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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먼 집 - 문학과지성 시인선 118

원제 :
시리즈 : 문학과지성 시인선 [650]

허수경 저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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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05553 / 110쪽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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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당신'이라는 말

짧은 글귀 안에 담긴 심오한 뜻. 이 책은 문학적 상상력에 목마른 현대인들을 위한 시집이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작가의 심오한 뜻을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허수경의 두 번째 시집 『혼자 가는 먼 집』은 출간 이래 지속적인 애송시로 자리잡은 작품이다. 표제작 《혼자 가는 먼 집》은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참혹함에도,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당신'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을 떠나보낸 참혹만이 아니라 생이 몽땅 상처인 것이어서 이 참혹함을 피해 볼 손바닥 만한 그늘도 찾을 수 없을 때, 나도 혼자 가고, 당신도 혼자 가고, 먼 집도 영영 혼자 가는 것임을 깨닫는다.

저자 소개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 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말기암으로 별세했다. 


 

머리말

악기만 남고 주법은 소실되어버린 공후를 본다. 體만 남고 用은 사멸되어버린 악기, 썩어 없어질 몸은 남고 썩지 않는다는 마음은 썩어버린 악기.

악기는 고정된 세계의 현현이다. 주법은 이 현현을 허물어뜨리려 한다. 그러나 주법은 진동의 미세한 입자를 시간 속에 끼워넣으며 악기의 경계와 세계의 경계르 건드릴 뿐인데 이 건드림, 이 건드림이 직조해내는 무늬, 진동의 미세한 입자들이 뿜어내는 숨과 그 숨의 웅숭그림이 천변만화해내는 세계.

나는 그 마음이 썩기를 원한다. 오로지 몸만 남아 채취되지 않기를, 기록되지 않기를, 문서의 바깥이기를. 이것이 마음의 역사다. 그 역사의 운명 속에 내 마음의 운명을 끼워넣으려 하는 나는 언제나 몸이 아플 것이다.

목차

목차
1. 공터의 사랑/불우한 악기/불취불귀 不醉不歸 /울고 있는 가수/정든 병/흰 꿈 한 꿈/마치 꿈꾸는 것처럼/연등 아래/상처의 실개천에 저녁해가 빠지고/저무는 봄밤/명동 카바이드불/혼자 가는 먼 집/저 잣숲 2. 저 나비/무심한 구름/사랑의 불선/바다탄광/산수화/쉬고 있는 사람/아버지의 유작 노트 중에서/골목길/서늘한 점심상/먹고 싶다…/씁쓸한 여관방/산수화/아직도 나는 졸면서/하지만 애처러움이여/갈꽃 여름/늙은 가수/정처없는 건들거림이여/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저 산수가 3. 저 누각/청년과 함께 이 저녁/도시의 등불/표정 1/가을 벌초/표정 2/꽃핀 나무 아래/봄날은 간다/기차는 간다/한 그루와 자전거/원당가는 길 4. 저 마을에 익는 눈/등불 너머/저 문은 어디로 갔을까요/나를 당신 것이라/거름비/불귀/시/남해섬엣 여러 날 밤/유리걸식/세월아 네월아/저이는 이제/산성 아래/내 속으로/백수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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