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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24473 / 236쪽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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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호시절’을 기리며 눌러쓴,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기쁨과 슬픔 김현의 시는 우리 사회와 평범한 일상에 녹아들어 있는 민낯을 자연스럽게, 뜨겁고도 차갑게, 다정하고도 단오하게 말해준다. 그가 ‘입술을 열면’ 새로운 의미를 지닌 언어가 생동하는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시인은 “이번 삶과/이전의 삶과/아직 오지 않은 삶”(「강성은명과」)을 읽고 쓰면서, 특히 세상의 그늘에서 서성이는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삶에 다가가 교감하고자 한다. 오래전,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모든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질문 있습니다’라는 화두를 던졌던 시인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죽음은 어째서 선량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만만하게 보는 것인지”(「Bon appetit」) 묻고 또 묻는다. “인간이 뭔가를 돌이킬 수 없이/망치고 있다는 생각”(「펜팔」)에 시인은 불의한 현실에 저항하며 “자본의 쓰레기 더미”에서 “진실을 인양”(「미래 소설」)하고자 한다. 시인은 이 시집에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벌하며 살다가도 누군가 먼저 떠나면 크게 울고 만다는 사실”(시인의 말)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유독 ‘부모’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뒤에 남겨진 자식들이 먹어야 할 양식을 축내지 않기 위해”(「우리의 불」) 서로 손을 맞잡고 황량한 어둠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져가는 두 노인, 그것이 부모의 ‘성실한’ 사랑이다. 하나, 우리는 “나이 들수록 부모를 닮아가면서도” 정작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당신”(「손톱달」)이고, 평생 “부모 마음 알 리 없는 자식”(「부모의 여자 형제를 부르는 말」)으로 늙어갈 뿐이어서 막막할 따름이다. 시집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부모’는 “우리가 아는 사랑의 차원을 넘어서는” “더 큰 사랑에 관한 은유”(발문)이기도 하다. 진창 같은 삶의 고통과 “슬픔에 눈을 뜨는 사람”(「눈앞에서 시간은 사라지고…」)으로서 시인의 눈길은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한다. 그리하여 고통받고 소외받는 존재들의 사랑이 “열에 아홉 손가락질당할지라도” 열에 하나를 지키기 위해, “하나가 되지 않고 둘로/존재하는 곳”(「생선과 살구」)에서 김현의 시는 솟아오른다.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어수선한 세상에서 우리는 비로소 ‘사랑의 언어’와 ‘사랑의 정신’으로 충만한 시집을 얻었다. 이제 슬픔도 괴로움도 외로움도 없을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평화로운 울음”(「꿈꾸는 연인」)이 흐르는 아름다운 세상, “좋은 시절은 다 갔다고 말해도”(「가장 큰 행복」) ‘호시절’이다. 책 속으로 이 세상은 기쁨 믿어요 그게 아니라면 불멸을 견딜 수 없어 그게 아니라면 이런 대화는 끝이 없지 아저씨, 지구가 멸망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별이 되지 아이가 되는 거로군요 ―「디트로이트와 디트로이트」 부분 눈이 하염없이 오는 전형 속에서 두 노인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 메밀꽃 필 무렵 야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소고기 한근을 가슴에 안고 아버지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저만치 가는 어머니를 할멈, 할멈 하고 부르더군 아버지, 어머니가 보여요 내가 물으니 아버지가 묻더군 너는, 어머니가 보이니 ―「우리의 불」 부분 저는 여성이자 성소수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가를 수 있습니까? 반으로 갈라진 것을 보면 소금을 뿌렸다 상하지 말고 살아 언니가 말했다 ―「생선과 살구」 부분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죽은 생선을 구워 먹고 살아남기도 하는 사이니까요 허나 형들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그들의 인생이 또한 겨울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는 것이며 그들의 인생이 또한 영혼의 궁둥이에 붙은 낙엽을 떼어주는 것이며 그들의 인생이 또한 자식새끼 키워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속 깊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느님 형들의 사랑을 보세요 ―「형들의 사랑」 부분 파도에 올라타는 사랑도 용감한 것이나 파도에 올라타지 못할 때 사랑은 비로소 약자의 편에 선다 파도에서 일어나는 사랑도 멀리 내다보는 것이나 파도에 누운 사랑이 가까이 와 있는 것을 응시한다 파도를 이기는 사랑도 똑똑한 것이나 파도에 지고 해변에 눕는 사랑의 얼굴은 지혜롭다 파도는 파도를 아는 자의 것이 아니라 파도를 모르는 자의 것 당신이 파도라면 당신의 사랑은 아직 당신을 모르는 자의 것이다 ―「파도는 넓고 파도는 높다」 부분 바다로 나아가는 사랑이 있네요 짐이 가득하지만 그 사랑은 깊어요 가라앉지 않아요 나는 알 수 있어요 (…) 우리 노를 저어 가요 넓은 바다로 두려움 없는 곳으로 ―「두려움 없는 사랑」 부분
어떻게들 지내시나요?
지난 주말 저는 차게 식힌 멸치다시육수에 삶은 소면을 적셔 먹으며 「봄비」라는 시를 썼습니다. 고향에서 푸성귀를 가꾸며 사는 부모를 떠올리며 아렴풋이 잠이 들었는데, 감실감실 꿈이 참 길었습니다.
깨는 건 한순간.
누구에게나 좋은 시절이 있다고 믿으면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아양을 떨었습니다. 그런데도 부모에게는 좀처럼 곁을 주지 않았습니다. 부모는 개를 아끼고.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벌하며 살다가도 누군가 먼저 떠나면 크게 울고 만다는 사실이 이 시집에는 담겨 있습니다.
잘들 쓸쓸하세요.
2020년 여름, 빛
김현
이 세상은 기쁨
믿어요
그게 아니라면
불멸을 견딜 수 없어
그게 아니라면
이런 대화는 끝이 없지
아저씨, 지구가 멸망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별이 되지
아이가 되는 거로군요
―「디트로이트와 디트로이트」 부분
눈이 하염없이 오는
전형 속에서
두 노인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
메밀꽃 필 무렵
야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소고기 한근을 가슴에 안고
아버지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저만치 가는 어머니를 할멈, 할멈 하고 부르더군
아버지, 어머니가 보여요
내가 물으니
아버지가 묻더군
너는, 어머니가 보이니
―「우리의 불」 부분
저는 여성이자 성소수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가를 수 있습니까?
반으로 갈라진 것을 보면
소금을 뿌렸다
상하지 말고 살아
언니가 말했다
―「생선과 살구」 부분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죽은 생선을 구워 먹고
살아남기도 하는 사이니까요
허나
형들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그들의 인생이 또한
겨울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는 것이며
그들의 인생이 또한
영혼의 궁둥이에 붙은 낙엽을 떼어주는 것이며
그들의 인생이 또한
자식새끼 키워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속 깊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느님
형들의 사랑을 보세요
―「형들의 사랑」 부분
파도에 올라타는 사랑도 용감한 것이나
파도에 올라타지 못할 때 사랑은 비로소 약자의 편에 선다
파도에서 일어나는 사랑도 멀리 내다보는 것이나
파도에 누운 사랑이 가까이 와 있는 것을 응시한다
파도를 이기는 사랑도 똑똑한 것이나
파도에 지고 해변에 눕는 사랑의 얼굴은 지혜롭다
파도는 파도를 아는 자의 것이 아니라 파도를 모르는 자의 것
당신이 파도라면
당신의 사랑은 아직 당신을 모르는 자의 것이다
―「파도는 넓고 파도는 높다」 부분
바다로 나아가는 사랑이 있네요
짐이 가득하지만
그 사랑은 깊어요
가라앉지 않아요
나는 알 수 있어요
(…)
우리 노를 저어 가요
넓은 바다로
두려움 없는 곳으로
―「두려움 없는 사랑」 부분
제1부 안개
손톱달
지혜의 혀
사랑의 언어
내가 새라면
눈앞에서 시간은 사라지고 그때 우리의 얼굴은 얇고 투명해져서
진실하고 성실한 관계
조국 미래 자유 학번
마음과 인생
시네마
사랑을 맛보는 혀는 어찌나 붉은지
우리 얼굴은 어떤 근원의 한 가지일까
슬픔
겨울은 따뜻한 과일이다
가장 큰 행복
제2부 푸른 화병
펜팔
블루
강성은명과
성십자교회 장미원
우리의 불
장안의 사랑
디트로이트와 디트로이트
사랑의 정신
이렇게 생긴 아름다운 이야기
성탄 전야
미래 서비스
미래 소설
견과를 위한 레퀴엠
믿음
신께서는 아이들을
송가
생선과 살구
형들의 사랑
제3부 앵두주
떠 있는 것들에 관하여
좋은 시절
핀란드 영화
영원 칸타타
스노우볼
꿈꾸는 연인
글라스
모든 것이 평화로운 때
Bon appetit
파도는 넓고 파도는 높다
부모의 여자 형제를 부르는 말
자두나무 아래 잠든 사람
두려움 없는 사랑
발문|강성은
시인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