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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70739 / 148쪽 130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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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잠든 연인의 입속으로 과자 부스러기를 모아 넣으며 우는 사람들 마지막 빵의 썩지 않은 부분을 아이에게 물리고 곰팡이를 집어먹는 참다못해 타고 있는 장작을 그대로 끌어안는 사람들 입김으로 가족의 언 발을 씻기는 사람들 (…) 다시는 아름답지 말자 아름다워지지 말자 이 계절은 다 지났고 사람들은 구출되어 각자의 여름으로 떠났지만 여전히 어떤 사람과 나는 남아서 쇄빙선처럼 얼음의 방향으로 간다 _「한겨울의 조타수」 부분 빛을 담았어 당신에게 주려고 했어 내게 가장 밝은 것은 두들겨맞아 부서지고 피멍 든 채 절뚝거렸으므로 그걸 담아 팔려고 했어 _「와디 럼」부분 “반짝거리는 모든 세상에는 좋은 슬픔”이 있으므로 “날씨는 태어난 곳의 기억을 버리지 않”으므로 “아름다운 마음들이 여기 있겠습니다” “남겨진 것에 뚜껑을 덮으면/ 담겨진다”(「남다, 담다」)는 시구는 이 시집을, 최현우의 시 세계를 대변하는 한 문장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시인은 슬픔으로 가득찬 2010년대를 통과하면서 우리에게 남은 것―그것이 슬픔이든, 분노든, 절망이든, 무력감이든―을 그저 남은 채로 두지 않고, 그 생생한 감정과 장면을 고스란히 감각하고, 그 슬픔의 순간에도 떠오르는 반짝임에 감광하여 시를 쓰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가만히 웃거나 우는” “절반은 알고 절반은 모르”는, 그리하여 “아주 가끔씩만 희망도 절망도 아닐 수 있었”(「가만히 웃거나 우는」)던 나날들을 빛으로 타전하는 그의 시는, 조난자를 밝은 곳으로 이끌기 위한 모스부호이자, 미래에 건네는 청사진에 다름 아니리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견딤’을 견디는 것이 어려우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을 단번에 돌파할 방법은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게 몇 번씩 꺾이고 난 뒤에 비록 울음으로 엉망이 된 모습을 하고서라도 다치고 깨진 여남은 것을 주워 다시 기대를 걸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은 분명 지금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최대의 용기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만 앞으로의 삶이 지속될 것임을 이십여 년 동안 알게 되었으나 그걸 알고서도 버텨나가겠다, 이 시집이 이런 것을 말하려는 것이라면 나 역시 조금 더 버텨보겠다고 생각한다. 나의 부분을 내어주는 것에 대해 비록 삶은 그 어떤 것도 되돌려주리라 보장하지 않겠지만. 낙관적인 조건도 없이 깨지고 좌절하고 망가진 뒤에도 다시. _선우은실(문학평론가), 해설 「정강이를 부러뜨린 아이는 난파된 배의 조타수가 되어 조난자를 밝은 곳으로, 밝은 곳으로」부분 시인은 망가지고 부서진 것을 보았고, 또 물려받았지만 “마음을 망치는 것들은 피냄새가 나니까”(「회색이 될까」), “먼저 일어나서 일으켜주고 싶”(「오후 네시」)기에, “젖은 햇빛을 닦아주고 싶은”(「아베마리아」) 마음을 담아 “턱뼈에 힘을 주고 고개를 위로 치켜들”(「아홉」)고서 시를 써내려간다. 그렇기에 “한 번의 착지를 위해 수많은 추락을”(「발레리나」) 감행하는 우직함, “믿음도 연습이야/ 그 단 한 마디에 구원을 버”(「오후 네시」)리는 염결, “네가/ 아침마다 무게를 재며 울어서/ 체중계를 버”(「가족의 방식」)리는 헤아림, “다쳐서 흘러나온 사람에게서는/ 유유 냄새가 난다는 걸”(「아베마리아」) 아는 사려 깊음, 이는 모두 시인 최현우의 다른 얼굴일 것이다. 사람이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는 이유는 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만질 수 있다면 쉽게 잊히고 말 그 날씨를, 시인은 그것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해 기미의 기미조차 기록으로 남겨 전하는 것이 아닐까? “날씨는 태어난 곳의 기억을 버리지 않는다”(「면도하는 밤」)는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날씨처럼 기억을 버리지 않기 위해, 햇빛 아래 고요히 마르는 빨래를, 꽃이 죽는 밤을, 옆 사람의 손의 온기를, 달빛에 묻어나는 연인의 등을 기록하는지도 모르겠다. “반짝거리는 모든 세상에는 좋은 슬픔이 있”(「깨끗한 애정」) 기에, “두 몸은 떨어져 있어도 한 몸의 시간을 살고 있다고”(「빨랫대를 보고 말했지」) 믿고 있기에, 아직 여전히 “아름다운 마음들이 여기 있”(「낙원」)기에. “발롱!”(「발레리나」) 하고 더 높은 곳을 꿈꾸던 시인은 어느덧 믿음직한 ‘조타수’가 되어 이제는 더 먼 곳으로, 적소(適所)로, 독자의 마음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 의연한 시인의 잊지 않으려는[備忘] 기록은 “망가지지 않은 것을 주고 싶”(「시인의 말」)은 미래의 희망의 기록이 될 것이다. 이 청춘의 비망록이 미래의 청사진이 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함께 맞이하고 싶다.
슬프고 끔찍한 일들은
꼭 내가 만든 소원 같아서
누군가 다정할 때면 도망치고 싶었다.
망가지지 않은 것들을 주고 싶었는데,
스물의 나를
서른의 내가 닫고서
턱까지 숨이 차서 돌아가면
당신이 늘 없었다.
2020년 3월
최현우
물은 빛에게만 혈관을 빌려준다
반짝거리는 모든 세상에는 좋은 슬픔이 있었을 거다
_「깨끗한 애정」부분
빛은
그다음의 빛을 견디기 위해 잘 섞어두려고 했는데
나는 수많은 질문을 놓치고 허튼 대답을 했다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들의 찬란 속에서
운명을 반사할 별자리의 모양을 찾으려다가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가장 아끼던 빛깔을 쏟아버렸다
_「회색이 될까」부분
믿음도 연습이야
그 단 한 마디에 구원을 버린 적이 있다
그러니까 어느 날
무언가 먼저 죽는 날이 올 거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 있어서 유능할 것이다
몸의 착각으로 만들어진 마음이 있는 것처럼
오늘도 오후 네시가 지나간다
_「오후 네시」부분
다쳐서 흘러나온 사람에서는
우유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았죠
그날의 빛, 이제 없는 마리아
혼자서도 단단하고 차가운 컵을 쥐면
작고 미끄러운 미간을 만지는 기분
또다시 눈을 뜨면
반짝거리는 눈썹 한 쌍
허공을 문지르며 젖은 햇빛을 닦아주고 싶은 아침
그 순간 나는 내 삶 살 수 없다 생각했죠
가을의 풍부한 사방을 아무리 돌려 세워도
나타난다, 나타나지 않는
마리아,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_「아베마리아」부분
시인의 말
1부 나는 모르고 모두가 보는
천국/ 비문증/ 지독한 자세/ 젓가락질 가운데/ 거짓말/ 멍/ 코/ 겨울의 개/ 회벽/ 각자의 것은 각자에게로/ 환상 게임/ 김밥/ 어린아이의 것/ 남다, 담다/ 면도하는 밤
2부 조금은 더 너랑 살 수 있겠지만
물구나무/ 기로/ 딱 한입만 더/ 티스푼처럼/ 컵/ 만월/ 주인 잃은 개/ 사육/ 목각 인형/ 어쩌면 너무 분명한/ 섬집 아기/ 누군가 두고 가버린/ 총구에 꽃을/ 깨끗한 애정/ 꽃
3부 아름다운 마음들이 여기 있겠습니다
한겨울의 조타수/ 견고한 모든 것은/ 낙원/ 오늘/ X/ 고인돌/ 총알개미장갑/ 끝나지 않는 겨울/ Kissing a grave/ 회색이 될까/ 헌팅트로피/ 가족의 방식/ 가만히 웃거나 우는/ 미래의 시인/ 일곱 살/ 와디 럼
4부 울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만남/ 발레리나/ 주인 없는 개/ 자동 나비/ 숨은 방/ 탈피의 역순/ 바늘 뽑힌 저울에게는/ 오후 네시/ 글러브 데이즈/ 생일/ 박하사탕/ 추억과 추악/ 빨랫대를 보고 말했지/ 아베마리아/ 선한 종말/ 아홉/ 후회
해설|정강이를 부러뜨린 아이는 난파된 배의 조타수가 되어 조난자를 밝은 곳으로, 밝은 곳으로
선우은실(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