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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591304 / 320쪽 140 x 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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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믿기 어렵지만 지금도 우리 삶의 뒤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한 남성이 자신과 가까운 여성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수년간 성적으로 착취한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이야기는 결코 드물거나 유별한 사건이 아니다. 지금도 평범한 여성들의 삶 뒤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그만큼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그루밍 성범죄는 양자 간의 동등하지 않은 권력 관계하에 피해자가 상대의 범죄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연인 사이라고 믿는 경우도 많아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제프 아이버스는 철저히 이 점을 이용했다. 웬디는 제프가 만들어놓은 비밀 속에 숨을 수 있어 안도했지만, 동시에 그 비밀로 인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웬디는 이후 제프가 다른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관할 당국에 아동 성범죄자로 등록되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 책은 그렇게 소실되어간 자신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과거의 기억들을 파헤친 발굴 기록집이자, 그루밍 성폭력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구체적 사례이기도 하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치유하기 위한 글쓰기 무엇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어두웠던 시절을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 자전적 글쓰기를 택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실제로 저자 웬디 C. 오티즈는 “나에게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웬디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회고록을 쓰기로 결심했고, 학창 시절 기록해둔 수천 페이지의 일기를 하나하나 발굴하듯 꺼내어 기억을 복기해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오래전에 겪은 일들이 이후의 자기 인생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쳤음을 깨달았다. 끔찍한 기억으로 박제된 그 시절로 돌아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뒤늦게라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온전히 알고 싶었기에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새롭게 돌아본 과거의 자신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취약했고, 무감각했다. 선생님의 행동이 범죄인지 몰랐고,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혼란스러워했을 뿐이다. 책의 표지 사진 속 인물은 16세 때의 웬디다. 그는 해변 위 자신의 표정이 당시의 심경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해 출판사에 이 사진을 보냈고, 결국 표지 이미지로 결정되었다. 이 책을 로맨스 소설로 읽은 사람들 미국에서 책이 발간된 후 굿리즈와 아마존 등 도서 사이트 리뷰란에는 상당수의 호평이 실렸다. 그러나 매우 드물게 전혀 다른 관점의 독자평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음은 이 책의 아마존 페이지에 올라온 한 리뷰다. “나는 뭔가 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13세의 여자가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에게 성적으로 어떻게 끌렸으며 그와의 관계를 얼마나 즐겼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성적 학대나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여자가 10대 시절 얼마나 즐거운 성생활을 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처럼 이 회고록을 일종의 ‘로맨스 소설’로 읽은 소수의 독자들을 보면서, 그루밍 성폭력의 본질과 ‘피해자다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웬디는 자신의 선생님 때문에 고통받고 있음을 종종 느꼈고 그래서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스스로 제프를 사랑한다고 믿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이 ‘피해자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웬디가 피해자(이며 제프는 가해자)라는 명백한 사실을 지우지는 못한다. 오히려 웬디가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해 수년간 지속적인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이야말로 그러한 ‘피해자다움’이 허구라는 점을 반증한다. 대부분의 그루밍 성폭력이나 가스라이팅에서 발견되는 범죄성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행위만으로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존 독자평 “나는 뭔가 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13세의 나이에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에게 성적으로 어떻게 끌렸으며 그와의 관계를 얼마나 즐겼는지에 대한 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성적 학대나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여자가 10대 시절 얼마나 즐거운 성생활을 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 아마존 독자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형부에게 강간당한 그리스 신화 속 필로멜라가 떠올랐다. 비록 책의 저자는 잔인한 복수 대신 글을 쓰는 방법을 택했지만 말이다. 저자는 타인의 욕망에 의해 혼란스러워하는 여성의 모습을 탁월하게 그려낸다.” - 아마존 독자
P. 15 “아이버스라고 해요.” 선생님이 자기소개를 하며 우리와 꼼꼼히 눈을 맞췄다. ‘아이버스. 영어.’ 칠판에 두툼한 손으로 자신의 이름을 판서하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필 가루가 후광처럼 날렸다. 선생님은 화제를 우리 쪽으로 돌려서 학교생활과 오늘의 기분에 대해 물었고, 나는 관심 없다는 듯 책상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P. 19 선생님이 내 글을 읽을 차례가 되자 괜히 목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나는 눈에 띄는 갈색 재생지를 막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가 제출한 종이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선생님은 앞부분을 읽더니 잠시 멈추었다가, 내가 숨을 더 이상 참지 못할 때까지 한 번에 읽어 내려갔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내 이름을 알고 있었어?’라고 생각했다) 마치 교실에 우리 둘만 있는 것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웬디, 네 글을 소리 내서 읽어도 괜찮겠니?”
P. 23 첫 페이지를 반쯤 채운 뒤 한숨을 돌리려 고개를 들었을 때, 선생님의 눈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반 아이들은 각자의 책상에 코를 박고 있었고, 선생님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P. 31 선생님은 우리의 대화가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 누구에게도,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인 애비게일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며, 일기장이든 어디든 간에 이 일을 적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치 내가 그걸 모를 거라는 듯이. 나는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허벅지를 손으로 문지르며 누굴 바보로 아나, 라고 생각했다.
P. 283 나는 남자든 여자든 내가 사귄 연인 또는 잠재적인 연인과 늘 우리만의 비밀을 만들곤 했다. 그러면 묘한 친밀감이 저절로 생기는 듯했다. 마치 같은 범죄에 연루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1986년
1987년
1988년
1989년
1990년
1991년
에필로그
감사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