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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장강명 저 | 한겨레출판 | 2020년 09월

수상도서 당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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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구판 정보

표백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저 | 한겨레출판 | 2011년 07월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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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404203 / 356쪽 151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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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소설가는 사회의 위험을 감지하는 ‘탄광의 카나리아’ 《표백》은 절망의 기록, 그러나 동시에 절박한 희망의 구조 요청 추구할 만한 거대 이데올로기도 성취할 만한 역사적 임무도 없는, 너무 완벽해서 더 보탤 것이 없는 《표백》의 한국 사회. 청년들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대신 기성세대가 짜놓은 틀의 유지와 보수만을 맡고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원하는 답을 내놓기 위해 자신의 다채로운 생각을 동질적으로 하얗게 표백해야 하므로 스스로를 ‘표백 세대’로 칭한다. 《표백》의 주인공들은 사회적으로 가장 찬란한 성취를 이룬 순간에 스스로 목숨을 버림으로써 이 완벽한 세상에 다른 색의 얼룩을 남기고자 한다. 그 얼룩은 일견 굳건해 보이는 이 사회가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지를 알리는 경고의 메시지이며, 오로지 ‘시장가치’로만 자신의 존재를 평가당하는 청년들의 허무와 고통을 알리는 비명이다.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다. 이 사회에서 새로 뭔가를 설계하거나 건설할 일 없이 이미 만들어진 사회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게 이들의 임무라는 뜻이다.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다. 나는 여기서 나를 포함해 이런 사명을 부여받은 우리 세대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해서 만성적인 좌절감에 빠지는지 밝히고, 그런 좌절감이 누구의 탓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 근본적인 문제임을 증명해보겠다. _186쪽 작가는 한겨레문학상 수상 이후 장편소설 《댓글부대》, 《한국이 싫어서》,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 등 한국사회의 문제의식을 관통하는 작품을 쏟아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여 문학으로 알리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작가. ‘탄광의 카나리아’로서의 소설가 장강명의 임무는 《표백》을 시작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저자 소개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장편소설 《표백》, 《열광금지, 에바로드》, 《호모 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 중편소설 《아스타틴》, 에세이집 《5년 만에 신혼여행》이 있다. 《호모도미난스》로 ‘2015 SF어워드’ 우수상,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했다.

책 속에서


P. 77~78 이제 나는 세상이 아주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어떤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이미 그보다 더 위대한 사상이 전에 나온 적이 있고, 어떤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에 대한 답이 이미 있는, 그런 끝없이 흰 그림이야. 그런 세상에서 큰 틀의 획기적인 진보는 더 이상 없어. 그러니 우리도 세상의 획기적인 발전에 보탤 수 있는 게 없지. 누군가 밑그림을 그린 설계도를 따라 개선될 일은 많겠지만 그런 건 행동 대장들이 할 일이지. 참 완벽하고 시시한 세상이지 않니? 나는 그런 세상을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라고 불러.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에서 야심 있는 젊은이들은 위대한 좌절에 휩싸이게 되지.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 자신이 품고 있던 질문들을 재빨리 정답으로 대체하는 거야. 누가 빨리 책에서 정답을 읽어서 체화하느냐의 싸움이지. 나는 그 과정을 ‘표백’이라고 불러. 


P. 104 찰스 맨슨 일당이 저지른 살인 사건들은 물론 그 일당이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걸 알려줬지만, 동시에 미국 사회 역시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것이 테러범들이 그토록 유리한 이유다. 어떤 것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쉽다. 아주 작은 균열, 아주 작은 실패를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P. 148 이 글을 읽는 기성세대 절대 다수와 소위 지식인들이 와이두유리브닷컴의 자살 선언에 대해 ‘불쾌하고 어리석은 집단 히스테리’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모든 혁명이 처음에는 그런 평가를 받았다.


P. 173 자살은 그 공동체가 믿고 있는 신화에 의문을 제기해 결속을 무너뜨린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자살 선언을 하는 것이다. 공동체는 그러므로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그걸 범죄로 규정한다. 자살 선언에 동참하든 하지 않든, 그런 규정을 받아들일 것인지 말지는 여러분 마음이다.


P. 191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표백 세대’의 등장이다. 이 세대에게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그런 시도는 기껏 잘돼봤자 기존 지배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빈틈없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효과만 낳는다.
이들에게 지배 사상은 큰 틀에서 항상 옳으며,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인마다 과정과 깊이가 다를 수는 있으나 결론은 언제나 같다. 이들은 지배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실제 삶에서 온갖 종류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겪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개인이나 작은 이익집단 단위를 넘어서지 못하게 되며, 세계는 사상적으로 완전무결한 상태가 된다. 

 

P. 194 위대한 일을 할 기회를 박탈당한 세대는 어떻게 되는가? 그들은 출세나 개인적인 성공과 같은 보다 작은 성취에 매달리게 된다. 그런데 완성된 사회는 개인적인 성공에 대해 사실상 단 하나의 평가 기준만 지니고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의 결합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다. 자유민주주의는 교리에 따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근본적으로 우월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가치 면에서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수정자본주의는 시장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평가 척도 한 가지만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두 이데올로기가 결합한 가치체계에서 한 인간의 가치를 재는 방법은 ‘그 사람이 자유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 있는가(독재자나 범죄자가 아닌가)’와 ‘그 사람이 얼마나 높은 시장가치를 갖고 있는가’가 된다. 

 

P. 320~321 이건 너희가 생각하듯이 멋있는 주장이나 투쟁이 아니야. 그냥 세상을 향한 집단 분풀이일 뿐이야. 정말 위대한 생각은 말이지, 어쩌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무한테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어. 그래도 위대한 정신이라면 그 고독을 견뎌내지. 하지만 너희는 ‘어른’들의 관심을 구걸하고 있어.
나는 자살 선언 소동 전체가 그냥 너희의 세력 과시 정도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정도면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뒀어. 우리를 우습게 보는 사람들한테 화풀이하자고, 속시원하자고 목숨을 끊는 건 정말 손해 보는 장사라고. 옆에서 봐주기에도 처연하고 딱해. 이렇게 분풀이를 하느니 한데 머리를 모아 작더라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방법을 궁리해야 하는 거 아닐까? 


P. 332 우리 사회에 모순이 쌓이지 않는다는 세연의 주장에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힘은 이제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 시대에 태풍은 곧 몇 번 들이치리라 생각한다. 그때 그 에너지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많은 일을. 그건 그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목차

1부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007
2부 코마 화이트 211
작가의 말 341
작가의 말 -10쇄 출간을 맞아 345
추천의 말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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