(郊外)에 있는 작은 절에 바람을 쐬러 갔다. 우리는 절을 둘러보고 절 밑에 있는 호젓한 주막으로 들어가, 난롯가에서 산나물에 탁배기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다가 화제가 우리들의 문학으로 옮아갔다. 이렇게 게으르게 몇 글자 끄적거리면서 작가라고 행세해도 되나. 이러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墓碑銘)처럼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가 되지 않겠나. 우리는 준열한 반성을 했다. 그리고 명색이 작가라면 한 달에 원고 100매 정도는 써야 하지 않겠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동인 명칭을 <백매 문학>, 동인지 이름을 <좋은 문학 좋은 동네>로 정하고, 1년에 4권씩 5년간 한시적으로 20
권의 책을 내기로 했다. 5년으로 시한(時限)을 정한 것은 대부분의 문학동인이 의욕적으로 출발하지만 대개 용두사미로 끝나는 전철(前轍)을 밟지 않기 위함이었다. 나는 <좋은 문학 좋은 동네> 창간호부터 그간 준비해 온 『망이와 망소이』를 게재하기 시작하여. 석 달마다 300~350매의 작품을 연재했다. 낮에는 직장에 나가고, 또 가끔 단편도 쓰면서 석 달마다 300여 매의 글을 쓰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5년 동안 6천여 매의 글을 써냈다.
5년간 20권의 동인지를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심한 병마에 시달리게 되었다. 나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고, 극도로 몸이 쇠약해져 여러 번 입원과 퇴원을 거듭했으며, 의식을 잃고 섬망에 빠진 적도, 빈사 상태에 빠진 적도 여러 번이었다. 작품을 쓰기는커녕 일상적으로 하던 독서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재작년부터 조금씩 건강이 좋아져서, 다시 책도 읽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두어 편의 단편과 자전적(自傳的)수상집 『낭만의 에뜨랑제 세상을 향해 나아가다』를 쓰면서 예전의 필력을 다시 회복했다. 그리고 끝을 못 마쳤던 『망이와 망소이』에 달려들었다. 그간 나의 눈이 달라졌는지 옛글에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나는 과감하게 옛글을 잘라내기도 하고, 새로 보충하기도 하며, 대부분의 문장을 새로 손보았다. 그리고 뒷부분을 집필하여 드디어 『망이와 망소이』를 완성했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내 글의 첫 번째 독자는 언제나 나의 아내였다. 아내는 내가 작품의 초고(草稿)를 완성하면 그것을 꼼꼼하게 읽어 보고, 구성과 문장, 단어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지적하고,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교정까지 봐 준다. 이번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도 아내는 작품을 여러 번 읽고 손보는 큰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글 쓰는 일을 혼자 하는 작업이라 하지만, 돌아보면 오랜 기간 많은 분들의 격려와 가르침에 힘입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내 문학의 보금자리가 되고, 오랜 동안 함께 문학을 한 <수요문학> <신인문학> <백매문학> 동인 여러분의 가르침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2020년 여름 심규식 삼가 씀.
정중부의 방 앞 댓돌에는 그의 군화 한 켤레가 오두마니 놓여 있고, 창호지를 통해 흐릿한 불빛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상장군님, 산원 이고와 이의방입니다!”
두 사람은 기척을 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썰렁한 냉기가 감도는 방 안에는 조그마한 촛불 하나가 호젓하게 켜져 있을 뿐, 아무 것도 없었다. 조촐한 다담상이나 간단한 주안상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응양군을 통솔하고 임금의 호종을 총괄하는 상장군의 거처가 수직을 서는 위졸들의 거처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허어! 상장군님, 대체 이게 뭡니까?”
이의방이 방 안을 둘러보며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무얼 그러나?”
“상장군님, 정말 몰라서 이러십니까? 제놈들은 배가 터지게 처먹고, 소화를 시키지 못해 토악질을 하고 나서 또 처먹고 또 처먹고 하면서, 상장군님에 대한 대접이 이렇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정말 개만도 못한 종자들입니다!”
이고가 분통을 터뜨렸다.
“목소리 높이지 말게. 나는 괜찮네.”
-그날도 그는 무비의 거처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에 밖으로 나오다가 마침 정중부의 위졸들이 쳐들어와서 닥치는 대로 베고 찌르는 것을 보고서, 크게 놀라 다시 무비의 거처로 달려갔다.
“큰일났소! 반적들이 쳐들어와서 사람을 마구 죽이고 있소!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게요!”
그와 무비는 후원의 뒷담을 뛰어넘어, 소란을 틈타 대궐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청교역의 한 민가에 몸을 숨겼다. 무비가 대궐을 나올 때 급하게 챙겨 가지고 나온 값진 패물 중 두어 개를 내놓고서 며칠간 몸을 숨겨 주길 청했던 것이다.
정중부는 김돈중과 무비, 정함, 백선연 등 도망친 의종의 폐신(嬖臣들을 붙잡기 위해 도성에서 빠져 나가는 길목마다 휘하의 위사들을풀어 놓았다. 마을마다 그들을 붙잡아 오거나 숨어 있는 곳을 신고한 사람에겐 큰 상금과 벼슬을 내린다는 방도 붙였다.
이의방의 휘하에 있는 대정(隊正) 조원정이 몇 명의 위졸들과 청교역을 지키고 있는데, 마을 사람 한 명이 다가와서 말했다.
“우리 집 골방에 중년 남녀 한 쌍이 숨어 있소! 둘 다 얼굴이 놀랍게 희고 잘생긴 게 우리같이 미천한 백성은 아닌 듯싶소.”
조원정은 그의 집으로 달려가, 집주인이 가리키는 골방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젊은 남녀가 이불을 덮고 함께 누워 있다가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 모두 옷매무새가 흐트러지고 옷고름이 풀려 있는 게 서로 희롱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조원정은 그들이 백선연과 무비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윤관의 의견을 받아들인 숙종은 대대적으로 별무반을 편성케 하였는데, 별무반은 기병부대인 신기군(神騎軍), 보병부대인 신보군(神步軍), 승려부대인 항마군(降魔軍), 돌격부대인 조탕군(蹧蕩軍), 활 쏘는 갱궁군(梗弓軍), 쇠노 쏘는 정노군(精弩軍), 화공부대인 발화군(發火軍) 등으로 조직되었다. 모든 부대는 그 부대의 특성에 맞는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군량과 무기를 비축하여, 앞으로 있을 전쟁에 대비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여진과의 전쟁 준비에 힘을 쏟던 숙종이 갑자기 승하하자 고려는 출병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선왕 숙종의 여진 정벌에 대한 서소(誓疏)를 간직하고 즉위한 새임금 예종(睿宗)은 복(服)을 벗자마자 윤관을 도원수로, 지추밀원사 오연총(吳延寵)을 부원수로 삼아 여진 출병을 명하니, 윤관이 임금께 아뢰기를,
“신이 일찍이 선왕의 밀지(密旨)를 받았고, 이제 또 폐하의 엄명을 받았사오니, 3군을 통솔하여 적의 보루를 격파하고, 우리 강토를 개척하여 반드시 지난 날의 국치(國恥)를 씻겠사옵니다.”
하고, 결의를 다졌다.
-망이와 정첨은 크게 놀랐다. 정중부는 바로 응양군 최고 사령관이고, 그들의 상관 아닌가.
기어이 터지고 말았구나!
두 사람은 진작부터 응양군 내에 비밀조직이 있고, 그 비밀조직이 위로는 상장군부터 아래로는 대정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숫자의 무장들이 가입해 있다는 걸 짐작했었다. 망이와 정첨도 중랑장 진준과 산원 김홍강을 통해 그 조직의 일원이 되었으나, 구체적인 조직의 상층부는 모르고 있었다. 조직의 안전을 위해 점조직(點組織)으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상세한 것은 알 도리가 없었다.
“두 분은 그간 무슨 낌새를 못 챘소?”
이광이 망이와 정첨에게 물었다.
“사실 그간 응양군 내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건 알았소. 그러나 그들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소.”
망이가 산원 김홍강과 중랑장 진준이 그들에게 접근해 왔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럼 두 사람도 빨리 개경으로 돌아가 봐야 하는 것 아니오?”
이광이 망이와 정첨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계암 스님이 말했다.
“…지금 돌아가면 두 사람 다 무자비한 피바람에 휘말려 살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그보다는 차라리 이곳에 좀 더 있다가 피바람이 잦아지면 가는 게 어떻겠소이까?”
“저도 스님의 말씀을 따르고 싶군요. 망이 장사의 생각은 어떠하오?”
정첨이 말했다.
“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게 좋겠습니다요.”
제1장 보현원
제2장 책봉(冊封)
제3장 갑족
제4장 계암 스님
제5장 사바세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