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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선생, 1983년 9월 원주역

원재길 저 | 단강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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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322540 / 236쪽 127 x 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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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무위당 장일순은 서예가, 교육자, 사회사업가, 생명운동가이며 우리 현대사의 중심인물이다. 1950년대에 학교를 세워 1960년대까지 학생들을 가르쳤고, 1970년대에는 가톨릭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와 함께 우리나라 민주화운동과 사회복지사업을 주도했다. 1980년대에는 도농직거래장터인 한살림을 만드는 등 말년에 이르기까지 생명운동에 전념했다. <장 선생, 1983년 9월 원주역>은 장일순을 모델로 삼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다. 저자가 ‘들어가는 말’과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모든 등장인물과 대부분의 사건은 허구이다. 자연히 이 소설이 다루는 것은 장일순의 ‘생애’가 아니라, 그가 평생 머릿속에 담고 지내며 행동으로 옮긴 그의 ‘생각’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어떠했는지, 시대의 질곡을 겪으며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어떤 것인지,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삶의 가치’는 어떤 것인지를 이 소설은 추적해 보여준다. 독자들은 평범하면서 독특한 사람들, 극적인 사건, 즐거운 대화가 한데 어울린 이 소설 읽기를 통해, 해학과 통찰과 각성의 한마당에서 동시대 이웃들과 더불어 웃고 울며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을 한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하면서 독특한 사람들, 극적인 사건, 즐거운 대화가 한데 어울린 서른 번 배꼽을 잡고, 열 번 눈물짓게 만드는 해학과 통찰과 각성의 한마당

저자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주 어렸을 때는 그림 그리기를 워낙 좋아해 이다음에 화가가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때 나라 안팎으로 훌륭한 작가들이 쓴 글을 두루 찾아 읽으며 문인으로 꿈을 바꾸었다. 작가는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고 믿어 연세대 사학과에 들어가 우리나라 근대사를 공부했고, 대학원에선 국문학과에 다니며 현대문학을 공부했다. 
스물여섯 살 때 시인이 되어 『지금 눈물을 묻고 있는 자들』 등 시집 두 권을 냈다. 삼십대 중반에 장편소설 『겉옷과 속옷』을 발표하며 소설가가 되었고, 『모닥불을 밟아라』 등 모두 열 권에 이르는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냈다. 글쓰기와 책 읽기와 여행, 폭음과 불면과 담배 연기 속에 십여 년 세월이 하룻밤 꿈처럼 흘러가 버렸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면서도 번역에 재미를 붙여, 외국 문학과 인문 서적 백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번역 작업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가장 가까운 날 옮긴 작품으로는 영국 어린이 책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과 『행복한 왕자』가 있다.
마흔두 살 때 가족과 함께 서울을 떠나 강원도 원주로 왔다. 한동안 시골 사는 즐거움에 취해 문학과 담을 쌓고 지냈다. 어느 날 딸내미가 읽던 그림책을 펼쳐든 뒤로 다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꿈이 되살아났다. 그때부터 동화 『총알 방귀』와 『바다로 가는 합창단』, 이야기 책 『조선의 으뜸 화가 김홍도』 같은 어린이 책 열댓 권을 써서 발표했다. 
요즘은 한낮엔 밭에 나가서 땀 흘리고, 저녁때부터는 에세이와 평전을 쓰는 일로 즐겁고 보람차게 살고 있다.

책 속에서

정옥은 지갑을 꺼내려고 앞에 든 가방 지퍼를 열었다. 그때 누군가 왼쪽 팔뚝을 거칠게 잡아챘다.
“어머, 왜 이러세요?”
정옥은 발끈하며 왼쪽을 휙 돌아보았다.
누군가 곧 팔뚝을 놓아 주었다. 다시 앞으로 얼굴을 돌린 정옥은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어깨를 파닥 떨며 비명을 질렀다.
“어머나! 어머나!”(pp.16~17)

다시 장 선생이 책상에 올라섰다. 영수는 입술을 깨물며 장 선생의 종아리를 세게 때렸다. 뒤이어 일흔 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차례로 나가 똑같이 회초리를 잡았다. 일흔 번에 걸쳐 짝 소리를 낸 장 선생의 종아리 빛깔이 시퍼렇게 바뀌더니 핏물이 흘렀다.
장 선생이 책상에서 내려와 다리를 쩔뚝이며 교실 문으로 향했다.
“나 대신 반장이 종례를 하고 아이들을 집에 보내라.”
이튿날 아침에 아이들은 창밖을 내다보며 입을 벌렸다.
“어, 저기 좀 봐!”
“선생님이 리어카를 타고 오셔!”(p.42)

“손님들 가운데 말을 함부로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데, 대놓고 반말을 합니다. 기껏 밥 한 그릇을 사 먹으면서요. 이것 갖고 와라 저것 갖고 와라, 그러면서 온갖 심부름을 다 시켜요. 그때마다 정말 죽을 맛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장 선생이 빵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나 물어봅시다. 사람이 밥을 먹지 않고 살 수 있습니까?”
“아니요, 못 살지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밥 앞에 ‘기껏’이라는 말을 붙이면 안 되지요. 기껏 밥 한 그릇이라니요. 그리고 선생께서 식구들을 먹여 살리려면 돈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지요?”(pp.87~88)

동철은 장 선생이 지금 단풍나무 그늘에서 다른 사람들과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서로 눈이 마주칠까 봐 걱정되어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 넣고 밖에 내놓은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소매치기를 하며 생긴 오랜 버릇이었다.
동철은 손가락 움직임을 뚝 그치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낯을 일그러뜨리며 속으로 툴툴거렸다.
‘일이 단단히 꼬였어. 골치 아프게 생겼네.’(p.116)

잠깐 누그러졌던 강진만의 표정이 다시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한 인간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이 인간은 빙긋빙긋 웃고 있었다. 진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자, 부드럽고 순진한 척하며 온갖 음흉한 일을 꾸미는 자, 체제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너뜨려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자였다.
주먹을 꽉 쥔 진만은 이를 악물었다. ‘더는 늦출 수 없어. 이제 남은 건 어떤 방법을 쓰느냐 하는 것이야.’(p.143)

장 선생이 느리고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무농약 음식을 먹으면 건강하다고 하고, 또 장수한다고 하고, 다 좋지요. 다 좋은데, 저만 오래 살려고, 저만 오래 건강하려고 그럴 적에는 바로 그 자체가 엄청난 공해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이기심을 버리자는 겁니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우리에게 이로우니까 이 일을 한다는 식으로 할 적에는, 또 하나의 좋지 않은 세력을 만드는 꼴이 될 것입니다.”(p.174)

동철은 허리를 숙여 바닥을 살폈다. 주먹보다 곱절로 큰 돌이 보였다. 돌을 집어 들고 섶다리로 올라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어스름 노을빛에 붉게 물든 개천,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쿵쾅쿵쾅 소리, 섶다리를 거의 다 건너가는 장 선생, 도끼를 들고 장 선생에게 잰걸음으로 다가가는 사내, 그리고 그 사내를 쫓아 달리는 또 다른 사내가 만드는 풍경은 참으로 희한했다. 만일 이 장면을 지켜본 이가 있 다면 곧 심장이 터질지도 몰랐다.(pp.199)

 

목차

1장 김정옥
2장 박영수
3장 김문일
4장 이동철
5장 강진만
6장 장 선생의 아내
7장 위기일발
8장 마지막 순간
9장 장 선생
해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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