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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식도

이승주 저 | 천년의시작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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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0214347 / 120쪽 / 192g / 128 x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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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이번 이승주 시집에서 우리는 어느 한 편도 버리기 어려울 정도의 미학적 완결성과 절정감을 느낀다. 이 글에 인용되지 않은 수많은 가편佳篇들을 재배열한다고 해도 또 다른 이승주론論은 어김없이 씌어질 것이다. 이처럼 이번 시집은 미적 충일도와 긴장감이 밀도 높게 구현되어 있는 결과로서, 시인이 지향하는 고요하고 깊고 성스러운 것들의 충실한 거처가 되고 있다. 그리고 시인의 오랜 시간 또한 거기 깃들여 있는 것이다. 고요함과 그리움으로 찾아가는 시인으로서의 이러한 존재론을 완성한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도 고요 속에 더욱 우뚝해진 이승주 시인의 단아하고 맑고 깊은 “눈우물”을 보는 듯하지 않은가. 융융하고 가없이 아름다운 세계이다. ―유성호(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내 청춘이 시와 결혼하여 지금까지 3권의 시집을 낳고, 이제 4권째 시집을 바람 부는 세상에 내놓는다. 내 청춘을 붙잡아 준 조강지처와 같은 시에 보답하기 위해 나는 나름 시의 삶을 열심히 살아왔다. 들여다보면, 내 시집 속에는 나의 시들과 함께 물메기에 쫓기며 늙어온 한 마리 서늘한 청어가 살고 있다. 잘난 것도 없겠지만 내게는 다 귀한 자식들인 나의 시들이 북풍한설을 견디어 틀림없이 살아남아 백화만발의 봄날을 길이 누릴 때가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 장춘당長春堂에서 책 속에서 물의 식도 잠시 물의 표정을 살피며 젊은 대원들이 뜨거운 커피를 휘휘 젓는다 저마다 목구멍 속으로 남은 커피를 넘기고 주름진 물의 목구멍 안으로 내시경을 넣는다 어룽어룽, 가파른 물의 식도 자궁에서 묘지로 이어지는 휘감도는 물의 계단이 확연하다 대원들이 미처 손쓸 틈 없이 물의 계단은 무너지고 무너진 위에 계속해서 무너지는 물의 계단 물이 위대한 건 무너지는 물의 계단을 쉼 없이 다시 세우는 까닭임을 아침 일찍 물의 부름을 받은 사람 알지 못하지만 물이 두려운 건 누구라도 무너지는 물의 계단을 잠깐이라도 멈추게 할 수 없기 때문임을 한번 물의 계단 아래 물로 돌아간 사람 잠깐이라도 다시 불러올 수 없기 때문임을 대원들은 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종일토록 무너지는 물의 계단을 끝없이 세우는 서늘한 물의 작업 어둑해진 얼굴로 대원들이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간 뒤 둑 위의 키 큰 미루나무 가지 꼭대기에 수군수군 말들이 넘쳤다

저자 소개

1961년 대구 출생. 
1984년 경북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1995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위대한 표본책』 『내가 세우는 나라』 『꽃의 마음 나무의 마음』, 시 창작 이론서로 『현대시창작백과』가 있다. 
2019년 현재 밀양시립도서관·밀양문화원·경남문학관에서 현대시 창작 지도 강사로 있다.


저서 : <물의 식도> <위대한 표본책> <내가 세우는 나라> 등.

머리말

시인의 말


내 청춘이 시와 결혼하여 지금까지 3권의 시집을 낳고, 이제 4권째 시집을 바람 부는 세상에 내놓는다. 내 청춘을 붙잡아 준 조강지처와 같은 시에 보답하기 위해 나는 나름 시의 삶을 열심히 살아왔다. 들여다보면, 내 시집 속에는 나의 시들과 함께 물메기에 쫓기며 늙어온 한 마리 서늘한 청어가 살고 있다. 잘난 것도 없겠지만 내게는 다 귀한 자식들인 나의 시들이 북풍한설을 견디어 틀림없이 살아남아 백화만발의 봄날을 길이 누릴 때가 반드시 오리라 확신한다.

장춘당長春堂에서

책 속에서

물의 식도


잠시 물의 표정을 살피며
젊은 대원들이 뜨거운 커피를 휘휘 젓는다
저마다 목구멍 속으로 남은 커피를 넘기고
주름진 물의 목구멍 안으로 내시경을 넣는다

어룽어룽, 가파른 물의 식도

자궁에서 묘지로 이어지는
휘감도는 물의 계단이 확연하다
대원들이 미처 손쓸 틈 없이 물의 계단은 무너지고
무너진 위에 계속해서 무너지는 물의 계단

물이 위대한 건
무너지는 물의 계단을 쉼 없이 다시 세우는 까닭임을
아침 일찍 물의 부름을 받은 사람 알지 못하지만
물이 두려운 건
누구라도 무너지는 물의 계단을 잠깐이라도 멈추게 할 수 없기 때문임을
한번 물의 계단 아래 물로 돌아간 사람
잠깐이라도 다시 불러올 수 없기 때문임을
대원들은 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종일토록
무너지는 물의 계단을 끝없이 세우는 서늘한 물의 작업

어둑해진 얼굴로 대원들이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간 뒤
둑 위의 키 큰 미루나무
가지 꼭대기에 수군수군 말들이 넘쳤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거름꽃 11
규화목 12
찻물의 의지 13
구계항 14
꽃 피는 푸른 잎사귀의 사내 16
낮닭이 운다 17
만 길(丈) 암흑물질의 건너편을 보다 20
내다 버릴 데 없는 밤 22
안개꽃 23
댄서의 순정 24
길 위에서 길을 묻다 26
독 안의 붕어 27
그리운 퇴폐 28
시의 힘 29
우리 국어 선생님 관동별곡 수업 30
검은 아스팔트 위에도 비가 내리는 이유 32
묵연墨然의 목단화牧丹畵 33
목련천지 34
그리움의 깊이 35
사랑하는 브루투스, 너마저? 36

제2부

다육이 41
밤의 연대 42
맥도날드 사거리 1 44
맥도날드 사거리 2 46
나는 아직 저 입술에 대해서는 말 못 하네 47
파리 48
어느 날 문득, 덧없이 불임의 꽃만 피우던 참외 줄기 같다는 생각 50
너구리가 익는 바다 51
발바닥 52
근황 54
우주 소리 로켓 56
다시 부르는 가을 노래 58
장태산 59
여자를 꽃이라고 처음으로 말한 사람은 여자를 제대로 안 사람이다 60
슬픔에 대하여 좀 아는 그 61
온溫 62
십 년 뒤에 만날 사람 63
꽃불 64
고요와의 대화 65
가을이 깊어진다 66

제3부

모래밭 같은 69
물의 식도食道 70
전향轉向 72
집 5 73
그 순간 내가 본 것은 74
조길방가옥家屋 오르는 산길 골짝물에서 만난 물거품 76
삼문도三門島 77
세상에서 제일 작은 책 78
그림자 새 79
거짓말 속에서 오는 봄 80
쉐도우 복서 81
벚꽃나무 82
달빛의 무게 84
잎의 새 85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총리나 장관이 될 수 없는 이유 86
햇빛의 트리 88
이역만리의 그대에게 89
혼자 걸어간 발자국 90
파도의 지층 91
혜림이꽃 92
별하암 93

해??설
유성호?고요함과 그리움으로 찾아가는 시인으로서의 존재론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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