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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322526 / 308쪽 210 x 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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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통일신라는 9세기(8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귀족들은 권력 다툼을 일삼고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아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데 정신이 없다. 자연히 백성들의 삶은 나날이 궁핍해져서 굶어 죽는 사람이 늘어난다. 대부분 직업이 농부인 일반 백성들은 세리들의 수탈을 못 이기고 농민군을 조직해서 반란을 일으키고, 지방 토호 세력인 호족들도 들고일어나서 군대를 키워 중앙 정권에 반항한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어렵게 자라난 궁예는 나라를 바로세울 꿈을 품고 군인이 된다. 양민과 천민이 주축이 된 군대를 일으켜 지금의 강원도 일대를 장악하여 송악(개성)에 고려를 세우고(901년), 그 뒤에 철원으로 천도하여 마진과 태봉으로 나라 이름을 잇달아 바꾸며 만민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삼분의 이까지 손에 넣은 신라 땅뿐 아니라 중국 대륙으로 영토를 넓혀서 한층 넓고 큰 나라를 세우고자 한다. 신흥 귀족으로 성장하려던 호족 세력들은 궁예와 계속 대립하게 된다. 궁예의 나라 안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그들은 궁예를 제거하고 호족 연합 정권을 세워, 왕건을 왕으로 앉힌다(918년). 왕건은 궁예가 처음 세웠던 나라인 고려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태봉 정권의 관제를 거의 그대로 계승한다. 궁예는 고려 시대에 씌어진 <삼국사기>(1145년) 속에서 폭군이자 미치광이로 다루어졌으며, 이런 평가는 <고려사>(조선 초기)를 거쳐 지금껏 천 년 가까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십여 년 안쪽에 몇몇 학자들에 의해서 궁예에 대한 역사 기록이 날조되거나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간간이 언급될 뿐이다. 오늘날 철원과 포천 등지에 궁예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하나같이 그가 억울하게 희생되었음을 암시하는 유적들이다. 명성산(울음산), 국망봉, 원통산 같은 지명이 그러하며, 철원에서 전해져 오는 전설이나 민담 속에도 궁예는 역사 기록에 나오는 인물과 전혀 다른 사람임을 말해주는 내용이 가득하다. 철원에선 해마다 ‘태봉제’를 열어 궁예를 기리고 있다. 출간 의의 이 소설은 우리 문학 최초로 궁예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본 작품이다. 역사를 전공한 작가는 <삼국사기> 열전 궁예 편(1145년, 궁예 사후 227년)과 <고려사> 태조 총서(조선 초)의 앞과 뒤가 상이한 맥락을 통해 사실 왜곡의 흔적을 명료하게 읽어내고, 이러한 기록의 이면을 탐색하는 작업 과정에서 발견한 사실을 토대로 촘촘히 상상을 엮어내었다. 기록 속의 주역과 조연들인 왕과 대신과 장군뿐 아니라, 망국 귀족 출신 노비로서 우연히 궁예를 맡아 기르는 춘섬과 국솥에서 끓을 뻔한 궁예를 살려내는 주모 곰분이와 오갈 데 없는 소년으로 만나 생과 사를 함께하게 되는 형이요 아우요 벗인 자웅과 종간과 은부 등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기층 민중과 그들을 깨우치고 돌보는 장로인 운악 노인과 큰스님 혜현과 주지 법윤을 생생하고도 살뜰히 그려낸다. 차갑게 뒤틀린 기록의 이면을 인간애와 상상의 힘으로 탄탄하게 복원해낸 이 팩션(faction)은 작가 특유의 해학과 서정을 굽이굽이 펼쳐내면서 원재길 문학의 지평을 드넓히고 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금을 품었으되 흙땅에 내던져진 궁예, 그를 비롯한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꿈과 용기와 실패와 성공을 비추어내는 거울 앞에 선다는 것이다. 한 나라와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또렷이 자각한다는 것이다.
궁예가 세상을 뜬 지 올해로 꼭 일천 백 년이 되었다. 짧지 않은 세월이어서 많은 게 변했지만 거의 변하지 않은 것들도 적지 않다. 특히 그 시절의 임금과 귀족과 세도가들을 쏙 빼닮은 이들이 곳곳에서 활개 치는 모습을 볼 때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참으로 뿌리 깊은 이 민족의 어떤 심성을 엿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허균이 말한 바와 같이 이런 이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한 궁예 같은 인물은 거듭 되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 세상을 세상답게 만드는 일에 온몸을 던질 것이다.
P.87 : 김순식은 전쟁터를 떠나게 되어 무척 아쉬웠지만 궁예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다. 가장 길게 숨을 내쉬며 가슴과 두 다리를 쭉 편 사람은 아버지 허월이었다. 아들이 왕건과 자주 부딪힌다는 소문이 온 군대에 널리 퍼져 있어 자칫 큰일이 벌어질까 봐 내처 마음을 졸여 왔다. 궁예 또한 김순식과 왕건 사이가 아슬아슬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김순식을 떠나보내며 작별 인사를 주고받을 때 무척 서운해 하면서도 낯빛이 밝아 보였다.
P.108 : 진훤은 궁예가 이끄는 기마부대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이미 전투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은 뒤였다. 앞뒤에서 협공을 당한 백제군은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헤맸다. 절반이 넘는 병사들이 섬강 쪽으로 몰려가 강물로 뛰어들었다. 얇게 언 얼음이 깨지는 소리에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가 뒤섞였다. 빗발치듯이 화살이 백제군 병사들을 항해 날아가는 소리와 그들이 화살에 맞아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뒤따랐다.
P.129 : 선종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배냇저고리를 잘 받쳐 들었다. 저고리에 코를 대고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젖비린내가 콧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갓난아기와 아기 어머니 냄새가 섞여 있었다. 얼굴을 떼고 다시 배냇저고리를 내려다보는 외눈에서 굵은 눈물 한 줄기가 뺨을 타고 흘러 저고리에 뚝 떨어졌다. 입술을 깨물며 꾹 참으려 했지만 떨리는 목소리가 입 밖으로 흘러나갔다.
“어머니― 제가 왔습니다.”
4부 장군과 왕
박달/ 허월/ 김순식/ 신바람 난 천리마/ 선박왕/ 군인정신/ 뱃놀이/ 철원/ 왕건/ 젊은 호랑이들/ 소용돌이/ 박연폭포/ 충돌/ 전면전
5부 건국
강옥연/ 낮잠꾸러기/ 배냇저고리/ 첫날밤/ 즉위식/ 웃는 왕들/ 창부령 설현/ 대이동/ 하품하는 왕/ 황룡도/ 김장철/ 팔관회/ 신양 너럭바위/ 과일 맛
6부 또 다른 세상
김언/ 태평성대/ 강금부/ 불혹/ 돌변한 왕비/ 작별/ 격문/ 보군장군 검모/ 약수정 봄볕/ 만찬/ 밀회/ 달아나는 왕/ 보가산성/ 마지막 전투/ 여행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