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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지 않는 사탕을 주세요

오영미 저 | 파란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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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756606 / 133쪽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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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오영미
저자 : 오영미
1987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시와 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닳지 않는 사탕을 주세요>를 썼다.

머리말

■ 시인의 말

너와 소풍을 떠났다

풀밭에서 점심을 먹었다

낡은 이어폰을 나누어 끼었다

이따금 입을 맞추었다

죽을 만큼 행복해, 네가 말했다

나는 웃으며 내 목을 부러뜨렸다

 

책 속에서

마터스

루시, 네게 줄 초콜릿을 손에 쥐고 가슴을 두근거린 게 15년 전의 일이었을까, 아니면 어제의 일이었을까? 온종일 사내 녀석들에게 두들겨 맞아 피범벅이 된 네 몸을 씻기고 엉엉 우는 너를 내 품속에 넣고 다독였던 것은 불과 몇 시간 전에 벌어졌던 일이었을까? 루시, 그 무엇도 뚜렷하지 않아, 루시. 나는 움푹하게 팬 시간 속에서 밀가루 반죽처럼 사정없이 짓이겨지고 있어. 내 다리에 친친 감긴 사슬이 보이니? 네가 그곳에서 긴 머릴 휘날리며 부드러운 밀크 초콜릿을 입에 넣는 순간에도 이 사슬은 절망적으로 길어져만 가고 있어. 제발 루시, 그렇게 공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지 마. 어째서 너는 내 손을 잡아 주지 않는 거지? 너는 공기처럼 가볍고 투명하지만 나는 아직 무겁고 달린 것이 많기 때문일까? 하지만 곧, 나도 너처럼 가벼워질 거야. 기다려 루시. 그 자리에서.

선생님. 당신은 나를 뒤덮고 있는 이 무겁고 성가신 피부를 벗겨 줄 수 있겠지요? 한 점도 남김없이 모조리 말이에요. 루시, 사랑하는 나의 루시가 바로 저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 선생님, 어서요! 이러다 나의 루시가 영영 달아나 버리면 어떡해요? ***


하얗고 연약한

내 감정은 양파로 이뤄진 것 같아, 라고 너는 말한다 까도, 까도 끝이 안 보여 그래서 무심코 눈물이 나 깨진 유리 조각과 사지가 뜯긴 봉제 인형이 따귀 맞고 붉어진 뺨처럼 너와 내 주위를 뒹군다 어째서 감정은 토해 낼 수 없는 걸까, 습관적으로 목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너는 손끝만 대도 문드러지는 연두부처럼 위태롭다 어제는 내 자궁에 타다 만 담배꽁초를 던졌지만 아마 실수였을 거야 그렇고 말고, 너는 팽팽한 활시위처럼 입술을 당기고 너의 목에 새겨진 애인의 손자국은 무섭도록 검푸르다 언제라도 너를 데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검푸름은 깊고도 음험하게 웃는다 어느덧 알맞게 발효된 새벽이 네 눈을 부드럽게 적셔 주고 나는 너를 네모반듯하게 접는다 소용없는 짓이야! 몇 시간 전보다 훨씬 짙어진 검푸름이 나를 노려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옷깃을 살짝 벌려 그 안에 너를 넣는다 조용히 흩어지는 너의 숨소리가 솜털을 간질이고 정수리 위로, 까면 깔수록 매운 감정이 별처럼 쏟아진다 ***


매력적이고 상냥한 피핑 톰 씨

바닥에 떨어진 내 눈동자가 당신의 비명 속에서 으깨집니다 하지만 코를 감싸 쥘 필요는 없어요 당신의 불규칙한 생리 주기와 주저흔이 복잡하게 새겨진 여고 시절만이 약간 흐를 뿐, 고약한 냄새는 나지 않을 테니까요 당신과 눈이 마주칠 각도를 미처 계산 못 한 나의 불찰입니다 당신이 떼어 내려던 눈곱을 막 포착한 순간이었는데요 폴란드 영화였지요, 아마? 기차에 탄 여배우가 유리구슬을 가지고 놀던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나는 당신을, 그 유리구슬처럼 이리저리 돌려 보았을 뿐입니다 만약 내 눈동자가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달았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진 않았을 텐데요 지금 당신은 뾰족하게 깎은 연필심처럼 진저리 치고 있지만 연필심은 언젠가 무뎌지기 마련이지요 안 그런가요? 당신이 마구 화를 내려는 찰나, 나는 눈동자를 버리는 시늉을 합니다 망가진 동그라미 따위, 세모꼴로 바꿔 끼우면 그만인 걸요! ***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그날은 페퍼민트라는 발음처럼 ? 11
정동진 썬크루즈 호텔 라운지 ? 12
은판 사진 ? 14
소녀, 소녀를 만나다 ? 16
두둥실 떠올라 나풀거리던 ? 18
소녀, 소녀를 만나다 ? 20
점심시간 ? 22
너는 나와 어울리지 않아 ? 24
입안 가득 돌멩이가 ? 26
고소하고 아늑한 ? 28
일주일 전 이사 온 프레디 크루거 씨가 건네준 팥 시루떡을 달게 베어 물자 ? 30
차갑고 푸른 ? 32
밑바닥 가득 가라앉은 ? 34
열아홉 ? 36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던 요안나가 화장실 타일 바닥에 휘갈긴 메모 ? 38
까미유 씨에게 꼭 맞는 코트는 어디에 있나 ? 40
마터스 ? 42

제2부
터키쉬 딜라이트 ? 45
다른 사람을 위한 계절 ? 46
세계의 끝, 여자 친구라고? - 48
금빛으로 네모반듯한 ? 50
여름, 날카롭게 무르익은 ? 52
닳지 않는 사탕을 주세요 ? 54
라 비 앙 로즈 ? 56
헤어짐의 예의 ? 58
하얗고 연약한 ? 59
애인에게 사지가 찢어발겨지기 직전의 루고시가 밀크 캔디를 한 움큼 삼킨 뒤 쓴 유서 ? 60
이유를 알려고 하지 말아 줘 ? 61
정신 나간 베이비 ? 62
마리모는 물만 자주 갈아 준다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 64
합정역 딜라이트 스퀘어 ? 66
각설탕 ? 68
포스트 모템 ? 70
라무네 ? 72
이런 슬프고도 연둣빛 나면서도 정직한 농담 ? 74

제3부
불거진 여드름이 하나, 둘 ? 77
한없이 부드러운 쪽갈비 ? 78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 80
넌 사랑스러운 집고양이야 ? 82
여자는 허벅지 ? 84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86
식사 시간 ? 88
오늘도 반질반질한 타티 씨를 위해 발모제를 발라 드릴게요 ? 90
다락방에 핀 푸르스름한 꽃 ? 92
어둠이 내 뺨을 후려쳤다 ? 93
기억의 절반이 새로운 집을 짓고 ? 94
여고생에 관한 평범한 필름 ? 96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 98
매력적이고 상냥한 피핑 톰 씨 ? 100
편도 결석 ? 101
말만 하세요 ? 102
아주 사적인 티눈 ? 104
화장실의 하나코 씨 ? 106
팔리지 않는 소설가 ? 108
한 번의 장례식 ? 110
분홍 구두 ? 111

해설 박상수 여성의 말, 귀신의 말 ?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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