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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128791 / 400쪽 152 x 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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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절반의 실패』 이후 32년…
‘여성의 이야기’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독박 가사와 독박 육아에 시달리는 워킹맘…
여전히 존재하는 직장 내 유리천장…
가정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
성 착취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고백…
『절반의 실패』는 여성 억압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다양한 여성의 삶에 틈입하여 그 이야기를 생생히 풀어내고 있다. 열두 편의 이야기는 여전히 바뀌지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춘다.
‘시집살이’로 고통받으며 남편에게 소외당하고 급기야 얻어맞기까지 하는 ‘명희’는 “여자들은 왜 죄받을 게 그렇게도 많아요?” 하며 울분을 토한다. 결혼 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 명희지만, 결혼 후 “비굴하고” “자신 없이 살아야 하는” 자신의 삶이 “지옥”처럼 느껴진다(「두 여자」).
직장 생활을 하는 ‘인호’도 다르지 않다. 직장에서는 불안정한 입지 때문에, 가정에서는 독박 가사와 독박 육아로 삶은 점점 피폐해진다. 아이를 재우고 집에서 회사 일을 하던 인호는 “나는 뭐지? 나는 뭐야?” 하며 패배감에 빠진다(「안팎 곱사등이」).
아내를 “길들이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 ‘우환’은 오랫동안 끊이지 않는 가정 폭력의 가해자를 대표하는 남성상이다. 여성을 ‘소유물’로 간주할 때 폭력은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보여준다(「맷집과 허깨비」).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분노를 터트렸지만 도리어 손찌검을 당하는 ‘정옥’은 비참한 현실에 절망하고(「피의 환상」), 대학 교수인 남편의 거듭되는 외도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는 ‘정순’은 “내 인생을 살리라……” 다짐한다(「절반의 실패」).
농촌에서 살다가 가족과 함께 서울 변두리로 밀려 온 어린 여성이 얼마나 쉽게 성 착취 현장에 노출되는지 보여주는 작품(「미역과 하나님」)에서 ‘나’는 “제발 10분만 나를 나 자신으로 있게 해달라.” 하고 울부짖는다.
이것이 그저 소설 속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 모든 불평등을 겪어야 하는 열두 편의 이야기는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겹쳐져 읽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여자 사람’이 된 소설가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내가 당시 결혼한 여자가 아니었다면, 맏며느리가 아니었다면, 아들을 절실히 바라는 집에서 딸을 낳은 만혼의 며느리가 아니었다면, 소설가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_이경자, 「재래시장에서 얻은 희망이라는 숙제」 중에서
이경자 작가는 『절반의 실패』에 대해 “나에게 복잡한 영광과 오해를 안겨준 소설”이라고 말했다. 이 소설집이 처음 출간된 1980년대에는 여성문제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드물었고, 그러한 주제를 하나의 작품집으로 엮는 경우도 흔치 않았다. 작가는 『절반의 실패』 집필 이전에 아내로서, 맏며느리로서 결혼이란 제도에서의 다양한 차별을 경험했다. 우리 사회의 결혼 제도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늘 삶이 불안하고 불길하고 초조”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후 “여성 개개인의 다양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저 ‘주눅 들림’과 억압의 기미는 무엇인지 알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불행한 삶을 산 어머니” “어제도 남편으로부터 모욕적인 대접을 받은 아랫집 여성” “출가외인의 잔인함이 미풍양속으로 미화되어 서러웠을 딸들”…, 그 숙제를 푸는 것을 여성 소설가로서의 사명으로 받아들였고, 많은 여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그리하여 『절반의 실패』라는 한 권의 소설집이 탄생했다.
1980년대 내내 아니, 1948년 딸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내 삶은 ‘절반의 실패’를 향해 운명처럼 달리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 쓰러지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절반의 실패’는 소설가 이경자,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_개정판 머리말
『절반의 실패』 속 여성들은 빛나지도, 희망에 차 있지도 않다. 오히려 절망의 수렁에 빠져 있거나 억압된 현실에 고통스러워한다. 이경자 작가는 미화도, 과장도 없이 한 여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소외된 여성의 이름을 호명하는 과정 끝에 여성들은 자기 존재에 대해 묻고 문제를 인식하며 분노할 힘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동안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 앞에서 침묵을 멈추고 입을 열기 시작한다.
개정판 머리말
여성주의 연작소설 『절반의 실패』는 나에게 복잡한 영광과 오해를 안겨준 소설이다. 이 소설로 조롱과 응원을 한꺼번에 받던 날들의 느낌이 여전히 생생하다. 다 괜찮다. 인생이란 게 그럴 테니까. 어쨌든 응원은 내게 불안감을 주었고 조롱은 문학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북돋웠다. 이제 나는 일흔세 살에 이른 늙은 소설가로, 『절반의 실패』를 돌아보면 마치 평생 돌봐야 할 아픈 자식 같기도, 소설가로서 내게 중심이 돼준 기둥 같기도 하다.
잘 믿기지 않겠지만 1980년대 내내 아니, 1948년 딸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내 삶은 ‘절반의 실패’를 향해 운명처럼 달리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 쓰러지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절반의 실패’는 소설가 이경자,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내 이름을 모르고 『절반의 실패』란 소설의 존재도 알지 못한다. 그동안 내가 쓴 여러 소설이 절판(絶版)되었다. 소설의 절판이란 생명의 매장(埋葬)과 다르지 않다. 더러 누군가 『절반의 실패』를 거론한다. 나도 이 책만큼은 되살려내고 싶다는, 그리움 같은 소망을 가지긴 했다.
그런데 하필, 아주 작은 출판사, <걷는사람>이 『절반의 실패』를 살려내겠다고 나섰다. <걷는사람>은 내가 한없이 아끼고 무언가 돕고 싶은 후배들이 있는 곳. 새롭게 출간된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실망을 안기게 될까, 염려돼 정말 잠을 설칠 지경이다.
소설 쓰는 일도, 책의 편집과 출판을 진행하는 일도 결국 사랑.
부디 그 사랑으로 상처받지 않길!
경자년에
길음동 집에서
이경자

“여자들은 자꾸만 생각이 바뀌는데 남자들은 전혀 그대로인 것 같아요. 남자들에 의해 일어나는 여자 문제는 똑같다구요. 시부모의 학대, 남편의 외도, 뭐 달라지는 게 없어요.”
_34쪽, 「두 여자」
남편이 와 있을 텐데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 거였다. 아이들은, 한 달이면 스무 날 이상은 아버지 얼굴 못 보고 잠이 들었다. 그때마다 남편도 지금의 내 기분일까? 이런 두려움에 휩싸일까? 죄책감 같은.
_47쪽, 「안팎 곱사등이」
…… 인호는 가슴속에서 우는 자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자기라는 존재는, 이 움직이는 숫자에도 노 대리의 옆자리에도, 이 집 안에도 없었다. 모호하지만 무슨 느낌처럼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거였다. 물에 가라앉듯이.
_67쪽, 「안팎 곱사등이」
우환에게 수많은 생각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 이걸 빌미로 내쫓을까. 단단히 혼구멍을 낼까. 지아비를 이렇게 짓뭉갤 수 있나. 반년 동안 나타나지 않으면 자동 이혼이라지. 내 탓은 없으니까. (…) 집안에도 아이들에게도 난 떳떳하니까. 도덕적으로 걸릴 게 없단 말이야……. 그런데 내일 아침부터 당장 큰일 아닌가. 밥은 누가 할 것이며…… 죽일 년, 아직도 매가 부족해서…….
_90~91쪽, 「맷집과 허깨비」
아버지가 옳았을까?
나는 잘못 사는 여자일까?
여자는 간사하고 요사스럽고 한없이 허약해서 남자의 보호력을 밑뿌리부터 뽑아내서 빌붙어야만 살 수 있을까? 그것이 여자의 아름다움이란 말인가?
_121쪽, 「피의 환상」
오입하지 않는 남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냐는 말이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었다. 그는 떳떳했다. 숨겨놓고 살림 차린 여자도 없고 몰래 키우는 아이도 없으며 월급 안 가져다준 적도 없었다.
“…… 죽어! 너같이 남편이 뭔질 모르는 싸가지 없는 년은 죽어야 세상이 바로 돼! 더러운 년!”
_133쪽, 「피의 환상」
집안 살림밖에 모르는 재구의 아내는 남편이 꼭 악녀에게 잡아먹히려는 것만 같이 불안해서, 그가 돌아오기 전에 사건을 말끔히 해결해놓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시내의 아내들의 여론이 재구 처를 편들었다. (…) 이것이 남편의 외도에 제각기 불안증을 갖고 있는 아내들의 정의감이었다.
_158쪽, 「치한의 사랑」
나는 외계인이 아니다. 무생물도 아니다. 나는 사람이다.
_169쪽, 「미역과 하나님」
지금 나는 혼자다. 곧 ‘가정’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가족의 한 사람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거기에도 내가 있을까?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의 나와 지금 여기 있는 ‘나’는 다른 존재인가?
다른 존재인가?
_259쪽, 「살아나는 시간」
혼자 사는 게 어렵겠지만 ‘나’로, 나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희망이 샘물처럼 솟아오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정순은 알 수 없는 느낌에 휩싸여 오래도록 울었다. 내 인생을 살리라……. 내 인생…….
_292쪽, 「절반의 실패」
개정판 머리말
두 여자
안팎 곱사등이
맷집과 허깨비
피의 환상
치한의 사랑
미역과 하나님
빈털터리
살아나는 시간
절반의 실패
둘남이
목숨앗이 1
목숨앗이 2
초판 머리말
2판 머리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