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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시리즈 :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6]

김영하 저 | 복복서가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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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구판 정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저 | 문학동네 | 2010년 07월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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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114010 / 248쪽 128 x 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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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호출』이 있다.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다. 문학동네작가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10여 개국에서 활발하게 번역 출간되고 있다. 최근 산문집 삼부작 중 『보다』 『말하다』를 출간했으며, 『읽다』는 삼부작의 완결편이다.


 


 

책 속에서

몸은 아팠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으로 그는 기억했다. 말리는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그리고 뜨거운 김 속으로 마르고 쇠약한 제 몸을 밀어넣었다. 그는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후텁한 공기 속으로 뭔가 차가운 것이 지나갔다. 그는 눈을 떴다. 욕실 안에 낯선 목소리가 앉아 있었다. 훗날 그는 그 순간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낯선 목소리 하나가 앉아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목소리는 그의 몸속으로 들어와 그의 것이 되지 못한 채 욕실 안을 배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_ 「악어」

열두 살의 나, 잔잔한 어느 호텔 수영장에 떠 있던 내 육체가 기억납니다. 나는 배영을 멈추고 두 다리를 물의 흐름에 내맡겼습니다. 검게 코팅된 물안경으로 창백한 태양과 위태로운 다이빙대가 보였습니다. 나는 한껏 숨을 들이마셔 허파를 부풀렸습니다. 가슴께가 수면 위로 떠올라 내가 더이상 가라앉지 않도록 해주었습니다. 두 귀는 물속에 잠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누군가가 내게 말했습니다. “너는 해파리야.” 나는 그때까지 해파리를, 투명한 몸을 흐느적거리며 물위를 떠다니는 그 이상한 바다생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나는 내가 한 마리 해파리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새의 울음소리를 완벽하게 흉내내는 폴리네시아의 원주민처럼, 자칼의 가면을 쓰고 행진하는 아마존의 어느 샤먼처럼, 인간은 어떤 순간 완벽하게 다른 존재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정말 인간은 삶의 전 순간을 오직 인간으로만 사는 것일까요? _「밀회」

그러면서 김부장은 또하나를 집어들고 천천히 포장을 뜯었다. 그리고 또다른 미츠를 다시 입에 집어넣었다. 동규는 자기 속까지 미식거리는 느낌이었다. 벌써 네 개째였다. 그러나 김부장은 이런 일을 많이 겪어본 듯 태연했다. 김부장 앞의 식탁에는 비닐포장이 하나둘 쌓여갔다.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족히 여섯 개 이상은 먹어치운 것 같았다. 휘발유냄새 나는 수상쩍은 아이스크림을 하나둘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삼킬 수 있다는 게 실로 놀라웠다. 그쯤 되자 김부장의 안색도 처음 집에 들어설 때에 비해 확실히 어두워져 있었다. 아니, 어두워졌다기보다 결연한 기세가 엿보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미츠를 정말로 좋아하는 동규와 혜선이었지만 한꺼번에 세 개 이상 먹어본 적은 없었다. 이도 시렸고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금방 배가 더부룩해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음식과 달리 아이스크림은 그렇게 한몫에 많이 집어넣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들 눈앞의 김부장은 마치 필름을 빨리 돌리기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예닐곱 개의 미츠를 먹어치운 것이었다. ‘이제는 그만!’이라고 동규와 혜선이 입을 모아 외치고 싶은 순간, 김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_「아이스크림」

“옛날에 내가 마코토 씨 좋아했던 거, 그거 알아요?”
말해놓고 보니 재난이었다. 평생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짓을 왜 긴자 한복판에서 저질렀단 말인가? 그는 내가 갑자기 자기 얼굴에 물이라도 뿌린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내 얼굴에서 뭘 봤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두 손을 자기 무릎에 얹고 고개를 숙여 절을 했다. “어쨌든 미안하게 됐습니다.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아니, 이 사람아, 내가 지금 사과받자고 이러는 게 아니잖아? 마코토는 정말 내 용서를 받고야 말겠다는 듯, 숙인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는 뭐라도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_「마코토」

출근길의 지하철에는 언제나처럼 사람이 많았다. 비에 젖은 우산들이 맹렬하게 비린내를 내뿜어대면 이에 질세라 승객들의 입에선 역겨운 군내가 풍겨나와 전동차 속의 공기는 탁해져갔다. 수경의 옆에 선 남자는 그 와중에도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은 채 끄덕끄덕 졸고 있었다. 남자는 자기가 들고 있는 축축한 우산이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수경의 종아리를 건드리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수경은 애써 몸을 피해보지만 상황은 나아지질 않는다. 그녀는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러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려본다. 삶이란 별게 아니다. 젖은 우산이 살갗에 달라붙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나자 한결 견딜 만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그녀는 그 문구를 계속 되뇌었다. 삶, 젖은 우산, 살갗, 참고 견딘다. 삶, 젖은 우산, 살갗, 참고 견딘다…… _「로봇」

목차

1부
악어
밀회
아이스크림
퀴즈쇼
마코토
로봇
여행
조

2부
바다 이야기 1
바다 이야기 2
오늘의 커피
약속
명예살인

개정판을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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