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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 시민 엄마를 위한 페미니즘 소설 선집

모이라 데이비, 틸리 올순, 그레이스 페일리 외 저 | 김하현 역 | 시대의창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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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9406968 / 232쪽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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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여성 작가들이 창조한 여성 주인공들의 아홉 가지 이야기 주제1. 싱글맘 이야기: 틸리 올슨의 <나는 다림질을 하며 여기 서 있다>에서 전쟁과 불경기로 ‘두려움’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어린” 싱글맘과 갑작스레 ‘스타’가 된 그녀 딸의 이야기를 그렸다. 희망과 절망은 그 나름대로 항상 삶 속에 있다. 그녀는 “아무것도 정리하지 않을 것이며” “내버려둘” 것이다. “삶에 필요한 것은 충분히 남아 있을 것”이기에. 그레이스 페일리는 <어린 시절의 문제>에서 바람을 피운 남편과 별거하며 두 아이를 키우며 데이트를 하는 한 엄마의 일상 이야기를 다룬다.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울 여유도 쉽게 내기 어려운 일상의 양가감정은 마치 “알카트라즈 감옥 철창에 같힌 왕”같은 기분이다. 주제2. 출산에 대하여: 아홉 작품 중 표제작인 아프리카 대표 작가 부치 에메체타의 <이등 시민>은 장편에서 발췌한 것으로, 전체 소설 중 여섯 번째 장에 해당한다. 나이지리아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주인공 아다는 출산 후 병원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 그 속에서 다양한 여성들을 보며, 무책임하고 게으른 남편의 이기적인 모습을 대하며 자신의 삶을 고민한다. 요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며 아다는 생각한다. “다시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도록 놔두지 않으리라. 아이들에게는 절대 무심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의 아이들이다. 그 사실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출산>은 주인공 나(또는 제니)가 출산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한다. “탄생을 주는giving a birth”에서 나의 자아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원래의 자신이기를 그만두고, 서서히 다른 누군가로 바뀌어가는” 것은 아닌가? 토니 모리슨의 장편 <빌러비드>의 짧은 부분을 발췌한 이야기도 책에 실려 있다. 두 범법자 여성이 도와주고 성공하는 출산 이야기다. “순찰관이 봤다면 킬킬거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순찰관도 목사도 지나가지 않았다. 두 사람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둘은 알맞게, 잘 해냈다.” 주제3. 육아와 일상: 린다 쇼어는 <나의 죽음>에서 전쟁 같은 육아와 일상을 이야기한다. 소설 선집의 작품들 중 몇 안 되게 정상적인 가정(남편은 노동을 해서 돈을 벌며, ‘나쁜’ 인간까지는 아니다)이지만, “죽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는 삶은 복잡한 감정을 유발한다. “지금 경험하는 망각이 평범한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아니 에르노는 <얼어붙은 여자>에서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엄마됨’이 여성의 자아와 어떻게 충돌하는지 묘사한다. “나는 설거지를 마치고 그이 옆으로 간다. 행복한 대가족이다. 날씨가 좋으면 공원에 간다. 키도를 데리러 유치원에 갈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나는 스물여덟이다.” 자연스레 스며들어 “견습 교사 기간이 끝난 중역의 아내”가 된다. 그것이 “얼어붙은 여자”다. 주제4. 직업 생활: 로젤린 브라운은 <훌륭한 살림살이>에서 사진작가로의 자신의 삶에 집중한다. 집중의 순간 아이는 그저 하나의 피사체일 뿐이다. 그 순간을 망치는 아이에게 그녀는 외친다. “이런, 젠장. 너 뭐하는 짓이야?” 리디아 데이비스는 <오래된 사전>에서 아이와 사전을 비교한다. 아이에게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객관화하여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위치에 놓을 것인지 고민한다. “내가 나의 오래된 사전에게 해주는 일 중 어떤 것들은 아들에게도 해줄 수 있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부록으로 세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소설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글들로, 앨리스 워커의 《이등 시민》 서평, 수전 루빈 술래이만의 문학, 엄마됨, 여성성의 연관성에 대한 비평, 여성 예술가들과의 인터뷰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홉 편의 소설과 세 편의 부록을 통해 우리는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창조하려는 열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엄마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페미니즘과 엄마됨 사이에 탐험해야 할 공간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책 속에서 《이등 시민》에는 당당하게 엄마로서 소설 속 주인공 자리를 꿰찬 여성들이 있다. 이 엄마들은 이기적이고, 시니컬하고, 싸움꾼이고, 한없이 부족하고, 자신의 무능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어떤 엄마는 엄마들의 절절한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어떤 엄마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엄마의 판타지를 실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등 시민》 속 모든 엄마는 힘 있는 캐릭터다.\t\t_6쪽 “다림질 언제까지 할 거예요, 엄마? 화가 휘슬러는 자기 엄마가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렸다는데, 아마 나는 다리미판 앞에 서 있는 엄마를 그릴까 봐요.” 오늘은 에이미가 말이 많은 밤이다. 그 애는 접시에 얼굴을 박고 냉장고에서 꺼낸 음식을 먹으며 내게 시시콜콜한 일들을 이야기한다. 아이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왜 당신은 내가 학교에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왜 걱정을 하는가? 아이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자러 2층으로 올라간다. “내일 아침에 나 깨우지 마세요.” “하지만 중간고사 중인 줄 알았는데.” “아, 그거요.” 아이가 다시 내려와 내게 뽀뽀를 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한다. “핵전쟁 때문에 몇 년 안에 우리 모두 죽을 거예요. 그러니 중간고사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t\t\t\t\t\t\t \t_23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리퍼드는 젠틀한 사람이며 상냥한 기질을 가진 짝이다. 그는 피가 흐르는 눈앞의 광경에 몸이 마비되어 버렸다. 그리고 덜덜 떨며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그렇게 무릎을 꿇고 스틱스 강에서 온 사신이 다시 신호를 보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에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조용히 말했다. “재수 없는 멍청한 새끼. 그런 말은 여자한테 하는 게 아니라고. 세수나 해, 멍청한 자식아. 피 흘리다 죽겠네.”\t \t\t\t\t\t\t\t\t\t_33쪽 누군가가(남편 쪽에 가까웠다) 침대에 누웠던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마치 햇빛을 받으며 잔디 위에서 낮잠을 잔 후 잔디가 눌린 것처럼. 유령을 찍는 것 같았다. 그녀는 팬티를 벗고 침대 위에 앉아 산부인과 의자 위에서처럼 다리를 벌리고 카메라를 침대 위에 올려놨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카메라를 제대로 놓은 것 같았다. 아, 카메라의 셔터 소리, 그 냉담한 만족의 소리, 차가운 찰나의 찰칵 소리가 그녀의 중심부를 빨아들이고 마치 멜론의 씨처럼 축축하고 달콤한 어둠을 밝혔다. 그건 오랫동안 그녀의 얼굴이었으므로 후대를 위해 그 주름진 특성을 밝은 빛 아래서 찍어두는 것도 좋다. 어쨌든 어떤 얼굴들은 더 천연덕스레 벌어져 있는 것이다. 그건 상당히 객관적이었고, 음란과 분노, 욕정의 기억을 초월했다. 카메라의 렌즈는 의사처럼 오직 사실만을 보았다. 그녀는 양말 사이에서 반쯤 드러나 있는, 사용하지 않은 콘돔 상자를 찾아냈다. 상자를 열고 몇 개를 꺼내 무작위로 펼쳐놓았다. 그저 쉽게 알아볼 수 있게끔 말린 가장자리만 보이게 했다. 그런 다음 마치 부모님의 옷장 서랍을 뒤지는 10대처럼 콘돔을 다시 상자 안에 잘 정리해 넣고 상자를 제자리에 밀어 넣었다\t\t\t\t\t\t\t\t\t\t_44쪽 그래, 나에게는 아이들이 있다. 아직은 어린 아기지만, 아기는 커서 사람이, 남자와 여자가 된다. 나는 내 사랑을 아이들에게로 돌릴 수 있다. 이 사람을 떠나자. 아니야, 편리한 점이 있는 한 이 사람과 살자. 그 이상은 아니다. 아다는 눈물을 그쳤다. 눈물은 부드러움과 연약함을 나타냈다. 이미 울기엔 늦었다. 이제 어머니와 아버지는 안 계신다. 남동생 보이는 몇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데다가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내 힘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아다는 집을 찾고 있었다.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그녀는 한 번도 집을 가진 적이 없었다.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사람들 사이에서 집을 찾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온 세상이 잘못되었다거나 다른 집에서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제 아다에게는 집에 함께 머물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다는 아이들을 낳을 수 있는 도구로서 프랜시스를 자신에게 주신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아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함께 살기엔 위험한 사람이었다.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희생자를 필요로 했다. 아다는 자발적 희생자가 될 마음이 없었다.\t\t\t\t\t\t\t\t\t\t\t\t_70쪽 내 심장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었을 때 나는 내가 죽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여기에 아기를 두고 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저 계단만은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온 복도에 내팽개쳐진 식료품들, 터진 케첩, 깨진 유리컵, 계단 밑 정문까지 굴러 떨어진 오렌지들, 입주민 위원회에서 뭐라고 할까 같은 것들을 생각하니 낭패감이 들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이 모든 걸 위층으로 옮겼다. 그리고 무릎을 들어 식료품 꾸러미를 무릎 위에 잠시 올려둔 채로 문을 열었다. 아기를 눕힌 다음 나도 몸을 눕힌 채 죽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기를 내려놓고 아기가 소파 위에서 발을 구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회한이 밀려왔다. 나는 내가 아기를 그곳에 두고 떠나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내가 죽으면 아기는 즉시 소파에서 굴러 떨어질 것이고, 울음소리를 들어주는 이 없이 몇 시간이고 애처롭게 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어린애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려 애쓰던 그때 아이가 울기 시작했고, 젖을 먹여야 할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_83쪽 아기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마치 사과처럼 포장되어 방으로 들어오자 제니가 아기를 확인한다. 아기는 온전하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 제니는 새로운 단어들에 휩쓸리고, 제니의 머리카락은 점점 짙어진다. 제니는 원래의 자신이기를 그만두고, 서서히 다른 누군가로 바뀌어간다.\t\t\t\t\t\t\t\t\t\t\t\t_123쪽 그 권위 있는 목소리, 책 속의 여자는 아기 체온을 재고 목욕 시키는 법을 알려준다. 동시에 누군가는 리듬을 타듯 속삭이고 있다. “아 빠, 아빠가 보스고, 영웅이에요.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빠예요. 그것만이 자연스러워요, 아빠가 가장 크고 아빠가 가장 강해요. 엄청 빨리 달리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아빠예요. 엄마, 엄마는 착한 요정이에요. 아기가 배고프고 목마르면 오는 사람이에요. 엄마는 누가 부르면 항상 달려오는 사람이에요.” 425쪽 내내. 끔찍한 말을 하는 목소리. 누구도 나만큼 키도를 잘 보살필 수 없어. 아이 아빠도 못 해. 아빠는 부성 본능이 없어. 부성적인 “구석”이 있을 뿐이지. 참담하다.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교활한 방법. “애가 당신 불러… 당신 안 들리는 척하고 있지… 당신 몇 년 후에는 애가 ‘엄마,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걸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고 싶을걸.\t\t\t\t\t\t\t\t\t\t\t_131쪽\t\t 여름날 저녁의 시원한 강둑 위에서 두 여자는 은빛과 푸른빛에 휩싸여 힘든 일을 치러냈다. 둘은 이 세상에서 다시 서로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그건 그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푸른 고사리에 둘러싸인 그 여름날 밤 둘은 힘을 합쳐 일을 알맞게, 잘 해냈다. 버려진 두 사람, 법 바깥에 있는 두 범법자(노예 한 명과 머리를 엉망으로 풀어헤친 맨발의 백인 여자)가 태어난 지 10분밖에 안 된 아기를 입고 있던 누더기로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을 지나가던 순찰관이 봤다면 킬킬거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순찰관도, 목사도 지나가지 않았다. 강물은 뒤에서 저 혼자 쓸려왔다 삼켜졌다. 두 사람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둘은 알맞게, 잘 해냈다.\t\t\t\t\t\t\t\t\t\t\t\t_153쪽 전부는 아니더라도, 내가 나의 오래된 사전에게 해주는 일 중 어떤 것은 아들에게도 해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천천히, 신중하게, 부드럽게 사전을 만진다. 사전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 사전의 나이를 고려한다. 존중하는 태도로 사전을 대한다. 사전의 한 계를 안다. 사전에게 능력 밖의 일을 요구하지 않는다(예를 들면 나는 사전을 펼친 채로 책상 위에 올려두지 않는다). 사전을 사용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한다. \t\t\t\t\t\t\t\t\t\t_161쪽

저자 소개

■ 삶, 작품과 활동
1940년 9월 1일 생, 처녀명 아니 뒤셴느(Annie Duchesne), 프랑스 작가이자 문학교수이다. 자전적 요소가 강한 그녀의 작품들은 사회학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를 노르망디의 소읍 이브토Yvetot에서 보냈고, 노동자에서 소상인이 된 부모를 둔 소박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루앙 대학교를 졸업,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하여, 정식 교원, 문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1974년, 자전적인 소설 『빈 장롱Les Armoires vides』으로 등단했고, 1984년, 역시 자전적인 요소가 강한 『남자의 자리La place』로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2008년, 전후부터 오늘날까지의 현대사를 대형 프레스코화로 완성한 『세월들Les Années』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수상했다. 2011년, 자신의 출생 이전에, 여섯 살의 나이로 사망한 누이에게 보내는 편지인 『다른 딸L'autre fille』을 선보였고, 같은 해에 12개의 자전 소설과, 사진,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Ecrire la vie』를 갈리마르 Quarto 총서에서 선보였다. 생존하는 작가가 이 총서에 편입되기는 그녀가 처음이다. 2003년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탄생했다.

문학과 문체
데뷔 시절부터 아니 에르노는 노르망디의 소읍 이브토의 카페-식료품점이었던 자신의 유년 시절로 구성된 자전적 소재에 몰두하기 위해 모든 픽션을 포기했다. 역사적 경험과 개인적 체험을 혼합한 그녀의 작품들은 부모의 신분 상승(『남자의 자리』, 『부끄러움』), 자신의 결혼(『얼어붙은 여자』), 성과 사랑(『단순한 열정』, 『탐닉』), 주변 환경(『밖으로부터의 일기』, 『바깥세상』), 낙태(『사건』), 어머니의 치매와 죽음(『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한 여자』), 심지어 혹은 자신의 유방암 투병(『사진의 사용』, 마르크 마리 공저)을 소재로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해부하였다.
그녀는 “판단, 은유, 소설적 비유가 배제된” 중성적인 글쓰기를 주장하면서 “표현된 사실들의 가치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객관적인” 문체를 구사, “역사적 사실이나 문헌과 동일한 가치로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에르노에게는 “자아에 내재된 시적이고 문학적인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글쓰기는 “문학적, 사회적 위계를 전복하려는 의도에서 출발, 문학과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대상들 ― 슈퍼마켓, 지하철 등 ― 에 대해, 이것보다 고상한 대상들 ― 기억의 메커니즘, 시간의 감각 등 ― 을 서술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그 둘을 결합하여” 글을 쓴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생각할 때 썼던 그 단어들을 되찾는 일이다.”

사회학의 영향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개인의 기억 속에서 집단의 기억을 복원”하려는 사회학적 방법론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개인성의 함정”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노력의 산물인 그녀의 작품은 자전(自傳)의 새로운 정의를 부여했다. “내면적인 것은 여전히, 그리고 항상 사회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순수한 자아에 타인들, 법,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아니 에르노는 사회학자의 방법론을 채택, 자신을 집단적 표본과 특성을 체득한 한 체험자의 총합으로 간주한다. “나는 나를 특수한 존재로서, 절대적으로 특수한 존재라는 의미에서 나 자신을 생각한 적이 거의 없다. 나는 나를 사회적, 역사적, 성적 경험과 판단의 총합, 언어의 총합, 또한 세계(과거와 현재)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이 필연적으로 하나의 특수한 주관성을 형성하게 된 총합으로 간주한다. 나는 나의 주관성을 보다 일반적이고 집단적인 메커니즘과 현상을 되살리고 그것을 밝히기 위해 사용한다.” 그녀에 따르면 사회학적 방법은 전통적으로 자전적인 ‘나’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사용하는 나는 비인격적 형태를 띄고 있다. 성별도 애매하고, 종종 나의 말이기보다는 타인의 말일 수도 있는, 전체적으로 다인격적 형태이다. 그것은 나를 픽션화하는 수단이 아닌, 내 체험 속에서 현실의 지표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로써 그녀의 작품은 자신의 궤적의 “사회적 이종교배”(소상인의 딸에서 학생, 교수, 이어 작가가 된)와 그에 따르는 사회학적 메커니즘을 다루고 있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사망을 접하고 「르몽드」지에 애도의 헌사문 「부르디외, 회한」을 기고하면서 사회학적 방법론과 자신의 작품 사이의 유대감을 밝혔고, 부르디외의 글이 그녀에게 “자유와, 세계 속에서의 실천이성과 동의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 문학상
1984 『남자의 자리La place』, 르노도상
2008 『세월들Les Années』,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

역자 소개

  • 역자 : 김하현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지금은 번역 및 출판 기획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분노와 애정》, 《결혼 시장》, 《화장실의 심리학》, 《여성 셰프 분투기》, 《미루기의 천재들》, 《뜨는 동네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이등 시민》에는 당당하게 엄마로서 소설 속 주인공 자리를 꿰찬 여성들이 있다. 이 엄마들은 이기적이고, 시니컬하고, 싸움꾼이고, 한없이 부족하고, 자신의 무능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어떤 엄마는 엄마들의 절절한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어떤 엄마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엄마의 판타지를 실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등 시민》 속 모든 엄마는 힘 있는 캐릭터다. _6쪽

“다림질 언제까지 할 거예요, 엄마? 화가 휘슬러는 자기 엄마가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렸다는데, 아마 나는 다리미판 앞에 서 있는 엄마를 그릴까 봐요.” 오늘은 에이미가 말이 많은 밤이다. 그 애는 접시에 얼굴을 박고 냉장고에서 꺼낸 음식을 먹으며 내게 시시콜콜한 일들을 이야기한다. 아이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왜 당신은 내가 학교에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왜 걱정을 하는가? 아이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자러 2층으로 올라간다. “내일 아침에 나 깨우지 마세요.” “하지만 중간고사 중인 줄 알았는데.” “아, 그거요.” 아이가 다시 내려와 내게 뽀뽀를 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한다. “핵전쟁 때문에 몇 년 안에 우리 모두 죽을 거예요. 그러니 중간고사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_23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리퍼드는 젠틀한 사람이며 상냥한 기질을 가진 짝이다. 그는 피가 흐르는 눈앞의 광경에 몸이 마비되어 버렸다. 그리고 덜덜 떨며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그렇게 무릎을 꿇고 스틱스 강에서 온 사신이 다시 신호를 보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에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조용히 말했다. “재수 없는 멍청한 새끼. 그런 말은 여자한테 하는 게 아니라고. 세수나 해, 멍청한 자식아. 피 흘리다 죽겠네.” _33쪽

누군가가(남편 쪽에 가까웠다) 침대에 누웠던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마치 햇빛을 받으며 잔디 위에서 낮잠을 잔 후 잔디가 눌린 것처럼. 유령을 찍는 것 같았다. 그녀는 팬티를 벗고 침대 위에 앉아 산부인과 의자 위에서처럼 다리를 벌리고 카메라를 침대 위에 올려놨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카메라를 제대로 놓은 것 같았다. 아, 카메라의 셔터 소리, 그 냉담한 만족의 소리, 차가운 찰나의 찰칵 소리가 그녀의 중심부를 빨아들이고 마치 멜론의 씨처럼 축축하고 달콤한 어둠을 밝혔다. 그건 오랫동안 그녀의 얼굴이었으므로 후대를 위해 그 주름진 특성을 밝은 빛 아래서 찍어두는 것도 좋다. 어쨌든 어떤 얼굴들은 더 천연덕스레 벌어져 있는 것이다. 그건 상당히 객관적이었고, 음란과 분노, 욕정의 기억을 초월했다. 카메라의 렌즈는 의사처럼 오직 사실만을 보았다. 그녀는 양말 사이에서 반쯤 드러나 있는, 사용하지 않은 콘돔 상자를 찾아냈다. 상자를 열고 몇 개를 꺼내 무작위로 펼쳐놓았다. 그저 쉽게 알아볼 수 있게끔 말린 가장자리만 보이게 했다. 그런 다음 마치 부모님의 옷장 서랍을 뒤지는 10대처럼 콘돔을 다시 상자 안에 잘 정리해 넣고 상자를 제자리에 밀어 넣었다 _44쪽

그래, 나에게는 아이들이 있다. 아직은 어린 아기지만, 아기는 커서 사람이, 남자와 여자가 된다. 나는 내 사랑을 아이들에게로 돌릴 수 있다. 이 사람을 떠나자. 아니야, 편리한 점이 있는 한 이 사람과 살자. 그 이상은 아니다. 아다는 눈물을 그쳤다. 눈물은 부드러움과 연약함을 나타냈다. 이미 울기엔 늦었다. 이제 어머니와 아버지는 안 계신다. 남동생 보이는 몇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데다가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내 힘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아다는 집을 찾고 있었다.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그녀는 한 번도 집을 가진 적이 없었다. 잘못된 곳에서, 잘못된 사람들 사이에서 집을 찾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온 세상이 잘못되었다거나 다른 집에서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제 아다에게는 집에 함께 머물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다는 아이들을 낳을 수 있는 도구로서 프랜시스를 자신에게 주신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아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함께 살기엔 위험한 사람이었다.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희생자를 필요로 했다. 아다는 자발적 희생자가 될 마음이 없었다. _70쪽

내 심장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었을 때 나는 내가 죽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여기에 아기를 두고 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저 계단만은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온 복도에 내팽개쳐진 식료품들, 터진 케첩, 깨진 유리컵, 계단 밑 정문까지 굴러 떨어진 오렌지들, 입주민 위원회에서 뭐라고 할까 같은 것들을 생각하니 낭패감이 들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이 모든 걸 위층으로 옮겼다. 그리고 무릎을 들어 식료품 꾸러미를 무릎 위에 잠시 올려둔 채로 문을 열었다. 아기를 눕힌 다음 나도 몸을 눕힌 채 죽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기를 내려놓고 아기가 소파 위에서 발을 구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회한이 밀려왔다. 나는 내가 아기를 그곳에 두고 떠나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내가 죽으면 아기는 즉시 소파에서 굴러 떨어질 것이고, 울음소리를 들어주는 이 없이 몇 시간이고 애처롭게 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어린애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려 애쓰던 그때 아이가 울기 시작했고, 젖을 먹여야 할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_83쪽

아기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마치 사과처럼 포장되어 방으로 들어오자 제니가 아기를 확인한다. 아기는 온전하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 제니는 새로운 단어들에 휩쓸리고, 제니의 머리카락은 점점 짙어진다. 제니는 원래의 자신이기를 그만두고, 서서히 다른 누군가로 바뀌어간다. _123쪽

그 권위 있는 목소리, 책 속의 여자는 아기 체온을 재고 목욕 시키는 법을 알려준다. 동시에 누군가는 리듬을 타듯 속삭이고 있다. “아
빠, 아빠가 보스고, 영웅이에요.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빠예요. 그것만이 자연스러워요, 아빠가 가장 크고 아빠가 가장 강해요. 엄청 빨리 달리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아빠예요. 엄마, 엄마는 착한 요정이에요. 아기가 배고프고 목마르면 오는 사람이에요. 엄마는 누가 부르면 항상 달려오는 사람이에요.” 425쪽 내내. 끔찍한 말을 하는 목소리. 누구도 나만큼 키도를 잘 보살필 수 없어. 아이 아빠도 못 해. 아빠는 부성 본능이 없어. 부성적인 “구석”이 있을 뿐이지. 참담하다.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교활한 방법. “애가 당신 불러… 당신 안 들리는 척하고 있지… 당신 몇 년 후에는 애가 ‘엄마,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걸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고 싶을걸. _131쪽
여름날 저녁의 시원한 강둑 위에서 두 여자는 은빛과 푸른빛에 휩싸여 힘든 일을 치러냈다. 둘은 이 세상에서 다시 서로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그건 그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푸른 고사리에 둘러싸인 그 여름날 밤 둘은 힘을 합쳐 일을 알맞게, 잘 해냈다. 버려진 두 사람, 법 바깥에 있는 두 범법자(노예 한 명과 머리를 엉망으로 풀어헤친 맨발의 백인 여자)가 태어난 지 10분밖에 안 된 아기를 입고 있던 누더기로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을 지나가던 순찰관이 봤다면 킬킬거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순찰관도, 목사도 지나가지 않았다. 강물은 뒤에서 저 혼자 쓸려왔다 삼켜졌다. 두 사람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둘은 알맞게, 잘 해냈다. _153쪽

전부는 아니더라도, 내가 나의 오래된 사전에게 해주는 일 중 어떤 것은 아들에게도 해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천천히, 신중하게, 부드럽게 사전을 만진다. 사전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 사전의 나이를 고려한다. 존중하는 태도로 사전을 대한다. 사전의 한
계를 안다. 사전에게 능력 밖의 일을 요구하지 않는다(예를 들면 나는 사전을 펼친 채로 책상 위에 올려두지 않는다). 사전을 사용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한다. _161쪽

목차

김하현 / 옮긴이의 글

(소설)
틸리 올슨 / 나는 다림질을 하며 여기 서 있다
그레이스 페일리 / 어린 시절의 문제
로젤린 브라운 / 훌륭한 살림살이
부치 에메체타 / 이등 시민
린다 쇼어 / 나의 죽음
마거릿 애트우드 / 출산
아니 에르노 / 얼어붙은 여자
토니 모리슨 / 빌러비드
리디아 데이비스 / 오래된 사전

(부록)
앨리스 워커 /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아이 덕분에 작가가 되다
수전 루빈 술레이만 / 글쓰기와 엄마됨
미닝 포럼 / 엄마됨과 예술, 사과 파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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