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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920139 / 528쪽 128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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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러시아를 휩쓴 무신론과 허무주의의 악령들이 빚어내는 악(惡)의 비극 ■ 도입부의 줄거리 소설은 러시아의 어느 지방 소도시의 가장 부유한 지주인 바르바라 스따브로기나 부인과 그녀의 후원을 받는 지식인 스쩨빤 베르호벤스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존경받는 학자이자 시인이며 1840년대를 대표하는 낭만적 자유주의자인 스쩨빤 선생은 바르바라 부인의 외동아들인 니꼴라이 스따브로긴의 가정교사로 처음 부인의 집에 초빙된 이후, 거의 20년 동안 그녀의 재정적 후원을 받으면서 이 집에서 머물게 된다. 어린 시절 스쩨빤 선생의 밀착된 교육을 받으며 자랐던 스따브로긴은 귀족 학교에 진학하면서 오랫동안 이 도시를 떠나 있게 되고, 뻬쩨르부르끄에서 수수께끼에 싸인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20대의 청년이 되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 젊은 귀족 청년의 출현으로, 그동안 특별한 일이라곤 없던 이 평범한 소도시가 조금씩 기묘하게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는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외모, 세련되고 우아한 태도로 금세 이곳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지만, 동시에 한편으로 사람들은 그에게서 왠지 모를 혐오감을 느끼며 그의 얼굴이 <가면>처럼 보인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리고 돌연 잠복해 있던 맹수가 이빨을 드러내듯, 그는 갑자기 아무도 이해 못할 독특한 기행들을 일삼기 시작한다.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어느 신사의 코를 잡아당기거나, 어느 부인에게 돌연 키스를 하거나, 지사의 귀를 깨물어 버리기도 하는 등…… 정신 착란을 의심케 하는 이상한 스캔들로 온 사교계는 경악과 흥분에 휩싸인다. 이후 스따브로긴은 요양차 곧 이 도시를 떠나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난 뒤 그는 다시 온전해진 모습으로 이곳에 돌아오게 된다. 바르바라 부인은 아들의 귀환을 몹시 기대하며 그의 혼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하지만, 그 무렵 도시에는 스따브로긴과 이곳에 사는 미친 절름발이 여인인 마리야 레?끼나와의 비밀스러운 관계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그런 가운데 마침내 그가 이곳에 모습을 나타내고, 그의 어린 시절 교사인 스쩨빤 선생의 아들이자 비밀리에 이곳 혁명 조직의 우두머리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 뾰뜨르 베르호벤스끼 역시 스따브로긴과 함께 이 도시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로, 이 도시 곳곳에서 기묘한 사건들이 하나둘씩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 스따브로긴과 허무주의자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각종 음모와 범죄 사건들은 당시 러시아를 휩쓴 허무주의 사상이 초래한 광기와 비극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허무주의자들이란 19세기 중엽 서구의 자연과학과 합리주의에 매료되어 유물론과 무신론을 주창하던 러시아의 청년 집단들을 말한다. 그들은 혁명을 통해 국가를 전복하여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자 했으며, 이는 때때로 <네차예프 사건>과 같이 기형적이고 파괴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도스또예프스끼는 그들의 <아버지 세대>인 1840년대의 자유주의자 스쩨빤 베르호벤스끼의 이야기로부터 이 작품의 도입부를 시작함으로써, 1860년대의 젊은 세대들의 허무주의가 전 세대의 공허한 자유주의에서 배태되었음을 보여 준다. 처음에 이들을 비판하는 정치 팸플릿으로 기획되었던 『악령』이 대대적인 수정을 거치며 철학적인 색채를 지닌 형이상학적 소설로 의미가 확대되게 된 큰 계기는, 본래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구상되었던 뾰뜨르 베르호벤스끼가 작가가 새롭게 관심을 쏟게 된 인물인 니꼴라이 스따브로긴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주게 된 데 있다. 네차예프를 문학적으로 구현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 허무주의자 뾰뜨르 베르호벤스끼 대신, 도스또예프스끼는 당시 그가 따로 구상하고 있던 종교적 소설인 『위대한 죄인의 생애』의 내용을 『악령』에 상당 부분 흡수시키면서 그 소설에 등장할 예정이었던 스따브로긴을 『악령』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삼게 되었던 것이다. 스따브로긴은 작중에서 무엇보다 <공포를 모르는> 인물로 묘사된다. 선악의 분별을 잃어버린 그는,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그 어떤 추악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일이든, 그것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한계나 두려움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무한한 능력>을 지닌 인물로 언급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이끌리며 그를 격렬히 숭배하거나 두려워하곤 하지만, 스스로는 모든 일에 대한 근본적인 무관심과 냉소, 내면의 허무에 좀 먹혀 가며 파멸해 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비밀 혁명 조직의 우두머리인 뾰뜨르 베르호벤스끼가 작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음모를 꾸미고 움직이는 실질적인 행동 대장이지만, 그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자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것은 그의 우상인 스따브로긴이다. 냉혹하고 교활한 모사꾼인 뾰뜨르는 끊임없이 스따브로긴의 주위를 맴돌며 그를 자신의 수중에 끌어들이려 하고, 자신에게는 없는 그의 재능, 마치 적그리스도의 재능과도 같이 사심 없는 <비범한 범죄 능력>을 지닌 스따브로긴을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인 야욕을 이루기를 꿈꾼다. 반면 스따브로긴은 뾰뜨르를 경멸하며 그의 일당들과 거리를 두려 하면서도, 자신과 관련된 그의 음모와 범죄들을 은연중에 암묵적으로 묵인하면서 끝끝내 파멸을 향해 간다. ■ 불멸의 조연들 이 작품에는 뾰뜨르 외에도 <스따브로긴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다수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사회에 극도의 혼돈을 불러일으켜 권력을 장악하기를 꿈꾸는 혁명적 허무주의자인 뾰뜨르 베르호벤스끼를 비롯하여, 신에 대항하여 자신의 무한한 자유의지를 천명하고 <스스로 신이 되기 위해> 권총 자살을 계획하고 있는 무신론자 끼릴로프, 민족을 통해 <신>을 찾기를 갈망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아직 신을 믿지 못하고 있는 슬라브주의자 샤또프 등은 모두 스따브로긴의 사상과 영혼의 조각들을 반영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성향과 사상을 지니고 있지만, 스따브로긴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며, 당대 러시아의 독특한 사상적 지형을 보여 준다. 이러한 관념성은 그들 각자에게 부여된 강렬한 개성을 통해 생생한 구체성을 획득하며 체현되고 있다. 도스또예프스끼 자신은 무신론과 허무주의에 호의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따브로긴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매력은 세계 문학사에 불멸의 흔적을 남겨, 이후의 작가들에게 문학적·사상적 영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끼릴로프의 사상에 크게 관심을 가졌던 알베르 카뮈는 그의 에세이집 『시지프 신화』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언급한 바 있다. 삶이라는 것의 기만을 간파하고 완전한 자유를 천명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끼릴로프의 사유를 그는 자신의 부조리 사상과 연결 짓는다. 각 인물들은 스따브로긴이 자신의 삶에 미친 절대적인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따브로긴의 불모성은 그들 중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하고, 무엇도 선택할 수가 없게 하며, 그로 하여금 파멸을 맞이하게 한다. 그리고 그들 역시 스따브로긴처럼 파멸을 맞게 된다. 이는 19세기 중엽의 러시아 지식인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보여 주는 것으로, 도스또예프스끼가 볼 때 이것은 <러시아 땅이나 민중 문화 전통과의 관계를 상실한> 이들의 숙명적인 처지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P. 50 단순한 사람들이여, 당신들은 무엇이 부족해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까? 혹시 그것 아십니까, 혹시 아시는지요. 영국인이 없어도 인류는 살아갈 수 있고, 독일인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고, 러시아인이 없으면 더할 나위 없이 가능하며, 과학이 없어도 빵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단 하나, 아름다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완전히 없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비밀은 여기에 있고, 모든 역사는 여기에 있습니다! 과학 또한 아름다움이 없으면 단 1분도 유지되지 못할 것입니다. 비웃는 자들이여, 여러분은 이것을 알고 계십니까? 과학은 야만의 상태로 전락해서 못도 발명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양보하지 않겠습니다.
P. 173~174 이봐, 뾰뜨르 스쩨빠노비치, 내가 성상을 털고 다닌 것은 맞아. 그러나 나는 거기서 진주만 떼어 냈을 뿐이야. 아마도 나의 눈물이 바로 그 순간 신의 용광로 안에서 내가 당한 모욕에 대한 보상으로 진주로 변용된 것일지 당신 같은 인간이 어찌 알겠어. 왜냐하면 나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은신처도 없던 고아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야.
P. 263 스따브로긴은 신을 믿는다 해도 자기가 믿는다는 것을 믿지 못할 거야. 만약 신을 믿지 않는다 해도 역시 자기가 믿지 않는다는 것을 믿지 못할 테고.
P. 265 「만약 신이 있다면, 모든 것은 신의 의지이고, 나는 신의 의지에서 벗어날 수 없어. 만약 신이 없다면, 모든 의지는 나의 것이니, 나는 자의지를 표명할 의무가 있는 거야.」
「자의지라고? 왜 그런 의무가 있는 거지?」
「왜냐하면 모든 의지는 나의 것이니까. 정말로 이 지구상에는 신을 끝장내고 자의지를 확신한 후, 그것이 완전한 지점에 도달했을 때 자의지를 선언할 만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이것은 마치 가난한 사람이 유산을 받고 너무 놀라서 스스로 그것을 소유할 힘이 없다고 생각해 돈 자루에 감히 다가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거야. 나는 자의지를 표명하고 싶어. 나 혼자라 하더라도 나는 할 거야.」
「그럼 하게.」
「나는 자살할 의무가 있어. 왜냐하면 내 자의지의 가장 완전한 지점은 내가 나를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지.」
P. 323 나는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몰라요. 지금도 틀림없이 거짓말하고 있을 겁니다. 문제는 내가 거짓말을 하면서 나도 그것을 믿는다는 겁니다. 삶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살아가는 동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자신의 거짓말을 믿지 않는 것, 그래요, 그래, 바로 그겁니다!
제3부
제1장 축제, 제1부
제2장 축제의 종말
제3장 끝나 버린 연애 사건
제4장 최후의 결정
제5장 나그네 여인
제6장 분주한 밤
제7장 스쩨빤 뜨로피모비치의 최후의 방랑
제8장 결말
<부록> 찌혼의 암자에서
<역자 해설> 허무주의의 악령들과 스따브로긴의 비극
<작품 평론> 악의 비극: 스따브로긴 형상의 철학적 의미
『악령』 줄거리
도스또예프스끼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