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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L’événement
시리즈 : 쏜살 문고 [64]

아니 에르노 저 | 윤석헌 역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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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29583 / 84쪽 113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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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 ‘칼 같은 글쓰기’의 작가 아니 에르노의 용기 있는 고백록 자전적 탐구와 사회 과학적 방법론을 결합한, 자신의 민낯을 명징하게 낱낱이 보여 주는 독보적인 글쓰기로 프랑스 문단의 가장 중요한 작가로서 군림하고 있는 아니 에르노의 용기 있는 고백록 『사건』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격렬한 성적 체험과 무분별한 욕망을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이며 전 세계 문단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 준 『단순한 열정』, 『탐닉』을 비롯하여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냉철하게 회고한 『남자의 자리』와 『한 여자』, 프롤레타리아 가정에서 태어난 자신의 운명과 거기서 벗어나고자 분투하는 부끄러운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 낸 『부끄러움』, 이미 한 편의 작품을 넘어 하나의 문학적 사건으로 기록된 『세월』로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은 물론, 2019년 맨부커 국제상 최종심에도 오른 ‘아니 에르노’의 이름은 우리 독자들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문단에 등장한 이래 끊임없이 자신을 고백해 온 아니 에르노이지만 유독 『사건』만큼은 끝끝내 이야기하기가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사건』의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어떤 경험’, 즉 임신 중절 체험을 모조리, 일말의 과장이나 오류 없이 샅샅이 고백하기란 아무래도 불가능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법이 금지하고 범죄로 낙인찍은 임신 중절이 ‘여성의 선택’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의 시간이 흘러, 그저 일상적으로 성병 검사를 받던 바로 그 순간에, 불현듯이 벼락처럼, 임신 중절을 해야만 하는 임신 상태에 내몰려 있던 이십 대의 자신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결국 에르노는 과거의 일기를 다시 끄집어냈고, 그때 방황했던 장소들, 무심하게 흐르던 음악을 맹렬하게 다시 마주하며 “생리가 시작되기만을” 간절하게 소망하던 절망적인 시간 속으로 거칠게 휩쓸려 들어간다. 섹스는 자신과 보르도 출신 남학생 모두의 몫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처럼 찾아든 ‘임신’은 오로지 여성만의 굴레였다. 작가는, 섹스를 할 때는 자신도 남자와 다를 바 없다고 느꼈지만 임신을 하고 나서야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보수적이고 신앙심 깊은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화자는 절박한 마음에 평소 자유연애를 지지하고 여성 인권에 민감한 친구들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임신 중절’을 예외적인 사건이라 치부하며 내심 깔보는 태도를 내보인다. 심지어 도움을 청한 한 남성으로부터는 (이미 임신을 했으니) ‘어차피 임신할 걱정이 없는 여자’라는 취급까지 받아 가며 성추행을 당한다. 모두가 이 일(임신 중절)을 알고 있음에도 절대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는다. 같은 섹스, 같은 임신에 대해서도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이중 잣대가 존재하고, 법은 불가피하게 임신 중절을 해야만 하는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며 타락한 여자로 낙인을 찍는다. 마침내 아니 에르노는 제도가 보호하지 않는 ‘임신’과 ‘중절’이 신분 추락, 학업 실패 따위를 명백하게 암시하는 기호임을 깨닫고, 목숨을 저당 잡힌 채 뜨개질바늘을, 불법 시술사의 탐침관을 자신의 성기 속으로 밀어 넣는다. “늘 그래 왔듯 임신 중절이 나쁘기 때문에 금지되었는지, 금지되었기 때문에 나쁜지를 규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법에 비추어 판단했고, 법을 판단하지는 않았다.”라는 저자의 고발처럼, 『사건』은 ‘임신 중절’이 여전히 법적 문제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 현재 진행형의 화두를 던진다. 이 작품을 보라! 쏜살 문고로 만나는 여성 문학의 멋진 신세계 여성이 마주한 세상, 여성이 기록한 경험, 여성이 분투한 운명,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만나다 지난 2016년 7월 민음사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쏜살 문고’의 첫 책을 펴낸 이래,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을 출간하며 총 50권을 돌파하였다.(「동네 서점 에디션」 및 「워터프루프북」 등 특별판 제외.) 새로운 출판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는 기치 아래, 과거 ‘문고판’ 도서의 틀을 쇄신하며 작품 선정과 편집,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도전을 이어 온 ‘쏜살 문고’가, 2019년 마침내 ‘동서고금의 여성 문학’과 함께 다시 독자들 곁을 찾았다. 지난 삼여 년의 시간 동안 면밀히 기획해 온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은,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출간한 「세계문학전집 속 거장 컬렉션」 그리고 작년에 펴낸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과 마찬가지로 ‘문고 속 작은 우주’를 표방하며, 하나의 독자적인 큐레이션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2019년 11월, 「여성 문학 컬렉션」 1차분으로서 세상에 내놓은 이번 여섯 권의 책을 디딤돌로 삼아, 우리 출판계가 마땅히 주목하고 기억해야 할 여성 문학의 ‘멋진 신세계’를 차례로 펼쳐 보이도록 하겠다. 2016년 「세계문학전집 속 거장 컬렉션」의 첫 권으로 출간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2017년 21세기 페미니즘 문학을 선도하는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화제작 『엄마는 페미니스트』, 2018년 ‘여성적 글쓰기(ecriture feminine)’의 정수를 보여 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에 이르기까지, ‘쏜살 문고’ 속에서 매년 커다란 궤적을 그려 온 여성 문학이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을 통해 거대한 성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왜 지금 ‘여성 문학’인가? 문학은 작가 개인의 기록인 동시에, 작가의 육체와 내면을 가로지는 모든 시공간의 집적(集積)이자 독자와 역사가 선택하는 시대적 증거물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살아남은 작품에는 저마다 가치가 있고, 우리들은 그것을 ‘고전’이라 부르며 매 순간 새로이 읽고 또 기억한다. 오늘날 여성 작가와 여성 독자, ‘책’을 둘러싼 문화와 산업 전반에 걸쳐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꼈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라면 그만큼의 ‘고전’이 우리 곁에 있기 마련이고, 더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거둘 수 없었다. 여성의 육체를 둘러싼 내밀한 경험, 여성의 성장과 자아실현을 위한 이야기들, 여성 억압의 역사 속에서 수난당해야만 했던 고통의 서사, 여성이 여성으로서 털어놓을 수 있는 ‘자기만의 목소리’ 등 우리 세계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하여, 매서운 분투 속에서 생존한 ‘여성 문학’을 새로이 기념하기 위하여 「여성 문학 컬렉션」을 펴내기로 하였다. ‘법이 금지한’ 임신 중절 경험을 극도로 정제된 문체로 용기 있게 서술한 아니 에르노의 『사건』을 필두로, ‘무민 시리즈’의 작가이자 북유럽 현대 문화·예술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토베 얀손의 작가적 재능과 인생을 관조하는 시선이 오롯이 녹아 있는 『여름의 책』과 『두 손 가벼운 여행』 그리고 한국 문학계의 거목이자 현대 우리말로 쓰인 여성 문학의 결정적인 작품들, 강경애의 『소금』, 박완서의 『이별의 김포공항』, 강신재의 『해방촌 가는 길』까지 한자리에 모았다. 이후 버지니아 울프, 마르그리트 뒤라스, 히구치 이치요, 캐서린 맨스필드와 거트루드 스타인 등 전 세계의 중요한 여성 작가와 여성 문학을 지속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더불어 「여성 문학 컬렉션」의 표지 디자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민음사에서 눈부시게 활약해 온 최정은, 최지은, 유진아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김린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등 국내의 여성 디자이너들이 각각 표지를 맡아 주었다. 쏜살 문고 「여성 문학 컬렉션」의 첫 독자로서 하나하나의 작품들과 깊이 교감한 이들 디자이너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함께 주목해 보자.

저자 소개

■ 삶, 작품과 활동
1940년 9월 1일 생, 처녀명 아니 뒤셴느(Annie Duchesne), 프랑스 작가이자 문학교수이다. 자전적 요소가 강한 그녀의 작품들은 사회학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를 노르망디의 소읍 이브토Yvetot에서 보냈고, 노동자에서 소상인이 된 부모를 둔 소박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루앙 대학교를 졸업,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하여, 정식 교원, 문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1974년, 자전적인 소설 『빈 장롱Les Armoires vides』으로 등단했고, 1984년, 역시 자전적인 요소가 강한 『남자의 자리La place』로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2008년, 전후부터 오늘날까지의 현대사를 대형 프레스코화로 완성한 『세월들Les Années』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수상했다. 2011년, 자신의 출생 이전에, 여섯 살의 나이로 사망한 누이에게 보내는 편지인 『다른 딸L'autre fille』을 선보였고, 같은 해에 12개의 자전 소설과, 사진,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Ecrire la vie』를 갈리마르 Quarto 총서에서 선보였다. 생존하는 작가가 이 총서에 편입되기는 그녀가 처음이다. 2003년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탄생했다.

문학과 문체
데뷔 시절부터 아니 에르노는 노르망디의 소읍 이브토의 카페-식료품점이었던 자신의 유년 시절로 구성된 자전적 소재에 몰두하기 위해 모든 픽션을 포기했다. 역사적 경험과 개인적 체험을 혼합한 그녀의 작품들은 부모의 신분 상승(『남자의 자리』, 『부끄러움』), 자신의 결혼(『얼어붙은 여자』), 성과 사랑(『단순한 열정』, 『탐닉』), 주변 환경(『밖으로부터의 일기』, 『바깥세상』), 낙태(『사건』), 어머니의 치매와 죽음(『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한 여자』), 심지어 혹은 자신의 유방암 투병(『사진의 사용』, 마르크 마리 공저)을 소재로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해부하였다.
그녀는 “판단, 은유, 소설적 비유가 배제된” 중성적인 글쓰기를 주장하면서 “표현된 사실들의 가치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객관적인” 문체를 구사, “역사적 사실이나 문헌과 동일한 가치로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에르노에게는 “자아에 내재된 시적이고 문학적인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글쓰기는 “문학적, 사회적 위계를 전복하려는 의도에서 출발, 문학과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대상들 ― 슈퍼마켓, 지하철 등 ― 에 대해, 이것보다 고상한 대상들 ― 기억의 메커니즘, 시간의 감각 등 ― 을 서술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그 둘을 결합하여” 글을 쓴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생각할 때 썼던 그 단어들을 되찾는 일이다.”

사회학의 영향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개인의 기억 속에서 집단의 기억을 복원”하려는 사회학적 방법론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개인성의 함정”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노력의 산물인 그녀의 작품은 자전(自傳)의 새로운 정의를 부여했다. “내면적인 것은 여전히, 그리고 항상 사회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순수한 자아에 타인들, 법,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아니 에르노는 사회학자의 방법론을 채택, 자신을 집단적 표본과 특성을 체득한 한 체험자의 총합으로 간주한다. “나는 나를 특수한 존재로서, 절대적으로 특수한 존재라는 의미에서 나 자신을 생각한 적이 거의 없다. 나는 나를 사회적, 역사적, 성적 경험과 판단의 총합, 언어의 총합, 또한 세계(과거와 현재)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이 필연적으로 하나의 특수한 주관성을 형성하게 된 총합으로 간주한다. 나는 나의 주관성을 보다 일반적이고 집단적인 메커니즘과 현상을 되살리고 그것을 밝히기 위해 사용한다.” 그녀에 따르면 사회학적 방법은 전통적으로 자전적인 ‘나’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사용하는 나는 비인격적 형태를 띄고 있다. 성별도 애매하고, 종종 나의 말이기보다는 타인의 말일 수도 있는, 전체적으로 다인격적 형태이다. 그것은 나를 픽션화하는 수단이 아닌, 내 체험 속에서 현실의 지표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로써 그녀의 작품은 자신의 궤적의 “사회적 이종교배”(소상인의 딸에서 학생, 교수, 이어 작가가 된)와 그에 따르는 사회학적 메커니즘을 다루고 있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사망을 접하고 「르몽드」지에 애도의 헌사문 「부르디외, 회한」을 기고하면서 사회학적 방법론과 자신의 작품 사이의 유대감을 밝혔고, 부르디외의 글이 그녀에게 “자유와, 세계 속에서의 실천이성과 동의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 문학상
1984 『남자의 자리La place』, 르노도상
2008 『세월들Les Années』,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

역자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알랭 로브그리예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조르주 페렉 연구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프랑스소설 전문 독립출판 레모LES MOTS를 통해 다양한 책을 소개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옮긴 책으로 페렉의 『용병대장』(근간)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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