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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 타고 오신 성자

성지혜 저 | 도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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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6644942 / 288쪽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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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성지혜
저자 : 성지혜
1945년 경남 진주 출생. 진주여고, 한세대학교 신학과,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환상의 나비』장편소설 출간으로 문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시적 감수성과 삶의 통찰력으로 구원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집 『남강』 『사랑으로 여는 마음』 『은가락지를 찾아서』 『옛뜰』 『까치호랑이』 『베다니의 기적』 『안견』 『나무를 향한 예의』 등.

머리말

작가의 말
유년 시절, 고옥 처마에서 떨어진 빗방울을 맞고 주춧돌이 오목하게 패인 걸 기이하게 여기곤 했다. 낙숫물이 따라락 타닥 따오록 주춧돌과 입맞춤 할 때, 고옥 뒤의 예배당에서 들려오던 풍금 소리랑 화음을 이루던 게 마냥 좋아 가만히 귀 기울였다. 가끔 빗줄기를 타고 내려온 미꾸라지의 초청을 받고 남새밭 풀숲에서 뛰어온 청개구리가 오목어항에서 어우러져 헤엄치는 걸 지켜보노라면, 고옥 버팀목의 나이테가 생생히 살아 움직이던 환각에 젖곤 했다.

나의 글쓰기도 끈질기게 길쌈 삼는다면, 어느 날엔 기필코 낙숫물이 주춧돌을 돌확으로 바꾸듯 하리란 믿음을 지녔기에, 고된 행진을 계속하는지도 모른다.


 

책 속에서

나는 길가에 놓인 조그마한 납작한 돌들을 손에 쥐었다. 잘라낸 제비초리를 이 가운데 놓아둔답니다. 길손이 휘파람 불며 호기롭게 차버릴 걸 고대하며. 그러면 그 액이 그 길손에게 옮아진답니다. 내가 그걸 흉내 내자, 부자도 따라 하며 하하하 웃었다. 다니엘은 폴의, 폴은 다니엘의 제비초리를, 나의 것은 다니엘이 잘랐다.(「장미를 피우기 위하여」)

… 항상 기뻐하라. 그건 하나님이 우리들에게 주신 지상 명령입니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기뻐하란 게 아니고 항상 기뻐하라고 하셨습니다. 왜 기뻐해야만 할까요? 인간의 세포는 기쁨을 받아들인 각질로 채워졌거든요. 기뻐하면 할수록 새 힘이 솟아나고 더불어 강건해지는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기쁨의 묘약」)

“내가 어릴 때 나귀 타고 달리기하던 놀이가 있었다네. 일테면 전승되어 온 화류회란 거였지. 열 사람이 나귀 타고 출발하면 가다 말다 하는 놈, 뒤로 가는 놈, 그냥 그대로 서서 제가 싫으면 주저앉기도 하는 놈들이었어. 달리기를 겨루는 게 아니라 머무름을 즐기던 놀이였달까. 내내 웃음을 자아내며 나중엔 일등이 꼴찌에게 한턱내던 거였지. 그 시절이 그립네.”(「나귀 타고 오신 성자」)

날이 갈수록 그 버버리 코트를 입을 때마다 그런 고민은 더해만 갔다. 정녕 내 것이 아니란 거부감은 커지고, 외려 일만 원짜리 냉장고 바지랑 옥색 면티에 정이 쏠렸다. 진솔에서 풍긴 새뜻한 감촉, 풀이 빳빳한, 햇과일을 한 모금 벨 때의 상큼한 맛은, 연인 관계를 뛰어넘어 부부 관계도 그런 게 아닐까란 비약적인 상상에도 휘말렸다. 남편이 처녀 시절 남자랑 놀아난 아내에게 사랑과 책임감이 덜해지고 끝내 이혼한 것도, 처음이란 처녀지에 대한 인간의 영원한 향수에 대한 경외감은 아닐는지.(「첫물」)

큰집의 헛제삿밥이 더욱 입맛 돋운 건, 백 년 묵은 간장이 나물무침이나 탕국과 밥을 비빌 때, 다른 비빔밥에 든 고추장보다 더 진맛을 내기 때문이었다. 큰 장독에 해마다 5분의 1분량의 햇간장을 장독에 넘칠 듯 붓고, 다음 해에도 간장을 담가 그 분량만큼의 비어 있던 곳을 채우면 되었다. 일백 년이라면 나의 친정 고조모의 솜씨가 아랫대까지 이어져 온 나날이었다. 그런 까닭에 헛제삿밥은 더욱 빛을 발해, 금보다 더 고운 놋그릇에 담겨진 요리들은 정갈하면서도 기품이 감돌았다. 임부는 사흘 동안 헛제삿밥을 먹고 또 먹어 건강을 되찾았다.(「오동잎 손길」)

이번 여행길에서 내가 제일 보고파 했던 게 그 조각품이었다. 십자가에 내려진 예수를 껴안고 근심에 젖은 마리아의 모습은 진정 아들을 사랑했던 참 어머니상일 것이다. 나는 그 조각에서 묻어 나온, 순예를 잃은 나를 새김질하고 싶었다.(「왜 베드로 성당은 나를 거절했을까」)

추천의 말
그리스도를 향한 지순의 감성이 무르녹은 작품집입니다. 더욱이 「나귀 타고 오신 성자」는 우리 모두 읽어야 할 삶의 지침서입니다.
구인환(소설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나귀 타고 오신 성자」는 알레고리 기법으로 오늘의 세태를 풍자한 미학적인 신명이 가득 찬 명품이다. 신자유주의 사회에 광분하는 출세가도의 잔혹한 생존경쟁에서 퇴출당한 고주용은 나귀를 타고 주유천하에 나섰는데, Q가 예수를 따르는 베드로처럼, 돈키호테를 따르는 산초 판사처럼 나귀 고삐를 잡고 일행이 된다. 희극처럼, 만화처럼 떠돌던 그들이 결국은 각자의 집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그 이면엔 고주용의 부친이 소나무를 길렀는데, 허술한 담장인데도 도둑이 들지 않은 건 소나무 때문이었다는 그 사실이 두 사람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해학이 결핍된 이 세대를 향한 멋진 풍유다.
임헌영(평론가)

오래 전부터 성지혜 선생의 작품을 읽어왔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분은 글을 참 단아하게 쓰신다. 얼마 전엔 이 세상 나무들에 대한 사유로 자연과 인생에 대해 따뜻함을 보이더니, 이번 소설집에서는 작가 본인이 살아온 삶 속에 종교적 사유를 더해 작품마다 우리 삶의 깊은 성찰과 온화한 위로를 담고 있다. 특히나 본인의 삶을 반추하여 그려낸 유년의 이야기는 작가만이 아니라 독자에게도 지난날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참으로 단아하고 아름다운 글이다.
이순원(소설가)

 

목차

장미를 피우기 위하여
미로
기쁨의 묘약
나귀 타고 오신 성자
첫물
오동잎 손길
천년의 사랑
왜 베드로 성당은 나를 거절했을까

해설 _ 알레고리 미학의 결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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