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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며느리

시리즈 : 현대시세계 시인선 [101]

박정선 저 | 북인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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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121136 / 142쪽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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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현대시세계 시인선 113권. 2013년 「창녕문학」 신인상 공모에 시가 당선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박정선 시인이 등단 7년 만에 출간한 첫 시집. 전통 서정에 그 맥락을 대고 자신의 내면과 혈육, 그리고 주변의 인간사에 대해 차분한 듯하면서도 강직한 태도로 세계를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에 대한 파토스적 열정은 시집 전체를 끌어가는 하나의 동력으로 첫 시집다운 기백을 보여주는 성취감도 획득하고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정서는 누구에게나 자별한 그 무엇일 터이지만 박정선이 그린 어머니에 대한 초상은 원초적이거나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국면을 통해 형상화되어 있다. 시 '엄마표 스텐다라이'는 시댁에 살다가 새로 살림을 날 때 엄마가 "똬리 없이" 머리에 이고 온 스텐다라이 세트는 어머니의 사랑을 그대로 대변하는 사물이다.

"때가 끼면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사용하라던 스텐다라이의 사용법은 알레고리로 보자면 인생사용법에 가깝다. 즉 삶의 숱한 여정 속에서 낡고 오염된 가치와 사물들을 잘 닦아 새 것처럼 쓰라는 엄마의 말씀은 인생의 지침서 역할인 것이다.

 

출판사 리뷰

[표제시] 쥐며느리 -- 설거지 끝낸 명절날 아침 뽈뽈뽈 기어들어온 한 마리 쥐며느리 이가네 며느리와 쥐며느리가 허리쉼하다 만난 화장실 너는 누굴 피해 여기까지 왔느냐 어째 신세가 너랑 나랑 이렇게 같을꼬? - 너도 낀세대냐 안쓰럽다 납작한 게 위아래 눌리어 부모에게는 효도해야 되고 자식에게는 베풀어야 하는 우리를 낀세대라고 한다 사람들은 - 시집 온 지 사십 년 다 되어도 개인주의 강한 70년대 동서들에게 밀리고 일 서툰 80년대 지영이들은 설거지에 관심도 없고 쭉 해왔던 대로 우리는 고무장갑 장착하여 일 속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 같은 성끼리 모여앉아 술상 앞에 앉으니 각성받이 사촌동서들까지 모여앉아 큰집 동서는 시금치도 안 먹는다고 시래기도 안 삶는다는 작은집 동서 그러함에도 나는 왜 시를 쓴다고 낑낑대고 있을까? -- [대표시] 딸기 -- 해마다 봄이 되면 난 딸기앓이를 한다 - 엄마 얘기를 하려니 가슴이 먹먹하여 너하고 통화하려고 엄마?! 무슨 얘기? 응 딸기 딸기가 왜? 결혼을 해서 풍남동 시댁에 살고 있는데 봄날 해질녘에 초인종 소리가 나는 거야 그날 따라 막내시누이가 대문에 나갔다오더니 커다란 박스를 들고 오며 새언니 엄마가 딸기를 주고 가셨다고 보고 싶은 엄마 그냥 뛰어나갔더니 엄마는 뒤돌아보며 천천히 걷고 계신 거야 딸기 핑계로 딸 얼굴 한번 보려던 엄마 생각과 달리 사돈처녀가 딸기를 받아가니까 기운 빠지셨던 거지 달려나가 엄마를 부르는데 왜 눈물은 그렇게 쏟아지니 니가 울면 엄마 속상하다며 길가에서 엄마도 울고 나도 울고 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친정에 다녀올 생각을 못했을까 그때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았었어 - 바구니 가득 담긴 딸기 넘쳐나는 봄날이면 유난히 엄마가 더욱 생각나지 요즘은 딸, 딸을 둔 엄마를 딸기엄마라고 한다지 그럼 우리 엄마는 딸기엄마였네 자식 친구들이 찾아오면 밥 먹었냐며 언제든지 밥상을 차리던 우리 엄마 살아계실 적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드렸는데 보고 싶다 우리 엄마 엄마 사랑합니다 - 올 봄에도 난 딸기앓이를 하고 있다 -- 선술집 -- 비 내리는 십이리 모내기 마친 논에 빗물 넘실거리는 유월 - 대낮 팔뚝 문신 있는 사내는 숫돌에 회칼을 쓱쓱 문질러 날을 세운다 - 홍등 켠 어두침침한 점방 치마 걷어올려 허벅지 드러낸 계집 손바람 일렁이며 담배를 태운다 - 계집은 칼로 회 썰어줄 사내 필요하고 사내는 화류계 끝물 계집 돈주머니 필요하고 마늘 양파 수매 끝난 할배들 호들갑떤 환한 웃음으로 반겨줄 선술집이 필요하고 - 골 깊은 주름 까맣게 타들어간 농부 아내 가슴속에 하늘 뚫린 것처럼 장맛비 골을 이룬다 --

저자 소개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경남 창녕에서 살고 있다. 2013년 『창녕문학』 신인상 공모에 시가 당선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창녕문인협회 회원이다. 

책 속에서

[표제시]

쥐며느리
--
설거지 끝낸 명절날 아침
뽈뽈뽈 기어들어온 한 마리 쥐며느리
이가네 며느리와 쥐며느리가 허리쉼하다 만난 화장실
너는 누굴 피해 여기까지 왔느냐
어째 신세가 너랑 나랑 이렇게 같을꼬?
-
너도 낀세대냐
안쓰럽다 납작한 게 위아래 눌리어
부모에게는 효도해야 되고
자식에게는 베풀어야 하는 우리를
낀세대라고 한다 사람들은
-
시집 온 지 사십 년 다 되어도
개인주의 강한 70년대 동서들에게 밀리고
일 서툰 80년대 지영이들은 설거지에 관심도 없고
쭉 해왔던 대로 우리는
고무장갑 장착하여 일 속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
같은 성끼리 모여앉아 술상 앞에 앉으니
각성받이 사촌동서들까지 모여앉아
큰집 동서는 시금치도 안 먹는다고
시래기도 안 삶는다는 작은집 동서
그러함에도 나는 왜 시를 쓴다고 낑낑대고 있을까?
--

[대표시]

딸기
--
해마다 봄이 되면 난 딸기앓이를 한다
-
엄마 얘기를 하려니 가슴이 먹먹하여 너하고 통화하려고
엄마?! 무슨 얘기?
응 딸기
딸기가 왜?
결혼을 해서 풍남동 시댁에 살고 있는데
봄날 해질녘에 초인종 소리가 나는 거야
그날 따라 막내시누이가 대문에 나갔다오더니
커다란 박스를 들고 오며
새언니 엄마가 딸기를 주고 가셨다고
보고 싶은 엄마
그냥 뛰어나갔더니
엄마는 뒤돌아보며 천천히 걷고 계신 거야
딸기 핑계로 딸 얼굴 한번 보려던 엄마 생각과 달리
사돈처녀가 딸기를 받아가니까 기운 빠지셨던 거지
달려나가 엄마를 부르는데 왜 눈물은 그렇게 쏟아지니
니가 울면 엄마 속상하다며
길가에서 엄마도 울고 나도 울고
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친정에 다녀올 생각을 못했을까
그때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았었어
-
바구니 가득 담긴 딸기 넘쳐나는 봄날이면
유난히 엄마가 더욱 생각나지
요즘은 딸, 딸을 둔 엄마를 딸기엄마라고 한다지
그럼 우리 엄마는 딸기엄마였네
자식 친구들이 찾아오면 밥 먹었냐며
언제든지 밥상을 차리던 우리 엄마
살아계실 적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해드렸는데
보고 싶다 우리 엄마
엄마 사랑합니다
-
올 봄에도 난 딸기앓이를 하고 있다
--

선술집
--
비 내리는 십이리
모내기 마친 논에
빗물 넘실거리는 유월
-
대낮
팔뚝 문신 있는 사내는
숫돌에 회칼을 쓱쓱 문질러 날을 세운다
-
홍등 켠 어두침침한 점방
치마 걷어올려 허벅지 드러낸 계집
손바람 일렁이며 담배를 태운다
-
계집은 칼로 회 썰어줄 사내 필요하고
사내는 화류계 끝물 계집 돈주머니 필요하고
마늘 양파 수매 끝난 할배들
호들갑떤 환한 웃음으로 반겨줄 선술집이 필요하고
-
골 깊은 주름
까맣게 타들어간 농부 아내 가슴속에
하늘 뚫린 것처럼 장맛비 골을 이룬다
--

 

목차

1부 엄마표 스텐다라이
가지치기 · 13
엄마표 스텐다라이 · 14
연탄 · 16
오동나무 꽃 · 18
제비꽃 · 20
배추 · 21
치자(梔子), 그렇다고 치자 · 22
낙수정 꾀꼬리 · 24
단독질주 · 26
더덕 껍질 벗기기 · 28
디오니소스 · 30
딸기 · 32
로망(老妄)과 로망(Roman) 사이 · 34
무화과 · 36
문신 · 38
베드로 언덕 · 40
손톱을 깎는다는 것은 · 42
쥐며느리 · 44
코골이 · 46
해부서 · 48
늦가을 치자나무 · 50
신문지 · 51
능수 벚나무 · 52

2부 숨바꼭질
꽃놀이 · 55
담배 · 56
봄맞이 · 57
발기부전 · 58
선술집 · 60
섭이할배와 선이할매 · 61
야반도주 · 62
이사 · 64
입춘 · 65
고향 방문 · 66
기우제 · 68
달에서 목화씨가 싹을 틔웠습니다 · 70
문지방 · 72
숨바꼭질 · 74
오늘 하루쯤 · 76
제비 · 78
타조 깃털 · 80
티켓다방 새끼마담 · 82
호마(胡麻) · 83
달래야 진달래야 · 84
개나 소나 · 85
당하다, 엿보임 · 86

3부 혼자서, 한라봉
명자화 · 91
동백꽃 · 92
매생이 · 94
배롱나무 · 95
묶인 매듭 · 96
불두화(佛頭花) · 98
선택 · 99
은사시나무 · 100
잡초 · 101
탱자나무 · 102
편지 · 104
해바라기 · 105
화부보조(火夫補助) · 106
속도조절 · 109
곱슬머리 · 110
다이어트 · 112
블루스 블루스 블루스 · 114
피라미드 · 116
바람 끝자리 · 118
가위 · 119
혼자서, 한라봉 · 120
홈쇼핑 · 122
색맹(色盲)+색약(色弱) · 124

해설 현실과 꿈의 경계, 그 배롱나무 꽃그늘 / 우대식 ·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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