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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791964 / 184쪽 120 x 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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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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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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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편집부
- 1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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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코로나 100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튜브의 ‘국뽕’ 콘텐츠가 아니라
이처럼 일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타인의 기록이다.”
김민섭,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저자
콜롬비아 소설가 안드레스 솔라노가 기록한 코로나 시대의 한국. 이태원에 머물며 글을 쓰는 이 이방인 작가는 열병과도 같았던 올해 봄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K-방역으로 칭송받는 한국의 일사불란한 대응이 일상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예민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스페인 출간 즉시 평단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방인 목격자와 소설가로서 그가 던지는 첨예한 질문은 우리 내부를 돌아보게 한다.
출판사 리뷰
경계를 넘나드는 낯선 사유와 감각적 질문들 OO성형외과 방문, 렌터카로 이동, OO편의점 이용, OO호텔 투숙…. 확진자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가 공개되자 솔라노 작가는 “사설탐정조차도 이토록 구체적인 정보를 알아내지” 못할 것이라며 놀라워한다. 그리고 불현듯 한국은 “탈북민과 간첩, 국가보안법이 있는 곳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나와 확진자의 동선을 겹쳐 보느라 바빴던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면모는 편의점 에피소드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단팥빵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서며 “편의점까지 가는 길에 CCTV가 몇 개 있는지” 세어보고,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밀며 빵 하나를 살 현금도 갖고 다니지 않는 스스로가 “더욱 한국인다워졌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온 길들에다 부스러기를 흘리고” 다니는지 모른다. 이처럼 독자를 자극하는 낯선 사유는 책 곳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새 확진자들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우한에서 입국한 데다 의심 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상 생활을 한 것이다. 가만, 궁금하다. 정상 생활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정상 생활이라는 걸 하는 사람이 있는지, 정상 생활을 그만한다는 게 가능한 건지. (16쪽) 그가 이슬람교도인 걸 알아본 것은, 아내로 보이는 사람이 장바구니를 들고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기 때문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니캅(niqab)을 쓰고 있었다. 이슬람교 복장 중에서도 극단적인 복식이다. 온몸이 가려져 있고 눈 부분만 뚫려 있는데, 오렌지와 오이를 고르는 손에도 장갑을 끼고 있었다. 저 여자와 그녀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요즘 같은 삶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유일한 사람일 수도. (142쪽) 코로나로 잠식된 일상의 복원을 위해 우한 전세기와 교민 수용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 신천지발 집단감염과 교주의 기자회견, 몸무게가 42kg에 불과했던 청도 정신 병동의 국내 코로나 첫 사망자, 약국 앞에 긴 줄을 만들던 공적 마스크 제도, 택배량 폭증과 새벽 배송 중 빌라 계단에서 사망한 택배 기사, 2000년대 이후 치러진 총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4?15 총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빠르게 기억 뒤편으로 밀려난 사건들이 《열병의 나날들》에서 차례차례 호명된다. 이방인 목격자이자 소설가의 입장에서 집필한 이 책이 “느린 호흡의 저널리즘과 에세이 사이에서 펼쳐지는 문학적 진술”이란 평을 받는 이유다. 팬데믹을 둘러싼 거대한 담론이나 대담한 예측은 아주 잠시 미뤄두자. 코로나로 잠식된 일상을 천천히 둘러보고, 소리 내어 서로의 안녕을 묻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벌써 6년째, 이 집으로 이사 온 후 매일 아침 들리는 소리가 있다. “할머니, 다녀올게요!” 요즘 들어 이 소리에서 특별한 여운을 느낀다. 옆집 2층에 살고 있는 젊은 손녀가 매일 현관을 나와 대문으로 향한 바깥 계단을 내려가며 1층에 사는 할머니에게 하는 인사다. “할머니, 다녀올게요!” 창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어 나도 소리치고 싶다. “잘 다녀와! 늦지 말고!” (124쪽)
언제나 누군가는 우리를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역시, 자신의 삶은 보여주기 싫어하면서 남의 삶은 그렇게들 보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한다. 증상이 있기 전에 그 남자가 갔던 그 호텔이 어디라고 했더라? 아니, 거기 사실 호텔이 아니라 러브모텔 아니야? (20쪽)
출근 전 마스크를 쓰자 얼굴이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알 수 없게 가려진 코와 입. 알아채는 데 시간이 걸린 두 눈만 남았다. 끈 조절이 가능한 옅은 분홍빛의 마스크는 겉면에 필터가 달려 있어 완벽하게 걸러진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수정이 나가고 난 뒤, 평소에 하던 출근 전 입맞춤을 잊었다는 걸 깨달았다. (49~50쪽)
인터넷으로 장을 보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장을 보았다. 해안에서 직송되는 꽃게는 완벽하게 포장되어 있다.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버텼었다. 감자알과 토마토를 직접 보고 골라야 한다. 이건 나와 감자알, 그리고 토마토 간의 사정이니까. (69쪽)
집에 오는 길, 한 부랑자와 함께 길을 건너게 되었다. 웃고 있는 사람을 본 게 참 오랜만이다. 햇볕이 그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시대가 도래하였구나, 라고 생각한다. 한밤의 거리뿐만이 아니라 대낮의 거리까지, 이제 모조리 부랑자의 것이다. 추위와 더위 속에서 지낸 몇 달의 야외 생활과, 쓰레기통에서 건져낸 음식들, 바람에 스치며 치유된 상처들 덕분에 튼튼해진 그의 면역 시스템은 그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120쪽)
용우는 휴대전화로 매일 긴급 메시지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받는 메시지와는 내용이 다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자상한 아버지가 하듯, 회사는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수천 명의 아들을 걱정한다. 충성심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백지수표를 선물한다. (141쪽)
집 앞 베트남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들른 적이 없다. 예전과 같은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다. 서로 쳐다본다. 내가 식당에 들어가는 걸 봤을 때처럼, 마스크 아래로 미소를 짓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니 당황스럽다. 전화를 받으려고 수화기를 들자마자 상대방이 전화를 끊어버렸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150쪽)
나는 걷고 또 걷는다. 세 시간 정도를, 소금 사막을 통과하듯 계속해서 걷다가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기 직전 오늘 가장 보고 싶었던 장면과 마주친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술에 취한 두 남자가 어깨동무를 하고선 비틀거리며 걷는다. 둘 중 한 명이 쓴 가발이 바람에 들썩인다. (169쪽)
한국어판 서문
1부
2부
3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