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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빠의 탄생 삼인삼색, 아빠들의 육아(育兒) 육아(育我) 분투기

우자룡, 정승연, 진성일 저 | 북드라망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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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351010 / 288쪽 14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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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결혼을 안 했어도 혼자 재밌게 살았을" 세 명의 남자들의 인생에 어쨌거나 생겨 버린 결정적 변수, 아이! 나를 닮긴 했지만 '나'는 아니요, '남'은 더더욱 아닌 낯선 존재를 만나 아빠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겪은 고군분투와 좌충우돌을 세 명의 아빠가 각자의 개성대로 풀어낸 에세이이자 성장담.

"돈 버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하고 싶다' 정도는 아니어도 '하기 싫다'도" 아니었기에 멋모르고(!) 주양육자를 자처한 아빠,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적 특성을 이용해서 엄마의 육아휴직 배턴을 이어받아 육아를 맡게 된 아빠, 돈 버는 일에만 매진하다 '아빠와 놀고 싶다'는 아들의 절규로 깨달음을 얻고 뒤늦게 육아를 분담하게 된 아빠.

육아의 계기와 방식은 저마다 달라도,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민낯과 바닥을 성찰하게 된 이 아빠들은 육아(育兒)가 곧, 자신을 기르는 '육아'(育我)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엄마/아빠, 돌봄노동/임노동의 경계가 흔들리며 이들이 자신의 일상을 뚜벅뚜벅 지키며 걸어감으로써 그 경계에는 작지만 의미있는 균열이 생겨난다. 이 균열이 이들을 새로운 일, 새로운 가족의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매번 '다른 아빠'의 탄생을 겪어 가면서.

출판사 리뷰

▶ 지은이는 아니지만 ‘다른 아빠들’과 그 가족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문탁네트워크 이희경의 말 나는 가끔씩 여기 세 명의 다른 아빠들―자룡(우자룡), 청량리(진성일), 정군(정승연)에게도 의심의 눈길을 보냈었다. ‘그대들, 너무 자식들에게 올~인 하고 있는 거 아냐?’라면서. 그런데 사실 이들은 좀 다르다. 그 이유는 이들의 다른 아빠 되기가 다른 남편 되기, 나아가 다른 직업인 되기(혹은 되지 않기)와 겹쳐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여성과 남성의 고정된 성 역할분담에서 벗어났으며, 육아 경험과 사회적 경력의 고질적인 이분법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과 돈 버는 일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도대체 무엇을 ‘직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질문한다. 그것은 이들이 더 이상 정규직과 그것이 제공하는 물질적 안정과 사회적 인정을 욕망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이 더 이상 엄마화된 아빠도 돈 버는 아빠도 아닌 존재로 이행하고 있는 중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아빠의 탄생』, 이 책은 위대한 아빠들의 탄생 이야기도 아니고 ‘힙’한 아빠들의 탄생 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은 모든 단단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일을 통해 남성과 여성, 가족과 사회, 돌봄노동과 임노동의 모든 이분법에 균열을 내면서 그 사이를 거대한 이념이 아니라 견고하고 단단한 일상으로 꾸려 나가는 허세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을 통해 새로운 일, 새로운 가족, 새로운 공동체의 비전을 탐색하고 새로운 출구를 조금씩 열어젖히는 평범하고 특별한 인간들의 이야기이다.(이희경, 서문 「다른 아빠들의 업그레이드 된 탄생을 기다리며」 중에서) ▶본문 중에서 우리 딸은 불현듯, 아무 예고도 없이 불쑥 아내와 나의 인생에 끼어들었다. 이게 왜 ‘불쑥’인가 하면, 우리는 아기를 바란 적도 없고, 아이를 키우며 그것을 낙으로 삼는 인생을 바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냥 각자 허무한 가운데 열심히 일하는 독신남녀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절대, 절대, 절대 아이는 낳지 않을 거야’라거나, ‘오, 세상에 애를 어떻게 키워’ 정도는 아니었다. (……) 뭐 여하튼, 그런 정도의 입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지만, 일단 아내의 뱃속에 아기가 생겼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아내도 나도 감격했다. 나의 경우엔 어떤 안도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아내에게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아기가 생겼으니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 ‘강제로라도 이 삶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같은 생각들이 마음속에서 반짝하고 솟았던 것이다. 그러고는 금방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감격에 사로잡혔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아빠의 삶의 한 마디에 모종의 출구를 열어 준 우리 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정승연, 「아빠는 딸을 기르고, 딸은 아빠를 기르고」, 43쪽) 우리 집 아이의 주양육자가 된 다음부터 ‘밖에서 돈 버는 일’을 맡고 있는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돈도 벌어 보고, 지금은 애도 키워 보고 있는데, 집에서 애 보는 게 열 배는 더 힘들어.” 맞다. 이것만큼은 여러 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역시 진실이다. ‘(……)직업 활동에 빗대어 보자면 ‘육아’란 근무시간 내내 관리감독자를 바로 옆에 두고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날에 따라서는 쉴 틈도, 농땡이를 부릴 여유도 없다. 그만큼 강도가 높다. 정서적인 면은 어떤가? 그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날그날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서 ‘상전님’이 부리는 온갖 투정과 짜증과 간섭과 침탈과 강짜와 뻗댐과… 같은 것들을 온몸으로 받아 내고 이겨 내야 한다. (……) 그런 날이면 그저 부양육자가 얼른 돈 버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데, 막상 부양육자가 귀가하고 나면 순간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육아라는 게 이렇게나 불쾌한 일이다. (……) 아이와 딱 붙어서 일상을 보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것처럼 불쾌감과 희열감이 교차한다. 그 감정의 교차, 낙폭이 결국 아이와 내가 맺고 있는 관계의 강도를 말해 준다. 그 안에 있을 때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이게 참 대단한 일이다. 나는 세상 그 누구와도 이렇게 ‘쎄게’ 부딪혀 본 적이 없다는 걸 아이를 돌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다른 친밀한 관계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정승연, 「아빠는 딸을 기르고, 딸은 아빠를 기르고」, 75~77쪽) 아이에 대해 우리 둘은 생각이 달랐다. 난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를 안 갖겠다는 생각도 없었지만, 적극적으로 ‘아이 좋아라’ 하는 마음도 크게 없었다. 난 아내와의 잠자리가 더 좋았다. 반면 아내는 결혼은 안 해도 좋지만 아이는 ‘정자’를 기증받아서라도 낳겠다는 생각이었다. 여자로서 아내는 아니어도 엄마가 되고 싶어 했다. (……) 아내는 태어날 아이에 대해 그리고 엄마가 되는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한동안 아이가 없었다. 한 3년 정도 지나자 양가 부모님들은 아이를 바라셨다. 우리 둘 다 동갑내기에 집안의 장녀, 장남이라 더욱 그러셨다. 체제에 순응하는 편이고 착한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우리는 그 말을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달력을 보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방학하는 날과 개학날, 사용 가능한 출산휴가의 기간, 그리고 이어서 육아휴직의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 직장에 열심이었던 우리는 그즈음 계획에 맞춰 부부관계에도 열심이었다. (……) 신기하게도 첫째아이는 개학날에 맞춰서 3월에 태어났다. 세 살 터울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계획한 둘째아이 역시 3년 후 4월에 태어났다. 돌이켜보면 나의 아빠 되기는 어느 정도 계획되어 있던 셈이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아이를 원했던 부부들도 많은 걸 보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아빠가 된다는 걸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애 낳았다고(물론 내가 낳은 것도 아니지만) 그저 아빠가 되는 건 아니었다.(진성일, 「아이, 주위를 맴도는 사이」, 123~124쪽) 첫째 아들에게 스파링 상대가 되어 등을 뚜드려 맞으면 아프긴 하다. 가르쳐 준 수학 문제를 자꾸 틀릴 때면 답답하긴 하다. 아들과의 오목에서 지면 승부욕이 생기긴 한다. 둘째 딸이 자기가 그린 그림을 계속 보라고 하면 지치긴 한다. 사자놀이로 등에 올라타거나 비행기놀이로 다리에 매달리면 힘들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가 나진 않는다. 아이들과 같이 놀고 있을 때는 나로부터, 아빠 역할로부터 조금은 ‘거리 두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 놀이가 재밌을 때 아빠로서 아이와 노는 게 아니라 재밌기 때문에 아이와 놀고 있는 거다. (……) 아빠 역할로부터 거리를 둔다는 의미는 아빠와 아이라는 거리에서 아빠를 지움으로써 아예 그 거리를 ‘0’으로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번 아이와 놀 때마다 그렇지는 않지만, 순간 그럴 때가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장면 중에 인듀어런스 호와의 도킹 장면이 있다. 쿠퍼 일행이 탄 착륙선이 반파된 채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인듀어런스 호로 접근한다. 모선 아래에 도착하자 쿠퍼는 인듀어런스 호의 회전속도에 맞춰 착륙선도 강제로 회전시킨다. 화면에서 착륙선이 서서히 멈추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착륙선과 인듀어 런스 호의 속도가 같아져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아이와 놀 때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 도킹할 필요가 있다. 아빠 역할의 거리 두기는 어쩌면 아이의 속도에 맞춰 도킹하는 것과 같은 건지도 모른다. 어떤 아빠는 말할 것이다. 그건 ‘불가능’해요. 주인공 쿠퍼는 대답한다. 아니, 그건 ‘불가피’한 일이라고. 아빠들이 엄마들에 비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마도 이 거리 두기가 아닐까. 이미 아빠가 될 때부터 아이들을 그렇게 만났으니 말이다.(진성일, 「아이, 주위를 맴도는 사이」, 157~158쪽) 육아 소비의 끝판왕은 육아박람회라 하겠다. 박람회장에 가 보면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출산부터 육아까지’라는 박람회의 표어처럼 성장 시기별로 아이에게 필요한 의/식/교육/완구에 이르기까지 관련한 상품이 총망라되어 있다. 거의 모든 유아동 상품들이 나와 있 기 때문에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야겠다는 결연한 소비 의지가 생긴다. 이것만 사면 아이가 교육적인 기능을 누리며 놀이하고 ‘정상적’ 발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언가를 소비한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 그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일까? 소비를 하고 싶은 내 만족이 아닐까? 초보 아빠가 되고 나서 내 역할을 하는 방법은 소비였다. 표준화된 아빠의 삶을 살기 위해선 열심히 돈을 벌어 소비를 통해 아이를 훌륭한 상품으로 만들어야 했다.(우자룡, 「아이, 아내, 나, 모두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218~219쪽) 나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날 없이 강의를 계속했다. 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입시 시즌이 어느 정도 끝난 12월과 1월 두 달 정도였다. (……) 아들과 재미있게 두 달 정도를 지낸 후인 2월 중순, 아침부터 같이 놀다가 저녁에 강사 총회와 회식이 잡혀 나가려고 하자 평소에 떼쓰고 우는 일이 거의 없던 아들이 대성통곡을 하며 현관에 드러누웠다. 아빠랑 같이 놀고 싶다며 나가지 말라고 소리쳤다. 겨우 아들을 떼어 놓고 나오던 발걸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 바로 종합반 수업 이외에 단과로 진행되던 주말 수업을 없애고, 주 5일 근무만 하기로 결심했다. 종합반 수업도 후배와 동료 강사에게 많은 부분을 넘겼다. 주말은 온전하게 가족과 함께하기로 결정했고, 함께 야구하고 레고 조립하고 부루마불 주사위를 던지며 주말을 보냈다. 강의를 덜 하기로 결정한 후 줄어드는 수입에 대해 걱정했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버는 돈은 3분의 1 정도 줄었지만 쪼들리지는 않았다. 세밀하게 가계부를 쓰지는 않지만, 수입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사치를 줄이니 가계 수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들과 소소한 재미를 찾는 일이 너무 좋았다. 독박육아를 하던 아내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심지어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힘 있게 에너지를 전달해 줄 수 있어 더 좋았다. (우자룡, 「아이, 아내, 나, 모두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227~229쪽)

저자 소개

  • 저자 : 우자룡, 정승연, 진성일
저자 : 우자룡
선천적으로 소심하고 겁 많지만 허세 가득하게 40여 년을 살아온 아빠. 별 반항 없이 온순하게 살아왔지만 남편이자 아빠가 된 후 사춘기적 반항이 시작되었다. 강사 일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일이라 투덜대며, 학생들의 대입 수시 전형을 돕는 일로 비루하게 밥벌이를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세 가족 모두가 어떻게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를 억압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반항을 즐기고자 한다.

저자 : 정승연
어쩌다 보니 발을 들인 ‘아빠로서의 삶’에 만족 중인 아빠. 여전히 세 살 난 딸을 키우며 보내는 하루하루가 새롭다. 육아에 있어서 자상하면서도 원칙적인 아빠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그저 딸의 절친한 친구가 되어 버렸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어떻게 아빠 노릇을 해가야 하나 매일 궁리 중이다. 출판사에서 웹 관련 일을 하며 가족이 모두 잠든 밤에는 글을 쓴다.

저자 : 진성일
첫째에겐 친절한 샌드백, 둘째에겐 성실한 곰인형이 되려고 노력 중인 아빠. 동갑내기 아내의 말도 잘 들으려 애쓰지만 맘대로 안 된다.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보다는 ‘스튜디오 지음’ 및 ‘동네영화배급사 필름이다’의 디자이너 겸 영화인 ‘청실장’으로 활동 중이다. 생계를 위해 ‘건축사사무소 아키페라’를 공동운영하고 있다.

책 속에서

우리 딸은 불현듯, 아무 예고도 없이 불쑥 아내와 나의 인생에 끼어들었다. 이게 왜 ‘불쑥’인가 하면, 우리는 아기를 바란 적도 없고, 아이를 키우며 그것을 낙으로 삼는 인생을 바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냥 각자 허무한 가운데 열심히 일하는 독신남녀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절대, 절대, 절대 아이는 낳지 않을 거야’라거나, ‘오, 세상에 애를 어떻게 키워’ 정도는 아니었다. (……) 뭐 여하튼, 그런 정도의 입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지만, 일단 아내의 뱃속에 아기가 생겼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아내도 나도 감격했다. 나의 경우엔 어떤 안도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아내에게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아기가 생겼으니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 ‘강제로라도 이 삶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같은 생각들이 마음속에서 반짝하고 솟았던 것이다. 그러고는 금방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감격에 사로잡혔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아빠의 삶의 한 마디에 모종의 출구를 열어 준 우리 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정승연, 「아빠는 딸을 기르고, 딸은 아빠를 기르고」, 43쪽)

우리 집 아이의 주양육자가 된 다음부터 ‘밖에서 돈 버는 일’을 맡고 있는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돈도 벌어 보고, 지금은 애도 키워 보고 있는데, 집에서 애 보는 게 열 배는 더 힘들어.” 맞다. 이것만큼은 여러 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역시 진실이다. ‘(……)직업 활동에 빗대어 보자면 ‘육아’란 근무시간 내내 관리감독자를 바로 옆에 두고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날에 따라서는 쉴 틈도, 농땡이를 부릴 여유도 없다. 그만큼 강도가 높다. 정서적인 면은 어떤가? 그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날그날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서 ‘상전님’이 부리는 온갖 투정과 짜증과 간섭과 침탈과 강짜와 뻗댐과… 같은 것들을 온몸으로 받아 내고 이겨 내야 한다. (……) 그런 날이면 그저 부양육자가 얼른 돈 버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데, 막상 부양육자가 귀가하고 나면 순간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육아라는 게 이렇게나 불쾌한 일이다. (……) 아이와 딱 붙어서 일상을 보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것처럼 불쾌감과 희열감이 교차한다. 그 감정의 교차, 낙폭이 결국 아이와 내가 맺고 있는 관계의 강도를 말해 준다. 그 안에 있을 때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이게 참 대단한 일이다. 나는 세상 그 누구와도 이렇게 ‘쎄게’ 부딪혀 본 적이 없다는 걸 아이를 돌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다른 친밀한 관계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정승연, 「아빠는 딸을 기르고, 딸은 아빠를 기르고」, 75~77쪽)

아이에 대해 우리 둘은 생각이 달랐다. 난 결혼을 하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를 안 갖겠다는 생각도 없었지만, 적극적으로 ‘아이 좋아라’ 하는 마음도 크게 없었다. 난 아내와의 잠자리가 더 좋았다. 반면 아내는 결혼은 안 해도 좋지만 아이는 ‘정자’를 기증받아서라도 낳겠다는 생각이었다. 여자로서 아내는 아니어도 엄마가 되고 싶어 했다. (……) 아내는 태어날 아이에 대해 그리고 엄마가 되는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한동안 아이가 없었다. 한 3년 정도 지나자 양가 부모님들은 아이를 바라셨다. 우리 둘 다 동갑내기에 집안의 장녀, 장남이라 더욱 그러셨다. 체제에 순응하는 편이고 착한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우리는 그 말을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달력을 보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방학하는 날과 개학날, 사용 가능한 출산휴가의 기간, 그리고 이어서 육아휴직의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 직장에 열심이었던 우리는 그즈음 계획에 맞춰 부부관계에도 열심이었다. (……) 신기하게도 첫째아이는 개학날에 맞춰서 3월에 태어났다. 세 살 터울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계획한 둘째아이 역시 3년 후 4월에 태어났다.
돌이켜보면 나의 아빠 되기는 어느 정도 계획되어 있던 셈이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아이를 원했던 부부들도 많은 걸 보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아빠가 된다는 걸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애 낳았다고(물론 내가 낳은 것도
아니지만) 그저 아빠가 되는 건 아니었다.(진성일, 「아이, 주위를 맴도는 사이」, 123~124쪽)

첫째 아들에게 스파링 상대가 되어 등을 뚜드려 맞으면 아프긴 하다. 가르쳐 준 수학 문제를 자꾸 틀릴 때면 답답하긴 하다. 아들과의 오목에서 지면 승부욕이 생기긴 한다. 둘째 딸이 자기가 그린 그림을 계속 보라고 하면 지치긴 한다. 사자놀이로 등에 올라타거나 비행기놀이로 다리에 매달리면 힘들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가 나진 않는다. 아이들과 같이 놀고 있을 때는 나로부터, 아빠 역할로부터 조금은 ‘거리 두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 놀이가 재밌을 때 아빠로서 아이와 노는 게 아니라 재밌기 때문에 아이와 놀고 있는 거다. (……) 아빠 역할로부터 거리를 둔다는 의미는 아빠와 아이라는 거리에서 아빠를 지움으로써 아예 그 거리를 ‘0’으로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번 아이와 놀 때마다 그렇지는 않지만, 순간 그럴 때가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장면 중에 인듀어런스 호와의 도킹 장면이 있다. 쿠퍼 일행이 탄 착륙선이 반파된 채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인듀어런스 호로 접근한다. 모선 아래에 도착하자 쿠퍼는 인듀어런스 호의 회전속도에 맞춰 착륙선도 강제로 회전시킨다. 화면에서 착륙선이 서서히 멈추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착륙선과 인듀어
런스 호의 속도가 같아져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아이와 놀 때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 도킹할 필요가 있다. 아빠 역할의 거리 두기는 어쩌면 아이의 속도에 맞춰 도킹하는 것과 같은 건지도 모른다. 어떤 아빠는 말할 것이다. 그건 ‘불가능’해요. 주인공 쿠퍼는 대답한다. 아니, 그건 ‘불가피’한 일이라고. 아빠들이 엄마들에 비해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마도 이 거리 두기가 아닐까. 이미 아빠가 될 때부터 아이들을 그렇게 만났으니 말이다.(진성일, 「아이, 주위를 맴도는 사이」, 157~158쪽)

육아 소비의 끝판왕은 육아박람회라 하겠다. 박람회장에 가 보면 정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출산부터 육아까지’라는 박람회의 표어처럼 성장 시기별로 아이에게 필요한 의/식/교육/완구에 이르기까지 관련한 상품이 총망라되어 있다. 거의 모든 유아동 상품들이 나와 있
기 때문에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야겠다는 결연한 소비 의지가 생긴다. 이것만 사면 아이가 교육적인 기능을 누리며 놀이하고 ‘정상적’ 발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언가를 소비한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 그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일까? 소비를 하고 싶은 내 만족이 아닐까? 초보 아빠가 되고 나서 내 역할을 하는 방법은 소비였다. 표준화된 아빠의 삶을 살기 위해선 열심히 돈을 벌어 소비를 통해 아이를 훌륭한 상품으로 만들어야 했다.(우자룡, 「아이, 아내, 나, 모두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218~219쪽)

나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날 없이 강의를 계속했다. 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입시 시즌이 어느 정도 끝난 12월과 1월 두 달 정도였다. (……) 아들과 재미있게 두 달 정도를 지낸 후인 2월 중순, 아침부터 같이 놀다가 저녁에 강사 총회와 회식이 잡혀 나가려고 하자 평소에 떼쓰고 우는 일이 거의 없던 아들이 대성통곡을 하며 현관에 드러누웠다. 아빠랑 같이 놀고 싶다며 나가지 말라고 소리쳤다. 겨우 아들을 떼어 놓고 나오던 발걸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 바로 종합반 수업 이외에 단과로 진행되던 주말 수업을 없애고, 주 5일 근무만 하기로 결심했다. 종합반 수업도 후배와 동료 강사에게 많은 부분을 넘겼다. 주말은 온전하게 가족과 함께하기로 결정했고, 함께 야구하고 레고 조립하고 부루마불 주사위를 던지며 주말을 보냈다.
강의를 덜 하기로 결정한 후 줄어드는 수입에 대해 걱정했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버는 돈은 3분의 1 정도 줄었지만 쪼들리지는 않았다. 세밀하게 가계부를 쓰지는 않지만, 수입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사치를 줄이니 가계 수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들과 소소한 재미를 찾는 일이 너무 좋았다. 독박육아를 하던 아내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심지어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힘 있게 에너지를 전달해 줄 수 있어 더 좋았다. (우자룡, 「아이, 아내, 나, 모두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227~229쪽)

목차

서문?_?다른 아빠들의 업그레이드 된 탄생을 기다리며(이희경)

정승연_아빠는 딸을 기르고, 딸은 아빠를 기르고

사진으로 보는 아빠 이야기

1. 아빠인 나, 그리고 나의 아버지 이야기
나, 그러니까 이 아빠, 취미형 인간┃이럴 줄 알았더라면…┃아빠는 어떻게 아빠가 되는가┃아빠의 아버지, 다정하지만 어딘지 냉정한┃나의 아버지는 택시 운전사┃너는 ‘명실상부한 교양인’이 되거라┃아버지가 원했던 삶

2. 아빠가 되었다, 다른 삶이 주어졌다
늙은 소년은 정든 집을 떠난다┃아기가 온다, 딸이 왔다┃인생의 신조, ‘진인사대처명하니 처하태평이라’┃아빠가 되기는 되었다

3. 육아(育兒)가 곧 육아(育我)
나는 육아하는 아빠다┃육아와 본전 생각┃육아 때문에 잃은 것, 덕분에 얻은 것┃‘육아’는 사실 나[我]를 기르는 일┃나는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가

4. 남편이 되고서야 보이는 것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아내는 어떤 사람인가?┃나는 어떤 사람인가?┃그런 나는 왜 ‘남편’의 길을 택했나?

5. 공짜로 아빠가 되는 건 아니다
어떻게 불쾌함을 다룰 것인가┃불쾌함은 어떻게 희열이 되는가┃아이를 돌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

6. 아빠가 해온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나는 출판사에 다니며 아이를 본다┃첫번째 직업이 이렇게 중요합니다┃이제 무얼하며 살 것인가┃우리 아빠의 일

7. 아무것도 갚지 않아도 되는 아빠
‘아빠’가 된다는 것┃‘즐거움의 지옥’에서 육아로┃육아가 나를 자유케 하였다?┃아마도 이런 아빠




진성일_아이, 주위를 맴도는 사이

사진으로 보는 아빠 이야기

1. 그와 그의 아버지의 무인도
구멍가게 평상 위 나의 이야기

2. 애 낳았다고 아빠가 되더냐
계획적으로 아빠 되기┃환하거나 혹은 생생해지는 기억들┃육아의 공유 불가능성┃재현의 현장에 서다┃아빠가 되기 위한 조건

3. 같이 사는 집, 함께 노는 아이
논이 있는 아파트┃아빠는 놀이터를 배회한다┃집 짓고 같이 살까┃낯설지만 일반적인 경험┃알아서 놀 수 있는 관계┃아이를 키우는 태도

4. 나를 이끌어 주는 선발투수
‘갑분싸’ 사건의 전말┃디테일이 다른 우리┃그래도 다시 일상 나누기

5. 그저 지구 주위를 맴도는 달
나와 닮은꼴 찾기┃어디서 감히, 버릇없이┃육아와 우주의 원리, 거리 두기

6. 천직 대신 천 개의 직업으로
직업 유전자┃마지막 직업┃목표 없는 직업┃본업이 아니라서 재밌는┃직업의 경계

7. 그런 ‘아빠’에 대한 욕심
분노의 오뎅볶음┃엄마와 아빠 사이┃내 품의 경계




우자룡 아이, 아내, 나 모두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사진으로 보는 아빠 이야기 186

1. 용감한 아버지를 닮은 소심한 아들
두려움과 소심함┃‘근자감’의 기초┃무모하고 과감한 서울행┃혼자라서 좋아요┃뭐라도 좀 확실히 해야 하는데┃아버지와 나―평행이론┃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소비요정┃이제는 다르게 살아야 할 때―변화의 바람은 밖에서 불어온다

2. ‘아빠’는 처음이라
표준화의 기억 1―‘스드메’를 아시나요? 208┃벗어나 보자―40대가 되면 세계 일주 여행을┃당황스럽게도 그가 왔다┃표준화의 기억 2―육아서와 소비 천국 육아박람회┃대안학교 출신의 명문대 학생┃내 욕망에 충실한 아빠이자 남편

3. 한발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아빠가 되자
우리 아빠는 엄청 많이 먹는다!┃오리처럼┃아들아 고맙다┃아마도 물러나야 할 시기┃우리 좀 평범하게 지내요┃언젠가의 강한 반란을 기대한다

4. 우리는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
술로 다져진 우리―음주 부부┃어쩌다 보니 결혼┃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은 가부장┃장남이 아니라 아빠가 되어야 하는데┃싸움은 화끈하게┃나를 드러내는 것이 이해의 시작

5. 아들을 위해, 하지만 아빠인 나를 위한
아버지와 단둘이서,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첼로와 수학 사이┃아빠의 욕망┃엄격한 아빠┃미완의 문제―나와 아이가 가진 욕망의 정체

6. 유해업종에서 일하며 유용함 찾기
비오듯 흐르는 땀┃강사에게 필요한 재능┃무용한 일을 하고 있는 나┃무용함에 더해 거짓까지┃안 하면 안 했지 못하지는 않아┃낯선 것들과의 만남┃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일체유‘관계’조(一切唯‘關係’造)!

7. 허세 대신 관계
예쁜 문신┃강남 스타일┃새로운 허세의 시작┃허세들 속에서 헤매고 있는 나┃아내를 통한 허세┃앞으로는 어떤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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