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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히 너 그러워야해

시리즈 : 서정시학 세계시인선 [5]

린장허 저 | 박재우, 김영명 역 | 서정시학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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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903375 / 208쪽 127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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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최근작 : <나는 필히 너그러워야 해>

역자 소개


최근작 : <나는 필히 너그러워야 해>

서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국립타이완대학 중문연구소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 회장과 한국중어중문학회 회장을 역임, 현재 특수법인 한국문학번역원 이사, 중국사회과학원 계간지 『當代韓國』 편집인, 한국대만홍콩해외화문연구회 회장, 한중문학비교연구회 회장, 한중문화포럼 조직위원장 등을 겸하고 있다. 저서로 『중국현대 한인제재소설의 통시적 고찰』, 『韓國的中國現代文學硏究通論』(중문), 『韓國魯迅硏究論文集』(중문, 공저), 『일제시기중국현대문학수용사 1, 2, 3』(공저) 등 20여 종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현대작가의 한인 항일투쟁에 대한 반영과 묘사』 등 50여 편이 있다. 역서로 『만사형통』(모옌, 톄닝 등 저, 공역), 『애정삼부곡』(바진), 『안계계절의 비가』(마오둔), 『중국현대소설유파사』(옌자옌) 등 10여 종이 있다.

머리말

한 소년 시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샤오샤오潇潇(중국 저명시인)

천재 소년 시인에게 서문을 쓴다는 것은 우리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화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처음 장허의 시를 읽었을 때, 그의 사유, 의도, 표현, 언어적 바탕을 보고 그가 성숙하고 개성이 있는 시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점점 더 많이 읽게 되면서, 그의 성숙함으로부터 더 많은 순수함과 경이로움을 읽게 되었다. 순수한 성숙함과 성숙한 순수함, 그의 시에 나타나는 작은 우주는 우리의 이 복잡하고 세속적이며 무절제하고 거친 성인의 세계에 대해 조용한 외침을 발했다. “나는 필히 너그러워야 해” 열다섯 살 소년 시인이 쓴 이 시구를 읽었을 때 나는 마치 화성의 추위에 닿는 듯했다. 내 마음은 떨렸고, 놀라고 두려웠고, 부끄러웠다. 기도했다! 어떤 상황? 어떤 사건? 어떤 사회? 어떤 인간이길래 한 햇빛 소년에게 이렇게 초 경험적인 중금속 같은 소리를 내게 했는가! “나는 필히 너그러워야 해/나는——필히 너그러워야 한다!/설령 세찬 파도의 물보라가 절벽——벽 위의/ 성루에 튀지 않더라도/성벽은/불후의 손끝으로/기억할 것이니//……//나는 모든 사람이/공기의 점 속에 있는 걸 보았다/색의 짙고 옅음/녹아버린/빛의 크기//잎은 허리 굽혀질 때까지 아팠고/두드러진 혈관/구불구불/ ——마치 칼 들고/미소짓는 멋진 협객처럼// 그의 한 오리 마지막 바람 속에서/점으로/널리 퍼졌다”
이 시의 음절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서 나는 영혼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무게감을 느꼈다. 또한, 린장허의 호방하고 자유로운 상상력과 정교하고 시적 정취가 다분한 표현에 놀랐다. “나는 모든 사람이 공기의 점 속에 있는 걸 보았다” 맙소사. 나는 장허가 인간의 암흑을 공기 중의 무한한 한 개의 점으로 묘사한 것일까고 추측한다. 어쩐지 “잎은 허리 굽혀질 때까지 아팠고”…… 아마 “칼을 들고 미소짓는 협객”은 바로 시인 자신이겠지? 나는 이런 시편을 읽을 때, 나의 영혼도 휘어질 정도로 아팠다. ……시끄럽고 번화하고 가속도가 붙는 이 세상은 정말 심하게 병들어있다……이런 세상의 병폐에 대하여, 장허는 마치 경험 풍부한 의사처럼 짧은 시에서 잎사귀의 통증과 검은 점의 연장선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가 “칼을 들고 미소짓는 협객”처럼 가볍게 맥락을 파악하고 있는데, 겨우 열다섯 살이지만 보통 성인의 도량과 기질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여기에서 나는 진심으로 같은 동료의 신분으로 그를 칭찬하는 것이지 선배로서 이 천재 소년 시인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 아니다.
“시인은 추방된 신, 올림푸스의 태양이 지구의 중심을 향해 솟아오른다.” 이것은 린장허의 시 「그것」 중의 한 구절이다. 여기에서 열다섯 살 소년의 조숙한 지혜와 현실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올림푸스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신비스러운 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그녀는 지옥의 심연에서 태어나 영혼의 강에 뿌리를 두고 혼돈 가운데 점차 형성되었다. 세계를 지배하는 신들은 모두 산 정상에 살았는데, 이는 그녀를 힘과 권력의 절대적인 상징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소년 시인의 마음속에는 한 시대 시인이 추방된 신이 되었을 때, 올림푸스의 태양은 오로지 지구의 중심을 향해 솟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린장허는 그리스 신화를 이처럼 교묘하고 적절하게 오늘날의 맥락에 접목시켜 우리의 마음이 직접 경험한 듯하게 했고, 동시에 무한한 상상을 낳게 했다.……“그것의 영혼/매번 루트에 의해 분할되고/얼마 남지 않은 언어는 분할된다/하늘은 녹기 시작하고/구름과 바람은 흐르기 시작한다……차동차는 배기가스 속에서 썩지 않고/영감은 썩지 않고 오염된다”……시인이 보여준 이런 포스트모던적인 도착과 황당무계한 이미지 속에서 영혼은 수학의 루트에 의해 분할될 수 있고, 언어도 분할될 수 있으며, 하늘, 구름……모든 것이 다 분할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이 오염된 영혼을 어떻게 안치할 것인가?! 이 시는 너무 많은 정보량과 장력이 있어 송나라 장택단張擇端의 『청명상하도』를 떠올리게 한다. 화가는 긴 두루마기 형식으로 산점투시散點透視 구도법만을 사용하여 12세기 중국 북송 도읍지의 면모와 당시 사회 각 계층 인민들의 삶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었다.
우리의 소년 시인은 그의 독특한 수학적인 단순한 시각으로 이 시대의 복잡한 정신적 이미지를 중첩, 통찰, 굴절, 은유, 접기, 부수기 등……방식으로 짧은 시 속에 함축시켰다. 나는 “자고로 영웅은 소년에서 나온다”는 옛말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다. 린장허는 이 짧은 25줄의 시로 민감하고 낯섦으로 가득한 상상으로 우리 삶 속의 무감각, 권태, 습관이 된 단어, 사물, 행위, 점과 같은 우리의 생체 특징 등을 자연스럽게 융합시켜 우리에게 한 폭의 “포스트모던 정신적 폐품을 주워 놓은 그림”을 펼쳐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시를 여러 번 읽었는데, 매번 읽을 때마다 똑같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후배 젊은이들을 얕잡아보지 않았는데, 만약 린장허 같은 어린 소년 앞에서 나이를 내세워 거만하게 굴었다면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래전 내가 지금의 장허보다 세 살 더 많았을 때, 독선에 빠져 있다가 뮤즈에게 버림받은 자신을 존중할 줄 모르는 연장자들을 마음속으로 심하게 경멸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허는 어른들 무리에서도 조용하고 예의 바르고 온순하고 우아한 소년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베이징의 깊은 가을에 그를 처음 만났고, 그때 그의 부모님이 동행했다.
그의 부친인 위안안遠岸형님은 신용과 수련의 경지가 부족한 이 시대에 내가 존경하는 시인으로 시든 인품이든 보기 드물게 겸손하고 빛을 발했다. 나는 주변의 몇몇 시인들로부터 위안안형님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들었다. 예를 들어 베이다오北島, 사오쥔少君, 칭화清華, 장띠臧棣, 우창五昌, 옌시雁西, 하이뽀어海波……등등. 이 아이가 시를 쓰기 때문에 우리는 위챗에 서로 친구 추가를 했다. 후에 중요한 명절이 되면 장허는 항상 나의 위챗에 즐거운 명절 되세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때 그는 겨우 12~13세였다. 처음에는 그의 부모님이 일깨워준 결과라고 생각했다. 한 시인들 모임에서 특별히 위안안형님에게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모두가 장허의 타고난 품성이었고, 어른들은 알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이 아이의 교양, 선량함, 타인을 사랑하는 초심에 감명을 받았다. 나도 가끔 장허의 위쳇 모멘트를 통해 그의 즉흥작을 읽어보곤 한다. 어느 날 내가 그의 「2017」을 읽고 정말 깜짝 놀랐다. 꼬마는 겨우 14살에 불과한데 그의 시는 비약적으로 대담하고 성숙했다. 언어는 깨끗하고 풀처럼 자연스럽고 이 세상에 오염되지 않은 시적인 자유와 솔직함이 있었다. 특히 “2017은/아주 귀엽고/섬세하다”라는 구절은 천뢰天籟처럼 자연스럽고 아동의 천진난만한 시적 정취가 흘렀다. 2017은 털이 보송보송한 사랑스러운 베이비처럼 질감이 있고 차가운 시간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도 달콤함과 따뜻함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나는 일찍이 「그들 얼굴의 먹구름」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2017은 암류가 용솟음친다/마치 제멋대로/휩쓰는 모래 강처럼/세상을/비범하고 시비로 얼룩지고 귀신이 있는 곳으로/끌어당겼다/전환하는 한해이다” 이 시속에는 혼돈의 세계에 대한 생각의 예측불허, 초조함, 아픔, 무거움과 아무런 방법이 없는 성인의 사유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러나 장허의 시적 사유는 우리에게 새로운 차원을 제공해 주었다. 2017년은 연도로 사계절의 추움과 따뜻함, 인간 속세의 복잡함, 똑딱거리는 시계방향, 시간 속의 공간 등이 장허의 시속에서 모두 걸러지고, 추상화되어 있다. 마치 영국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인 앨런·맥시슨·튜링의 신비롭고 간단한 감각 방정식처럼. 장허는 탄생하여 자라나고 발전하고 혼란스러운 자연 세계를 그가 감지한 느낌 그대로 가장 단순하고 생명의 초기 상태로 묘사했다. 그런 다음 그것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시간의 배후에/너의 눈이 반짝인다/어두운 밤은 빙글빙글 돌고/파란 별은 하나둘씩/가벼운 구름 뒤에 숨는다//물론/겨울의 태양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기타에는 비파의/거친 향기가 섞여 있다/물론/2017은/아주 귀엽고/섬세하다” 질서와 혼란 사이에 있는 물질적 세계에서, 장허는 의도치 않게 앨런·맥시슨·튜링으로 향하는 시각을 열어주었다. 즉 다시 말해서 앨런·맥시슨·튜링이 인간을 위하여 발견한 가장 기발하고 믿기 어려운 생명의 비밀로 향하는 길, 가장 간단한 수학 방정식으로 이 복잡한 생물 세계를 묘사한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컴퓨터를 발명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허의 대단한 점인데, 그는 홀가분하고 자연스럽게 생명 시스템의 핵심에 도달한 것이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머리가 비상한 천재들은 서로 통했을는지도 모른다. 나이, 시공, 학과의 경계는 없다.
한 시인이 만약 단지 단어, 언어의 움직임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만 가지고 있고, 타인과 세계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최고의 시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블랙호크처럼, 다른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엔진이 없다면 하늘을 날지 못한다. 그런데 장허는 비록 집안 사정이 탄탄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고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했지만, 타인과 이 훼손된 세상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그」라는 시가 가장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얼기설기 주름이 교차한 손/삶을 지탱해준 괭이 잡는다/괭이자루 위의 풀/발아래에서 줄곧 아우성치며/휘날리는 눈썹 쫓아낸다//올해는 풍년이 아니다/밀은 몸부림치며 진부한 가을바람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간신히 대지에 발을 들여놓는다/달빛은 아직 그의 침묵하는 근심 수확할 겨를 없고/공기/거짓말보다 더 날카로운 공기가 그의 콧구멍으로부터/지구를 밀어낸다” 이것은 완전히 슬픔을 담은 현시대의 농사 짓는 그림이다. “그의 얼기설기 주름이 교차한 손/삶을 지탱해준 괭이 잡는다” 간결한 스케치 두 마디로 산전수전 다 겪은 농부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붓끝을 돌려 “올해는 풍년이 아니다.” 밀의 몸부림, ‘진부한 가을바람’은 어렵지 않게 두보의 그 유명한 「초가집이 가을바람에 무너진 것에 대한 노래」를 연상케 한다. 시 전체의 분위기, 공간과 기상이 단번에 높아지고, 관통되고, 자유분방해졌다.……이어서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와 어머니—대대로 봄에 갇혔던 땅 위에 서서/그는 가볍게 겨울을 가슴에 넣는다/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와 어머니-대대로 응시했던 마을 끝에 섰다/등 뒤는 끊임없이 증발하는 파도/멀리 신, 신도와 이교도를 사이 두고 /마을 저쪽 끝/쓸쓸해도 무너뜨릴 수 없는 맑고 깨끗한 남방” 여기에서 나는 땅에 의존하며 사는 농민들이 여전히 대대에 걸쳐 반복적으로 일하고, 계절과 수확을 반복하며, 반복되는 가난과 마음속에 일어나는 밝은 듯 어두운듯한 불꽃을 보았다. 바로 이런 짙은 슬픔에 휩싸여있을 때, 시인 장허는 갑자기 신의 한 수를 썼다. “멀리 신, 신도와 이교도를 사이 두고 /마을 저쪽 끝/쓸쓸해도 무너뜨릴 수 없는 맑고 깨끗한 남방이다.” 어떤 신념과 수련의 경지가 집안이 좋은 소년이 이 땅에 흔히는 볼 수 있는 고단함을 느끼게 했는가? 대대로 아무리 힘들어도 강인한 그 초심을 감지하게 했는가? 마치 무너뜨릴 수 없는 그 청명한 남쪽 하늘처럼. 분명한 것은 열다섯 살의 어린 장허는 소외계층에 대한 타고난 사랑과 현대 중국어시를 초연하게 다루는 능력으로 넓은 시야로 우리에게 빛의 세월을 가로지르고 시공간을 접는 비판적인 현실주의 슬픈 그림을 그려주었다.
이러한 연민과 인간애를 담은 시로는 또 「엘리베이터와 멜론」 등이 있다. 장허의 일상 경험에 대한 시적 승화와 탁월한 처리 능력은 사람을 놀라게 한다. 엘리베이터와 멜론은 우리 곁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물이지만, 장허의 붓끝에서는 멜론을 먹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작은 사건을 교묘하게 시각과 촉각을 특정한 순간에 펼쳐주어 단어와 의미의 만남 속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원래 평범한 단어, 버림받은 생명인 파리, 넝마주이의 무감각한 얼굴, 가벼운 사소한 부분들 예를 들면 “그 끈질기고 달콤한 실타래 같은 근심/내 잇새에 끼었네” 이는 얼마나 생생하고 참신하고 정확한 표현인가! 평소와 다름없는 또 다른 풍경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동과 생각을 담아냈다. 마지막에 그는 교묘하게 파리의 눈을 빌려 인간의 세태를 꿰뚫어 보았다. “입가에 맴도는 파리/어렴풋이//문틈 밖에서/넝마주이 무감각한 얼굴을 보았네”
린장허 시의 천부적인 기상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나는 그의 작품을 읽을 때 종종 그의 나이를 잊고 그의 시편에 나오는 진주, 마노, 보석, 별……에 매료된다. 예를 들면 그의 「초원을 위해 쓰다」 중 “나무 옆에 땅딸막한 신/왼손에 구운 양 들고/셔츠 두 번째 단추 열려 있네” 예를 들어 「누구에게 쓰다」 중 “조석은 밤낮으로 나의 문을 두드린다/알파벳이 그리움처럼 밀려온다” 예를 들어 「태풍, 비, 양초 그리고 별이 없는 밤」 중 “바람은/볼을 불룩하게 하고/시원함을 넘어선/흙비를 토해낸다” 예를 들어 「바탕색」 중 “새가 지저귀는 소리는 석유처럼/뿜어져 나왔다”……이처럼 청신하고, 자연스럽고, 익살스럽고, 또 시적인 섬광이 번뜩이는 구절은 장허의 시 행간 곳곳에서 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만약 린장허의 시적 언어가 자신에게로 향하는 아름다움이라면 그의 시적 재능과 천재성은 나를 감탄하게 했다. 그렇다면 그의 「공백」은 소년의 마음과 지혜를 넘어 지역, 인간성을 초월했다. 죽음과 직접 대화하는 시구는 나를 은근히 탄복하게 하면서 혀를 차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죽음은 철학의 궁극적인 명제이며, 물론 역시 시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대가들의 시를 말할 때, 죽음은 종종 그들의 시에서 가장 깊은 부분까지 미치고 있다. 열다섯 살의 장허는 그의 「공백」에서 이렇게 언어로 죽음을 관통하고 있다. “저승사자의 숨결 봄처럼 단단하다/그는 비실비실한 햇빛 속에서/어느 쪽 공백과/미래를 얘기할까?” 그는 죽음을 묘사하는 상상을, 무의식적으로 펼치고 모으고 하는 과정 중에 또 다른 새로운 경지로 승화시켰다. 프랑스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 알랭·바디우조차도 감개무량하게 “시는 항상 철학을 당황스럽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린장허가 천재 소년 시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그의 「한밤중에 아빠와 시를 읽다」를 읽으면 이 점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내 목소리는 불쌍할 정도로 작아/아빠 말씀 속에서만 메아리가 들렸다/스탠드는 시선을 늘어뜨렸다//시는 읽힐 때 어떤 생각을 할까?/——오늘 아침에 방문했던 참새/한밤중에 배회하는 바다/원숭이 앞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이 외에/——모든 것이 더없이 조용했다//다행히 여기 두 명 있고/커튼은 밤을 질질 끌고 있었다” 이 시는 가벼운 어조이지만 이렇게 간결하고 날카롭다. 목소리는 가련할 정도로 작으면서도, 귀청이 찢어질 듯하지 않은가! 그렇다. 오늘날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립서비스 시는 넘쳐나고 불빛은 동물들의 밤을 쫓아버리고 원숭이는 어두운 밤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인간은 오히려 순서가 전도되었다. 시는 읽힐 때 어떤 생각을 할까?……원숭이 앞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이런 질문은 사춘기 소년의 유치한 미혹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점점 더 많은 곤경에 처했을 때 인간이 반성해야 할 철학적인 명제이다. 이 시는 이미지 변화가 많아 포착하기 힘들고, 사상이 명확하고, 언어가 역동적이고, 수사가 정확하며, 시적 정취도 긴 여운을 남겨준다.
밤에는 아버지와 시를 읽는다. 사실 이것이 바로 장허의 일상이다. 사실 한 천재 소년 시인의 출현은 뜬구름처럼 불쑥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어느 해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하이난에서 개최한 양안兩岸 시가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사오쥔少君 형님이 나에게 위안안 형님을 소개하여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위안안 형님이 와인의 영혼과 생명을 극치의 경지로 썼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오늘날의 물질적 세계에 시적인 정취를 부여해 주고 가족 교육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즉 한밤중에 아들과 함께 시를 읽기이다. 출장을 가지 않으면 거의 매일 밤 아들과 함께 국내외 시 한 수를 읽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때의 장허는 겨우 몇 살에 불과했다. 장허는 틀림없이 우리 주변의 뛰어난 시인의 시와 외국 시인들의 명문을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를 통한 영향과 교육은 중국에서도 매우 드물다. 린장허가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이처럼 노련하고, 기발하고, 섬세하고, 용솟음치고, 시적 예술성에 대한 검증의 시련을 견뎌낼 수 있는 시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장허는 다방면의 취미를 갖고 있고 서예도 아주 뛰어났다.
장허는 2016년에 제19회 “중일 청소년 서예회화전”에서 ‘하토야마鳩山 상’을 수상했는데, 특별히 초대를 받아 일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수상과 함께 기념식 테이프를 끊었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수상이 친히 상을 주셨다. 일상 중에서 장허는 더욱 활발하다. 몇 살 때부터 골프를 칠 줄 알았고, 이젠 농구 솜씨도 뛰어나다. 코언Cohen처럼 분위기가 있는 남성적인 음악도 좋아하고, 와인에 대한 열정도 그의 아빠처럼 대단하다. 이처럼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어린 동료를 마주하게 된다면, 오직 축복만 있을 뿐이다. 나는 오늘의 장허가 어제의 장허가 아니고, 내일의 장허는 동방의 장허, 세계의 장허임을 선명하게 보았다. 너에게 축복을 기원한다!

2017년 11월 11일 베이징에서

목차

서문 | 4

제1부 신으로부터 사람에까지

나는 왜 시인인가? | 26
장인 | 27
4월 22일 먹구름을 위해 쓴 지은 시 | 28
그것 | 29
시인이거나 드라큐라 이거나 | 31
숲에 보내는 러브레터 | 32
날아가는 새에게 | 34
초원을 위하여 | 35
만리장성에게 | 36
유심론자 | 37
창밖 | 39
그 | 40
봄의 노래 | 42
바다에게 | 43
친구 알렉스 | 44
그녀 | 45
도둑 | 48
누군가에게 | 49
너 | 50
기사 | 51

제2부 코끼리와 바나나

우웬?源 (2) | 56
건포도의 관점 | 57
태풍, 비, 양초 그리고 별이 없는 밤 | 58
코끼리 | 59
시애틀의 전경 | 60
해풍 | 61
검은 백조 | 62
마침내 | 64
물고기 | 65
이별가 | 66
룽러우龍樓의 햇빛 | 67
시애틀의 지붕 | 68
나의 우울함 | 69
엘리베이터와 멜론 | 70
욕실 소감 | 71
그림 | 72
소리 | 73
지구섬 · 물과 기타의 시 | 75
석양 | 77
공백 | 78
황혼에서 여명까지 | 79
한 곡의 끝 | 80
이사 | 81
비를 기록하다 | 82
책상 | 83
4분 반의 이야기 | 84
후지산 | 85
초원 | 86
서커스 관람 소감 | 87
클라이맥스 | 88
궐기 대회를 보며 | 89
사막에 관하여 | 90
내려간다 | 91
비닐봉지 | 92
서곡 | 93
문명 | 94
음모 | 95
들판 | 96
기슭 | 97
수업을 들을 때 또 한 번 지루함을 느꼈다 | 98
노란색 시 | 99
모래 | 100
돛 | 101
바탕색 | 102
기린, 바나나와 관련이 있어 | 103

제3부 바닷물로 둘러싸인 곳에 서서

와인과 관련이 있네 | 108
그리움 | 109
향수 | 110
이마가 탁 트인 비 오는 날 | 112
종말 | 113
도시에 관하여 | 114
또 한 편의 비에 관한 시 | 115
댕그랑 | 116
아빠에 관하여 | 117
광명에 대한 가정 | 119
사계절과 태양에 관하여 | 120
2017 | 125
한밤중에 아빠와 시를 읽다 | 127
그날 | 128
옛날 | 130
하이커우海口의 새벽 | 131
바닷물로 둘러싸인 곳에 서서 | 132
독특함에 관하여 | 133
엄마와 나 | 134
비는 아직 내리고 있지만 | 135

제4부 장마가 계속되는 날씨, 내가 모르는 것들

군사 훈련 때, 판웨이의 ‘그 머나먼 북쪽’을 생각하다 | 140
밤중에 공기를 깨우는 비 | 141
먼 곳 또는 그 북쪽 | 142
프랑스의 음모 | 143
프랑스 니스에서 해와 달이 함께 만나는 날 기록하다 | 144
블랙 문 | 145
나는 필히 너그러워야 해 | 147
그 후 | 149
억측 | 152
어느 수구자의 시간 | 153
오직 뭇별만이 | 156
정신보다 가벼운 것 | 157
문자 인생 | 158
장마가 계속되는 날씨, 내가 모르는 것들 | 159
한 번의 추리 | 161
1년 | 162
또 사계절 만나다 | 166
달을 그리워하다 | 168
비 내리는 밤 · 무림의 옛일 | 169
틈을 타서 | 170
귀족 | 172
고향 | 174
다락방과 아침 | 176
무제 | 178
더 깊은 곳 | 180
자유 | 181
그밖에 | 182
만찬 시간 | 183
여행길 | 184
▣해설▣ 정신보다 가벼운 것은 모두 상승할 것이다 ┃장칭화 | 185
옮긴이의 말 | 199
글쓴이 약력 | 203
옮긴이 약력 | 204
저자 후기 |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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